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선박 수주 1위 탈환… 기세 몰아 ‘청사진’ 돌입

전국금속노동조합이 지난해 1월 24일 서울 광화문에서 열린 구조조정저지 노동악법철폐, 노조할 권리, 산별교섭 제도화 촉구 집회를 마치고 청와대를 향해 행진하고 있다. 뉴시스
전국금속노동조합이 지난해 1월 24일 서울 광화문에서 열린 구조조정저지 노동악법철폐, 노조할 권리, 산별교섭 제도화 촉구 집회를 마치고 청와대를 향해 행진하고 있다. 뉴시스

국제해사기구 2020 규제 시행, LNG선 수주 증가 등 기대감 증폭
원자재 가격 상승, 고정비 부담은 여전한 발목잡기우려

[일요서울 | 박아름 기자] 수주절벽(2016~2017) 여파로 악화 일로를 걷던 조선업계가 기해년을 부활의 원년으로 삼았다. 지난해 7년 만에 세계 선박 수주 1위 자리를 탈환한 기세를 몰아 조선 강국의 위용을 되찾겠다는 목표다. 정부는 신년 조선업계 지원 대책안을 쏟아내고 있고, 업계는 일제히 매출 목표치를 대폭 상향하며 이에 발맞추는 모양새다. 조선업계가 그동안 부진을 털어내고 우렁찬 뱃고동을 다시 울릴 수 있을지 주목된다.

국내 조선업은 지난해 2011년 이후 7년 만에 세계 수주 점유율 40%를 넘기며 중국을 제치고 세계 1를 탈환했다.

지난 7일 영국의 조선·해운 시장분석기관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한국 조선업은 지난해 1263CGT(표준화물선환산톤수)의 일감을 수주해 2위인 중국(915CGT)을 크게 따돌렸다. 점유율로 따지면 한국이 44.2%, 중국이 32%. 2012~2017년에는 중국이 1, 한국이 2위 자리를 줄곧 유지했다.

지난해 누계 발주량2800CGT를 돌파하면서 2016년 누계 발주량(1340CGT) 대비 2배 이상의 성과를 냈다. ‘최근 3년간 누계 선박 발주량도 지속 증가 추세다. 20161340CGT, 20172813CGT, 20182860CGT.

이는 글로벌 해운 시장이 회복 궤도에 올라 국내 조선업체들에게도 성장 발판이 마련된 영향이 크다. 국내 조선업계는 지난해 LNG(액화천연가스)운반선 수주에서 두각을 보였을 뿐만 아니라 VLCC(초대형원유운반선)과 컨테이너선 등에서 약진했다.

여기에 중국 조선업계의 침체도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중국은 최근 조선업에 대한 정부 재정지원이 축소되면서 수주가 급감하고 있다. 또 글로벌 선주사들이 중국 조선사들의 기술력과 품질 한계에 한국 조선사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올해는 세계 발주량과 국내 생산량 증가, 고용 상황 개선 등으로 국내 조선업계가 본격 회복세에 오르는 해가 될 전망이다.

중국산 품질 저하로
선주 신뢰 하락 호재

우선 2020년 국제해사기구(IMO)의 환경 규제 시행이 조선업 부활의 성패를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IMO 2020은 운항 선박 연료유에 함유된 황산화물을 현재 3.5% 이하에서 0.5% 이하로 낮추는 규정이다. 앞서 IMO를 비롯한 국제사회는 선박 대기오염 관련 배출 규제를 강화했다. 결국 해당 규정이 본격 시행되면 발주 증가 가능성이 커져 조선업계에 긍정적 시그널로 작용할 전망이다.

김효식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20년 안팎의 노후선 비중이 높은 가운데 IMO 환경 규제로 노후선 해체와 신조 발주가 가속할 전망이라며 “2020년 선박유 황 함량 규제로 저유황유의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고 밝혔다.

LNG선 수주에 대한 기대감도 큰 모양새다. 세계 LNG수요가 늘어나고, LNG운반선 운임이 높다는 것이 이유다.

