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부진·이서현 전무 행보에 관심

올 연말 정기인사에서 이재용(42) 삼성전자 부사장의 사장 승진이 확실시되는 가운데 이부진(40) 삼성에버랜드 전무, 이서현(37) 제일모직 전무 등 삼성가 3세들도 더불어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이재용 부사장이 내년에 사장으로 그룹 전면에 나서게 될 경우 장녀인 이부진 전무와 차녀인 이서현 전무의 행보가 자칫 애매해 질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은 현재 후계 경영승계를 위한 과도기에 있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세 자녀들의 역학관계는 곧 삼성의 미래와 직결된다고 봐도 틀림이 없다.

17일 재계에 따르면 이건희 회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연말 정기인사에서 장남인 이재용 부사장을 승진시키기로 했느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변했다.

그동안 수차례 '젊은 조직'을 강조하는 등 장남인 이재용 부사장의 승진 여부를 놓고 장고를 거듭했던 이 회장이 마침내 결정을 내린 것이다.

이에 따라 삼성 전반의 분위기가 이재용 부사장 중심으로 급격히 쏠릴 것으로 전망된다. '이건희 시대'에 이은 '이재용 시대'가 본격화가 된다는 데에는 현재 별다른 이견이 없는 상황이다.

전무 시절 보직이었던 최고고객총괄책임자(CCO), 현재 보직인 최고운영책임자(COO) 등이 다소 두루뭉술한 보직을 맡았던 이재용 부사장은 내년부터는 구체적인 사업을 맡을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아울러 아직은 이학수(64) 삼성전자 고문, 최지성(59) 삼성전자 대표이사 사장 등 이건희 시대를 대표하는 인사들이 사실상 삼성을 움직이고 있지만, 당장 내년부터 이 같은 분위기가 바뀔 가능성이 크다.

이재용 시대를 대변할 젊은 인재들의 목소리가 점차 커질 수 있다는 얘기다. 연말 정기인사에 있을 이재용 부사장 중심의 조직개편이 주목받는 이유다.

다만 이럴 경우 그룹 차원의 '교통정리'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재계 관계자들은 향후 삼성의 큰 그림을 그리는 데에는 이부진 전무와 이서현 전무를 빼놓을 수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이부진 전무의 행보가 관심거리다. 재계 관계자들은 이재용 부사장을 거론하며 이부진 전무의 이름을 빼놓지 않는다. 당장 올해 승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한때 재계에서는 이재용 부사장의 경영승계 구도를 뒤흔들 수 있는 인물로 평가하기도 했다.

최근 삼성물산 건설부문 주택사업본부가 서울 역삼동 대륭빌딩으로 옮긴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삼성 사정에 정통한 재계 관계자는 "삼성 내부에서는 이를 두고 이부진 전무가 건설업에 관심이 있는 것으로 보는 전망이 팽배하다"고 전했다.

또다른 재계 관계자는 "삼성물산이 건설과 상사부문으로 나뉠 것이란 전망은 오래된 얘기"라며 "건설 중심의 계열사가 만들어질 경우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데, 이럴 경우 삼성에버랜드도 이에 포함될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삼성에버랜드에 소속된 이부진 전무가 삼성 건설업의 전면에 나설 수도 있다는 뜻이다.

이서현 전무가 속해있는 제일모직 역시 크게 패션과 케미칼 부문으로 분리될 수 있다는 얘기가 관련업계에서 나오고 있다.

최근 몇 년 간 케미칼 부문이 커져, 그룹내 다른 계열사들과 합쳐질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이럴 경우 이서현 전무는 패션업 쪽에 집중하는 것은 물론 그룹 전반의 브랜드 관리업무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아울러 올해 이들의 승진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부진 전무는 승진한 지 2년, 이서현 전무는 1년 정도 지났다. 이재용 부사장 역시 승진한지 1년 정도 지났다.

이 같은 삼성가 3세들의 행보는 과거 전략기획실과 같은 컨트롤타워이 필요하다는 삼성 안팎의 분석과도 무관치 않다. 후계 승계과정에서의 비용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이학수 고문의 경영복귀를 기정 사실화하는 재계의 분석은 이를 전제로 나온 것이다. 일견 '젊은 조직'과는 거리가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그룹을 조율하는 능력에 있어서는 이 고문만한 인물이 없다는 분석이다.

삼성이 굳이 전략기획실이라는 명칭은 유지하지 않더라도 이와 유사한 역할을 수행하는 조직을 만들 것으로 재계는 판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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