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세차익 노렸나, 경영권 승계위한 포석인가

경영권 방어 및 주가 방어를 위해 자사주 매입에 앞장섰던 GS그룹 허창수 회장과 그의 친족들이 최근 자사주를 매도하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더군다나 GS그룹의 경우 미성년 자녀들이 대거 주식을 보유할 정도로 주식 매입에 철저했던 기업이여서 이번 행동은 이례적인 것으로 평가된다. 일각에선 허 씨 일가가 자사주 매입 후 짭짤한 시세차익을 얻기 위해 매도한 것이 아니냐는 주장과 오너 집안의 균열 논란까지 비화되고 있다. 실제 GS그룹의 주가는 최근 하루가 달리 상승하고 있기 때문에 매도 시점에 대한 논란이 가중되고 있다. 그런 가운데 시세차익론이 점차 힘을 받고 있어 허 회장도 불편해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기업들은 자사주 매입을 경영권 방어의 수단으로 사용한다. 미성년 자녀들에게 자사주를 취득시키는 것도 향후 있을 경영권 승계차원도 있지만 오너 집안의 경영권 안배 차원도 있다. 이는 코스닥에 상장된 대부분 기업들이 그렇다. 최근 들어서도 ‘자사주 매입을 통한 경영권 방어'라는 기사는 언론과 인터넷 포털을 통해서도 쉽게 볼 수 있다.

그런데 최근 반대로 GS그룹 허 회장 일가가 자사주 매도에 나섰다.

지난 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허 회장은 지난 5일 GS 주식 10만702주를 매도했다. 이에 허 회장의 보유 주식은 441만7695주로 2.23% 가량 줄었다. 허 회장 부인인 이주영 씨도 지난 8일 GS 주식을 처분했다.

이 씨는 보유 중이던 206주 전량을 매도했다.

허진수 GS칼텍스 대표도 마찬가지다. 그는 지난 3일 644주, 8일 536주를 장내 매도했다. 허태수 GS홈쇼핑 사장과 허명수 GS건설 대표는 지난 3일 GS주식을 각각 8만8123주, 2만7439주 씩 시장에 팔았다. 허광수 삼양인터내셔널 회장의 장녀인 허유정씨도 지난달 29일에 2만주를 매도했다.

허 회장과 그 친인척들은 올해 내내 GS지분을 줄였다. 허창수 회장의 장녀 허윤영 씨도 지난 9월 한 달 동안 총 3만8641주를 순매도했다. 장남 허윤홍씨도 7만2149주를 지난 9월에 장내 매도했다.

허신구 GS리테일 명예회장의 장녀인 허연호씨는 지난달 1일 1만4740주를 시장에 내다팔았다.

또 다른 친인척인 최대석씨도 같은 날 보유주식 1090주를 전량 매도했다.

허정수 GS네오텍 회장의 차남인 허두홍씨는 총 5만5544주, 장남 허철홍씨도 2만9395주를 같은 기간에 팔았다.

허명수 회장의 장남 허주홍씨는 총 4만3027주를 시장에 내다팔았다. 차남 허태홍씨도 같은 기간 동안 총 3만5282주를 순매도했다.

허진수 대표의 장남 허치용씨는 총 9만6475주를 매도했고, 차남 허진홍씨도 총 8629주를 팔았다.

지난해 12월 29일 기준으로 허창수 회장 친인척 지분 보유 비율은 46.96%였다. 하지만 지속적인 매도로 친인척 지분(5일 기준)은 44.68%로 줄었다.

이는 그동안의 행보와는 상충되는 모습이라는 것이 증시담당자들의 분석이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높게 오른 GS주가에 차익실현을 한 것이 아니냐고 지적한다.

연초이후 GS주가는 총 93.20% 올랐다. 허 회장이 지난 5일 처분한 주식의 단가는 주당 6만686원이다. 허 회장이 10만702주를 팔아 얻은 금액은 61억1120만 원.

반면 지난해 12월 31일 GS의 종가는 3만3800원였다. 같은 양의 주식을 이날 처분했다면 34억372만 원을 얻었을 것이다. 허 회장은 지난해 말보다 27억 원 이상의 차익을 획득했다.

이번 기회에 실탄을 마련해 놓고, 또 다시 주가가 떨어지면 주가를 살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이는 경영을 위한 수단이라는 옹호론이다.

또한 장내매도를 통해 경영권 승계 작업 시나리오가 구축되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고개를 들고 있다. 이 주가들이 누가 샀는지에 대한 자료가 아직 나오고 있지 않지만 그동안의 관례를 볼 때 허 회장 일가에서 구입할 수도 있다는 추측이 가능하기 때문.

그러나 GS그룹 관계자는 “회장과 친족들이 개인적인 이유로 처분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정확한 매매 이유를 파악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이범희 기자] skycros@dailyp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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