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넘어 개인 SNS에서도 ‘막말’ 쏟아내

시민단체 ‘공정연대’는 손 의원의 발언이 “신 전 사무관과 전국의 고시준비생을 인격 모독했다”며 그를 정보통신망법의 명예훼손 혐의로 지난 4일 서울 남부지검에 고발장을 제출했다. [뉴시스]
시민단체 ‘공정연대’는 손 의원의 발언이 “신 전 사무관과 전국의 고시준비생을 인격 모독했다”며 그를 정보통신망법의 명예훼손 혐의로 지난 4일 서울 남부지검에 고발장을 제출했다. [뉴시스]

[일요서울 | 강민정 기자] 최근 국회의원들이 잇따라 ‘막말 경쟁’을 펼쳐 국민의 빈축을 사고 있다. 국회의원은 국민을 대변하기에 더욱 언행에 주의가 요구된다. 이들의 입에 많은 이들이 주목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회의원 막말 논란은 비단 이제야 불거진 일이 아니다. 이에 일요서울이 세간을 들썩이게 한 국회의원 ‘말말말’을 살펴봤다.

 
 
“나가서 붙자” “한 주먹도 안되는 게”
도 넘은 발언 ‘아슬아슬’
 
 
인터넷망이 발달되면서 국회의원 개인의 SNS(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한 막말도 주목받고 있다. 손혜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신재민 전 기획재정부 사무관을 비난하는 취지의 글을 올려 여론과 야당의 뭇매를 맞고 있다.
 
 
손혜원 잇따른 막말에
민주당도 ‘자제’ 부탁
 
 
신 전 사무관은 지난달 30일 유튜브 영상을 게재하면서 청와대가 KT&G와 서울신문 등 민간기업 인사에 개입했다고 폭로했다.

이를 두고 손 의원은 지난 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순진한 표정으로 청산유수 떠는 솜씨가 가증스럽기 짝이 없다’ ‘신재민은 돈을 벌기 위해 나온 것’ 등 고강도 발언을 쏟아냈다.

이에 대해 이양수 자유한국당 원내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표현의 자유가 개인의 인격을 말살할 자유까지 획득한 적은 없다”며 “국회의원이 표현의 자유 뒤에서, 면책 특권 뒤에서 국민의 마음을 아프게 해서는, 정치는 단지 혐오의 대상이 될 뿐”이라고 지적했다.

여론도 손 의원의 발언이 다소 지나치다는 반응이다. 해당 의원실로 ‘18원’을 후원하는 등 이 발언에 대해 불만을 표했다.

또한 시민단체 ‘공정연대’는 손 의원의 발언이 “신 전 사무관과 전국의 고시준비생을 인격 모독했다”며 그를 정보통신망법의 명예훼손 혐의로 지난 4일 서울 남부지검에 고발장을 제출했다. 이처럼 거센 반발에 민주당 내에서도 손 의원에게 관련 발언을 자제할 것을 경고하기도 했다.

손 의원의 지난 발언들도 공격 소지가 됐다. 손 의원은 2016년 국정농단 사태와 관련, 내부고발자인 고영태와 노승일을 두고 ‘의롭고 용감하다’고 평가한 바 있다. 반면 이번 사안에서 날 선 비난을 가하자 일각에서는 “집권 세력이 바뀌자 내부고발자에 대한 태도가 바뀐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편 가르기 치닫는
‘아전투구 공방’
 
 
국회의원의 경솔한 언행이 집중 포화되는 시기는 국정감사, 예산안 심의 등 여야 대립이 첨예해지는 시기다. 이 시기에 의원들은 서로에게 막말을 퍼붓기도 해 국회가 순식간에 ‘패싸움’ 현장이 되기도 한다.
 
지난해 11월 진행된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이하 예결위) 전체회의는 그야말로 ‘막말 파티’였다. 당시 국회의원들이 고성을 주고받으며 서로를 협박하거나 변용 일본어 표현을 사용하는 모습이 비춰져 논란을 샀다.

