주부 김모(34·가락동)씨는 지난 4일 롯데마트 PB상품 ‘마음들인 한우(유통기한 2010년 11월12일)’를 구입했다 황당한 경험을 했다. 둘째 아이 이유식을 위해 비싸게 산 이 제품에서 악취가 진동을 했다.

겉모습은 신선하고 괜찮아 보였지만 다음날 제품을 뜯어 뒤집어 보니, 이미 곰팡이가 하얗게 피었다는 것.

김씨는 “롯데쇼핑이 판매원이라서 믿고 샀는데 뒤통수를 맞은 기분”이라며 “마트에 전화를 했더니, 반품하라는 퉁명스런 대답만 들었다. 특이 이 제품은 특수 ‘산소포장’을 해서 신선도가 더 오래 유지된다고 했는데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또 서울 노원구에 사는 주부 이모(40)씨는 지난 9월8일 롯데마트 PB상품인 ‘와이즐렉 부추왕만두(유통기한 2011년 4월18일)’를 먹다 깜짝 놀랐다. 왕만두 하나를 갈라서 먹는데 무언가 이상한 물체가 보였다.

팽이버섯인줄 알았는데 자세히 살펴보니 길이 2㎝가량의 정체를 알 수 없는 벌레였다.

해당 제품은 이 씨가 월 초에 롯데마트 중계점에서 구입해 냉동고에 보관하다가 지난 8일 개봉했다.

이 씨는 해당 이물이 “만두속처럼 다져지지 않은 상태여서 알 수 있었지, 그렇지 않았으면 모르고 먹었을 것”이라며 “너무 징그러워서 계속 구토를 했다. 이물이 동물인 것 같은데 정체를 알 수 없었다. 앞으로 만두는 못 먹을 것 같다”고 말했다.

롯데의 자체브랜드(PB:Private Brand) 상품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PB상품에서 벌레 발견, 곰팡이, 식중독균 검출 등 식품사고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이들은 PB상품에서 문제가 발생되더라고 공식적인 해명자료를 내거나 사과는 커녕 제조업체에게만 책임을 떠넘기기에 급급하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은 지난 5일 롯데쇼핑이 멜랜드씨에스티에 위탁 생산해 판매하는 자사 브랜드 제품인 ‘와이즐렉 밀크아몬드 초코볼’과 ‘짱구 쿠키치즈볼’(사진)에서 세균 수가 기준치 보다 많이 나와 유통·판매 금지 및 회수조치를 내렸다.

식약청에 따르면 세균수 기준은 1g당 1만 마리인데 ‘와이즐렉 밀크아몬드 초코볼’은 세균이 1g당 1만8000마리, ‘짱구 쿠키 치즈볼’은 1g당 1만7000마리가 검출됐다. 두 제품의 유통기한은 각각 2011년 10월3일과 2011년 10월8일이다.

또 지난 7월 롯데쇼핑(롯데마트)의 자체 브랜드 상품인 ‘옥수수전분’에 대해서도 식약청은 회수 조치를 내렸다. 이 제품에 기준치 보다 2.5배가 넘는 이산화황이 발견됐기 때문이다.

이산화황은 보존, 표백 효과를 높이기 위한 식품 첨가물이다. 천식질환자나 이산화황에 민감한 소비자는 섭취를 주의해야 한다고 식약청은 경고했다.

이처럼 롯데쇼핑 PB상품의 식품 사고는 어제 오늘일이 아니다.

지난 4월에는 오천산업이 만들고 롯데쇼핑이 롯데마트에서 판매한 ‘와이즐렉 프라임 쥐치포(유통기한 2010년11월11일까지)’에서 식중독을 일으킬 수 있는 황색포도상구균이 기준보다 초과 검출돼 회수조치를 받았다.

또 지난해 말에는 ‘와이즐렉 꿀 인삼차(유통기한 2010년12월16일까지)’가 긴급 회수됐다. 당시 보건당국이 조사한 결과 삼화한양식품이 만든 해당 상품에서 기준치를 약 4배나 초과한 세균이 검출됐기 때문이다.

2008년 6월에도 ‘와이즐렉 마음들인 왕꼬마쥐포(유통기한 2008년6월26일까지)’에서 황색포도상구균이 검출돼 회수에 나섰다.

이쯤 되면 값싸고 질 좋은 PB상품으로 승부수를 걸겠다는 롯데쇼핑의 선언이 무색할 정도다.

노병용 롯데마트 대표는 지난해 10월 “지금까지는 품질보다 가격에 초점을 둔 PB 상품이 주를 이뤘다면 이제부터는 고품질 PB시대를 열어가겠다”고 공식 선언했다. ‘PB 제품=싸구려’라는 인식도 씻어내기 위해 전체 PB 상품을 세 등급으로 나눴다.

이를 통해 그는 “롯데마트는 2010년까지 일반브랜드(NB) 상품보다 품질이 더 좋은 PB 상품을 8000여 개로 늘릴 계획”이라며 “현재 20% 선인 PB 제품 비율을 40%까지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질좋은 PB상품을 만들겠다"는 노 대표의 선언이 진심인지 의심이 갈 지경이다.

PB상품에서 사고가 잇따르자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싼게 비지떡’이라는 빈축이 나오고 있다.

유명 대형마트들이 값싸고 품질 좋은 PB상품을 내놓았다고 앞다퉈 선전하면서도, 실제로는 해당 제품의 안전(위생)관리가 소홀하다는 지적이다.

남궁여정(42·서울 용산구 원효로)씨는 “대기업 브랜드라서 믿고 사는데 막상 상품에 문제가 생기면 나서서 해결하는 모습을 본 적은 없는 것 같다”며 “사고 제품은 반품하고 하청업체와는 거래를 중지하겠다는 식의 궁색한 변명에, 제조업체로 책임을 떠넘기기가 일쑤”라고 지적했다.

식품업계의 한 관계자는 “자체상표 제품이 많은 업체일수록 이물질 검출이나 식품검사결과 부적합 판정 등으로 회수되는 건수가 많은게 당연하다”며 “그럼에도 이 같은 사례가 끊이지 않는 것은 대기업인 판매업자의 관리책임이 소홀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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