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프 용비어천가” “내로남불” “독선적 선언” 평가 나와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0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2019 문재인 대통령 신년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0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2019 문재인 대통령 신년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일요서울 | 조택영 기자] 지난 10일 오전 청와대 영빈관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2019년 신년 기자회견이 열렸다. “제가 제 마음대로 지목하겠습니다.” 사회자를 자처한 문재인 대통령이 이 같이 말했다. 영빈관에 마련된 200여 좌석은 내외신 기자들을 지목하기로 방식을 바꿔 기자들은 질문권을 얻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펼치기도 했다. 지난해에는 사회를 윤영찬 전 국민소통수석이 맡은 바 있다.

소득주도성장혁신성장···비핵화 프로세스, 주한미군 철수와 무관과연?

올해 기자회견도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각본 없이 자유롭게 즉문즉답 형식으로 진행됐다. 외교안보, 경제민생 문제를 포함한 국내 현안에 대한 질의응답이 이어지는 등 진지한 분위기를 풍겼다.

문 대통령은 올해 신년사에서 혁신성장을 집중적으로 언급했다. 앞서 정부가 경제정책방향 등을 발표하며 혁신성장을 강조했는데 대통령도 이에 가세한 셈이다. 소득주도성장에 있던 무게중심은 이미 혁신성장으로 넘어갔다.

문 대통령은 이번 기자회견에서 혁신성장소득주도성장을 통해 성장을 지속하며 함께 잘사는 경제를 만들겠다. 성장을 지속하려면 혁신이 필요하다. 혁신으로 기존 산업을 부흥시키고 새 성장 동력이 될 신산업을 육성하겠다고 말했다.

앞부분에서는 소득주도성장을 이어가겠다고 말했지만 중심은 혁신성장이었다. 모두발언에서 소득주도성장은 총 1, 혁신성장은 4회 언급했다. 혁신이라는 단어는 21번 나왔다.

이미 정부는 작년 말 발표한 올해 경제정책방향 등을 통해 소득주도성장에 쏠려있던 무게추를 혁신성장 쪽으로 옮기겠다고 밝힌 바 있다. 문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에서도 이런 기조 변화가 반영된 셈이다. 경기 악화 및 침체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데 따른 움직임이다.

그러나 문 대통령이 내세운 사람 중심 경제와 혁신성장은 모순된다는 지적도 있다.

한재준 인하대 경영대학 교수는 사람 중심 경제의 핵심은 부자와 가난한 사람, 교육 수준이 높은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을 모두 챙기는 것이라면서 사회 계층 아래쪽에 있는 사람들을 끌어올리겠다는 얘기인데 이러다 보면 혁신을 장려할 수 있는 유인이 약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밖에 시민단체에서는 경제구조를 개혁하지 않고서는 포용 성장이 어렵다는 해석을 내놨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기자회견이 끝난 뒤 논평을 내고 문재인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에는 재벌과 경제구조 개혁에 대한 대책이 없다면서 혁신을 방해하는 재벌 중심 경제구조 개혁에 대통령과 정부가 우선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참여, 다자협상 시

주한미군 철수 급물살

문 대통령은 안보와 관련해서는 한반도 비핵화 프로세스와 주한미군 철수 문제는 무관하다는 기존 입장을 재차 강조하며 선을 그었다. 곧 있을 2차 북미 정상회담을 비롯해 연내 평화협정 체결을 위한 논의 과정에서 주한미군 문제가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우려를 불식시키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주한미군 문제는 비핵화 프로세스와 연동돼 있는 문제가 아니라 주권국가로서 한미 간 동맹이기 때문에 한미 양국 결정에 달려있는 문제라며 이를 김정은 위원장도 잘 이해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미국 사회에서는 북한이 요구하는 종전선언을 하게 되면 유엔사의 해체나 주한미군 철수 등이 요구되지 않을까 하는 불신들이 크게 작용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그러나 김 위원장은 비핵화 문제와 종전선언이 주한미군 문제와 전혀 관련이 없다는 것을 인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미군이 보유한 전략자산 재배치 문제에 관해서도 미국이 괌이나 일본 등에 배치하고 있는 여러 전략자산은 반드시 북한과만 연계돼 있는 게 아니고 동북아 전체의 안정과 평화를 위해 존재하는 것이기 때문에 북미 간의 비핵화 대화 속에 상응조건으로 연계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나 북한이 평화협정을 체결하는데 있어 주한미군을 장애요인으로 여기지 않을 것이란 예상과 달리 중국을 포함한 다자간 논의가 진행되면 이 문제가 수면 위로 부각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잇따른다.

김 위원장이 신년사에서 정전협정 당사국들이 참가하는 이른바 평화협정 체결을 위한 다자협상을 적극 추진하자고 제의했다. 김 위원장이 중국을 방문해 시진핑 주석과 만나 중국이 참여하는 남북미중간 종전선언 후 평화협정 로드맵에 합의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중국이 북한 이상으로 한반도 내 미군 철수를 원하고 있는 상황에서 다자간 평화협정을 논의하는 과정 중, 주한미군 문제가 테이블에 오를 경우 관련 논의가 속도감 있게 진행될 수도 있다는 우려 섞인 목소리도 나오는 상황.

신인균 자주국방네트워크 대표는 우리 정부 입장에서는 한미 동맹의 근간이 흔들리지 않는 상황에서 북한의 비핵화를 이루는 것일 텐 데 중국이 참여하는 다자협상이 진행되면 주한미군 철수 문제가 오히려 급물살을 탈 가능성이 있어 걱정스럽다“(청와대) 내부적으로 주한미군 철수에 대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이번 신년사(와 기자회견)에서는 그러한 문제의식이 없어 우려스러운 점이 있다고 말했다.

여야 평가 극과 극

이번 문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에 대해 여야의 평가는 극과 극으로 갈렸다. 여당은 민생과 경제에 매진하는 대통령의 의지가 잘 드러났다고 긍정적인 평가를 내린 반면, 나머지 야4당은 셀프 용비어천가”, “내로남불”, “독선적 선언등에 비유하며 비판했다.

자유한국당은 대통령만을 위한 현실도피 수단이라며 오로지 실패한 소득주도성장 정책, 세금 퍼붓기 정책만을 계속 밀고 나가겠다는 독선적 선언의 연속일 뿐이었다고 힐난했다.

바른미래당은 국민은 반성문을 원하는데 대통령은 셀프 용비어천가를 불렀다면서 국민은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말하고 싶은 것만 말하는 대통령, 실패한 경제정책을 바구지 않는 대통령의 아집이 두렵다고 비판했다.

범여권으로 분류되는 민주평화당도 포용성장이라는 애매한 목표만 있을 뿐 양극화 해소와 지역격차 해소에 대한 의지와 전략을 보이지 않는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정의당은 임기 초부터 강조해왔던 소득주도 성장이 이번 해에는 흔들림 없이 자리매김해야 할 것이라고 문 대통령에게 주문했다.

한편 바른미래민주평화정의당 등 야3당은 문 대통령이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비롯한 선거제도 개혁 의지를 적극적으로 표명하지 않는 데 대해서도 공통적으로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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