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유, 복잡한 노림수
외환은행카드로 우리은행 민영화 목 죄나

금융권 지각변동이 예측할 수 없는 상황으로 전개되고 있다. 그동안 하나금융지주의 김승유 회장이 우리금융지주 인수에 나설 뜻을 밝혔다가 외환은행 인수로 급선회했다. 이에 민영화를 추진하던 우리금융지주의 행보도 엇갈리게 됐다. 더욱이 하나금융이 외환은행을 인수하게 되면 금융권 3위로 급부상하게 된다. 반면 우리금융지주는 민영화 작업에 큰 차질을 빚게 돼 향후 전망이 불투명해진다. 이에 금융권 M&A의 칼자루는 김승유 회장이 쥐고 있다는 말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또한 이 모든 과정의 최대 수혜자는 외환은행 대주주인 론스타라는 주장도 있다. 안개 속으로 빠져든 금융권의 M&A 공방전을 알아본다.

김승유 하나금융지주 회장은 지난 11월 16일 서울 을지로 하나금융 본사에서 기자들에게 “외환은행 인수를 위해 (외환은행 지분 51.02%를 보유한) 론스타와 구속력이 없는 논-바인딩 양해각서(MOU)를 체결했고 현재 실사를 하고 있다”며 “26일까지 외환은행 인수 여부를 결정해 주식매매 계약을 체결할 것”이라고 밝혔다.

오는 26일은 우리금융지주 매각을 위한 인수의향서(LOI) 접수 시한이다. 외환은행을 인수하지 못할 경우 우리금융지주 인수에 참여한다는 의미가 깔려있다.

김 회장은 외환은행 인수 추진을 결정하게 된 것은 상업적인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전했다. 외환은행은 국내에서 외환업무의 40%를 점유하고 있을 뿐 아니라 프랜차이즈들의 가치가 높고 스태프(직원)들도 우수하다는 설명이다.

만일 하나금융(자산 200조 원)이 자산 116조 원의 외환은행 인수에 성공할 경우 신한금융(310조 원)을 제치고 우리금융(332조 원)과 KB금융(329조 원)에 이어 국내 3위로 올라선다. 그동안 우리금융 인수에 참여할 것으로 알려진 행보와는 정반대의 행보다.

이런 뜻밖에 상황에 놀란 건 하나금융지주 계열사인 하나대투증권 노조와 외환은행 노조다. 하나대투증권 노조는 성명을 통해 “본사 매각은 하나금융의 합병자금 조달을 위한 배당용이자, 합병 후 하나대투의 매각을 염두에 둔 사전포석이라는 것은 삼척동자도 알 수 있는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또한 노조는 김 회장에게 언론사 인터뷰에서 밝힌 본사 매각대금 사내유보 약속을 지킬 것을 촉구했다. 이는 이번 인수 과정에서 자금 마련을 위한 하나대투증권 본사 매각에 이어 구조조정이 추진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반영된 셈이다.

외환은행 노조도 마찬가지다. 외환은행 노동조합은 같은 날 “하나금융이 외환은행을 경영할 능력이 없다"며 “하나금융지주의 외환은행 인수 추진을 즉각 중단하라"고 밝혔다.

노조는 “외환은행보다 훨씬 큰 규모의 자산과 인력을 갖고 있지만 하나은행의 지난해 순이익은 외환은행의 3분의 1에 불과하다"면서 “능력이 부족한 은행이 더 나은 은행을 흡수하면 외환은행의 해외영업망과 기업금융시스템마저 부실화될 것이다”고 주장했다.


소문난 잔치 말들만 ‘무성’

새로운 주장이 제기되기도 한다. 금융권 흔들기라는 지적이다.

하나금융은 그동안 우리금융지주 인수를 추진해왔지만, 높은 가격과 대통령과의 친분 등 정치적인 변수 등을 고려해 인수 대상을 바꾼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금융 민영화가 예상보다 더디게 진행되고 있고 정치적인 변수들까지 얽혀 있어 하나금융 입장으로서는 자칫 우리금융과 외환은행을 모두 놓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하나금융의 1대주주였던 테마섹이 하나금융 지분을 몽땅 매각하는 악재가 발생한데다 김승유 회장의 임기가 내년 3월로 다가오면서 마지막 승부수를 띄웠다는 관측이다.

때문에 지푸라기 잡는 식이라는 설명이다. 반면 우리금융그룹 인수에 나서기 위한 초석이라는 주장도 있다.

하나금융이 외환은행 인수를 최종 결정할 경우 정부가 추진 중인 우리금융 매각계획도 궤도수정이 불가피하기 때문에 인수가격 하락을 노렸다는 추측이다.

우리금융 민영화에 참여의사를 밝히고 있는 곳이 현재로선 하나금융이 거의 유일하기 때문이다.

우리금융 경영진이 투자자를 직접 끌어 모으면서 독자생존을 모색하는 움직임도 보이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동종업계의 한 관계자는 “M&A의 변수는 언제나 있다. 이번에도 막판 협상이 마무리되기 전에는 예측이 어렵다”며 “M&A의 한 과정으로 생각한다”고 일축했다.

금융전문가들도 판도변화 예상은 이르다며 3사의 행보를 지켜보고 있다. 하나금융이 인수전에 참여하지 않을 경우에는 유효경쟁 자체가 무산되면서 민영화작업은 또 다시 표류 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범희 기자] skycros@dailyp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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