먼저 박완주 민주당 의원과 장제원 자유한국당 의원은 같은 달 5일 열린 예결위 전체회의에서 언쟁을 벌이다 “나가서 붙자” “쳐봐라” “한 주먹도 안 된다” 등 거친 언사로 눈총을 받았다.
 
이를 두고 신동근 민주당 원내부대표는 이날 국회원내대책회의에서 “조폭(조직폭력배)인지 시정잡배인지 알 수가 없을 정도”라고 비판했다. 그러자 송희경 한국당 원내대변인은 “청와대와 (민주당) 지도부에게 잘 보이기 위해 무작정 정치적 방패를 자처하고 나선 것”이라며 맞불을 놨다.

또한 장 의원은 같은 달 23일 열린 예산안조정소위원회에서 조응천 민주당 의원에게 “네가 뭔데”라고 발언하기도 했다. 이에 조 의원은 “‘니가’? 너 몇 년 생이냐”고 대응했다.

지난해 11월 7일에는 조경태 한국당 의원과 같은 당 이은재 의원이 ‘야지(야유·놀림을 뜻하는 일본어 ‘야지우마’의 준말)’라는 단어를 사용해 파문이 일었다.

이날 국회서 진행된 예산위 전체회의에서 조 의원이 “동료 의원 발언에 ‘야지’를 놓는 잘못된 행태는 바로 잡아야 한다”고 발언하자 이 의원은 “이렇게 동료 의원의 질의를 평가하고 ‘야지’ 놓고”라고 말을 보탰다.

특히 이 의원은 공식 석상에서 ‘겐세이(견제)’ ‘뿜빠이(분배)’ 등 잦은 변용 일어식 표현을 구사해 지적을 받아 왔다. 이 같은 표현이 지속적으로 비판대상이 되자 이 의원은 회의록 기록 수정을 요청했다.

현행 국회법 제117조는 발언한 의원은 회의록 배부된 날로부터 다음날 오후 5시까지 회의록에 적힌 자구의 정정을 의장(위원장)에게 요청할 수 있다. 다만 정정 발언이 당초 취지를 변경해서는 안 된다.

이 의원의 요구를 같은 당 안상수 국회 예결위원장이 이를 받아들이면서 현재 공식 속기록에는 이 의원의 겐세이는 ‘깽판’으로, ‘뿜빠이’는 ‘분배’로 바뀌어 적혀 있다.

서로를 헐뜯는 여야의 ‘아전투구 공방’은 이전부터 유구한 국회의 역사였다. 지난 2000년 이재오 당시 한나라당 의원은 중앙선관위 항의 방문과정에서 유지담 선관위원장에게 폭언을 해 논란이 됐다.
 
이 전 의원은 당시 유 전 선관위원장이 추궁성 질의에 반발해 회의장을 빠져 나가려하자 "국회의원이 와서 따지는 데 어딜 나가. 당신 깡패 출신이야" "험한꼴 보기 전에 앉으라" 등의 언사를 해 물의를 빚었다.

이처럼 국회의원들이 숱한 막말을 쏟아내는 데는 ‘막말 허가서’로 여겨지는 ‘면책특권’도 영향을 미친다는 분석이다.

헌법 제45조에서 규정하는 국회의원 면책특권이란 국회의원이 국회에서 ‘직무상’ 행한 발언과 표결에 관해 국회 밖에서 책임지지 않는 특권으로, 의원의 발언·표결의 자유라고도 칭한다.

여기서 국회란 단순히 국회의사당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며, 상임위원회 등에서 한 연설이나 국정감사 등을 위해 다른 국가기관을 방문해 활동한 경우도 ‘국회’ 범주로 본다.

의원의 발언·표결의 책임을 면제해줌에 따라 의원들은 자신들의 발언에 있어 민사상 손해배상책임을 지거나 형사처벌을 받지 않게 된다. 이로 인해 의원들이 서로를 비난하는 ‘막말’을 뱉는데 거리낌이 없지 않느냐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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