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 전대 흥행 빨간불 켜졌는데… 지도체제 놓고 내홍 조짐
한국당, 전대 흥행 빨간불 켜졌는데… 지도체제 놓고 내홍 조짐
  • 고정현 기자
  • 입력 2019-01-11 15:47
  • 승인 2019.01.11 16:02
  • 호수 1289
  •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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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은 비대위로... 단일 지도체제 강행 시 집단 반발 예상
2019년 자유한국당 대구·경북 신년교례회가 열린 2일 대구 수성구 범어동 자유한국당 대구시당 강당에서 김문수(왼쪽부터) 전 경기지사, 정우택 의원, 심재철 의원, 주호영 의원,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한국당 당원들을 향해 새해 인사를 하고 있다.

 

[일요서울 | 고정현 기자] 자유한국당이 현행 단일성 지도체제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당은 10일 오후 의원총회를 열어 차기 지도체제를 논의했다.

한국당은 이날 의총에서 ▲현행 단일성 집단지도체제 유지 ▲순수 집단지도체제 전환 ▲단일성 집단지도체제와 권역별 최고위원 선출 등 세 가지를 놓고 의견을 수렴했다. 발언에 나선 의원들 중에서는 순수 집단지도체제를 선호하는 의견이 많았지만, 대세를 이루지는 못하면서 ‘개별적 의견’을 취합하기로 결론이 났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의총 직후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나 원내대표는 “(현행 단일지도체제와 집단지도체제에 대한 의견이) 거의 비슷비슷했는데 집단지도체제에 대한 의견이 조금 더 많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개별 취합한 결과는) 굳이 공개할 필요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개별 취합’이 사실상 요식행위로 전락할 것으로 점쳐지는 대목이다.

실제로 이날 의총은 의원들의 출석률도 떨어졌으며, 발언에 나선 의원도 적었다. 한 의원은 “어차피 단일(지도체제)로 가게 될 것”이라며 “주장해서 관철할 수 없는 상황이라 발언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의원도 “가만히 있으면 단일(성 지도체제)로 되는 상황”이라며 “집단지도체제를 지지하는 의원들만 발언을 하고, 단일지도체제를 지지하는 의원들은 가만히 있다”고 꼬집었다.

단일지도체제는 당 대표와 최고위원을 따로 뽑으면서 대표의 권한을 강화한 지도체제다. 집단지도체제는 한 번의 선거로 1등이 대표를, 2등 이하가 최고위원을 나눠 맡는 식이다. 단일형은 계파 갈등 가능성을 줄이고 책임정치를 할 수 있다는 점, 집단형은 ‘스타’들을 한 무대에 올려 대선 주자군을 형성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다.

반면 단일형은 대표가 당을 독단적으로 운영하는 데 악용될 수 있다 2017∼2018년 단일형으로 운영된 홍준표 대표 체제에서 ‘1부 리그’에서 선출된 홍 전 대표가 ‘2부 리그’에서 선출된 최고위원들을 무시하면서 당을 1인 체제로 운영한 바 있다. 공천 역시 홍 대표 중심으로 이뤄졌지만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대패했다.

합의형은 당 내홍이 심화될 여지가 있다. 2015∼2016년 합의형 체제로 운영된 김무성 당 대표 체제에서 김 대표가 2위 득표자인 서청원 최고위원과 심각한 갈등을 일으킨 바 있다. 서 최고위원의 친박(친박근혜)과 김 대표의 비박(비박근혜) 간 세력 충돌은 2016년 총선 공천 파동을 일으켜 보수 궤멸의 단초를 제공했다.

한편 한국당 비상대책위원회가 사실상 차기 지도체제에 대한 결정권을 쥐고 있는 만큼 이날 의총 결과는 ‘참고 자료’ 수준일 뿐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렇게 되면 의원 다수가 반대하는 단일지도체제에 대해 비대위가 결정을 강행할 경우 반대에 부딪힐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정양석 원내수석부대표는 의총 도중 기자들과 만나 “다수 의견으로 해야 통과가 가능하다”며 “그렇지 않으면 전국위원회에서 시비가 생길 수 있다”고 했다. 유기준 의원은 “다수 의견과 비대위의 의견이 엇갈리면 전국위에서 (지도체제 안이) 통과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결국 비대위와 의원들 간 지도체제 문제에 대한 이견이 발생하는 이유는 공천권 때문이다. 단일지도체제로 선거를 치러 비박계가 당선되면 친박계는 공천에서 학살될 수 있다는 우려가 존재한다. 친박계의 당권 접수 경우에도 비박계는 배제될 수 있다.

반면 집단체제의 경우 1위를 특정 계파에서 차지해도 다른 계파가 2위 최고위원으로 권한을 행사할 수 있다. ‘인적 쇄신’의 대상이 되는 중진급 의원들이 계파를 막론하고 집단지도체제를 선호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당 대표가 안 되더라도 최고위원으로 지도부에 입성, 자신의 공천을 챙길 수 있다는 계산이 깔려 있는 것이다.

당권 주자들인 심재철 조경태 주호영 김진태 의원과 김문수 전 의원은 “합의형으로 전환하자”는 성명을 냈고, 정우택 의원과 오세훈 김태호 전 의원은 “단일형을 선호한다”고 주장해왔다. 홍준표 전 대표 역시 강력한 리더십이 보장되는 단일성 지도체제를 희망하고 있다. 한국당은 오는 17일 상임전국위와 전국위에서 전당대회 룰을 최종 의결한다.

고정현 기자 jh0704@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