유승우 SK증권 연구원은 올해 LNG운반선의 운임이 높아 수주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면서 “LNG운반선 덕분에 국가별 수주잔고를 보면 한국 조선사만 지난해 CGT 기준으로 27%의 점유율을 보여 상승세를 보였다고 설명했다.

중국이 제작한 LNG선에서 문제가 발생했다는 점도 한국 조선업계에 호재가 될 전망이다. 양형모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해외 선주들 사이에서 중국 조선소에 대한 강한 불신과 불만이 제기되고 있는데 후동중화조선이 건조한 LNG선 글래드스톤호가 시운전 2년 만에 폐선 결정이 났다면서 북유럽해상보험협회에 따르면 2007년부터 2015년까지 건조된 4426척 선박에 대한 보험금 청구 비율에서도 중국 조선소 비율이 89%로 압도적 비율이었다고 설명했다. 중국 조선사들에 대한 세계 주요 선주들의 불신이 기술력에서 앞서는 한국 조선소들의 수주 향상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정부-기업 콜라보
아직 회복 궤도 못 올라

이 같은 기세를 몰아 정부는 조선업의 부활을 위해 적극 지원하겠다는 방침이다. 우선 지난해 조선업 활력제고 방안에서 제시한 17000억 원 규모의 금융지원 프로그램을 확실히 이행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친환경·스마트화 패러다임 전환에 적극 대응하고, 조선해양업계의 상생협력 생태계 조성 지원에도 힘을 쏟을 것으로도 관측된다. 특히 그동안 업계의 가장 큰 불만으로 지목됐던 정부-업계 간 적극적 소통을 갖고 고충을 최소화하겠다는 목표다.

기업들도 각종 청사진을 내놓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올해 슬로건을 다시 일어나 세계 제일 조선해양!’으로 정하면서 매출액 85815억 원, 수주액 117억 달러(131367억 원)를 목표로 잡았다. 이는 지난해 목표치인 132억 달러보다 20% 증가한 것으로 올해 국제해사기구(IMO)의 환경 규제 시행으로 관련 선박 시장이 크게 성장할 것이라는 기대감에서 나온 수치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 현대중공업은 안전 최우선, 혁신적인 원가 절감, 기술과 품질 강화, 소통과 화합을 세부 추진 목표로 제시했다.

삼성중공업도 ‘2019 새로운 도약, 중공업 부활의 원년을 캐치프레이즈로 정했다. 남준우 삼성중공업 사장은 어느 누구와도 경쟁에서도 이길 수 있는 원가경쟁력 확보와 수주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면서 제조원가 경쟁력 제고, 스마트선박 및 친환경 선박 기술 개발 등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남 사장은 올해 본격 생산에 들어가는 BP 매드독 FPU, ENI코랄 FLNG등 해양 프로젝트의 납기와 목표 원가를 기필코 준수하자면서 해양 프로젝트를 수행하며 쌓은 노하우를 십분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아직 조선업이 회복 사이클에 접어들었다고 낙관하긴 이르다는 부정적 평가도 나온다. 조선업황이 바닥을 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만큼 회복이 더딜 것이란 전망이다. 일반적으로 선박을 수주하더라도 건조까지 2~3년 정도 걸리고, 현재 건조 중인 배들은 수주절벽 시절 저가로 수주받은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실적 개선에 오히려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크다.

원자재 가격 상승도 발목을 잡는 요인이다. 조선업계는 올 상반기 후판가격 협상을 두고 철강업계와의 힘겨운 줄다리기를 펼칠 것으로 관측된다. 후판은 선박 제조에 쓰이는 두께 6mm 이상 철판으로 선박 제조원가의 20%가량을 차지한다. 현재 톤당 약 75만 원을 형성한 가운데 철강사들이 톤당 5만 원 수준의 후판가격 인상을 추진하며 원가 상승 압박을 더할 것으로 관측된다.

뿐만 아니라 고정비 부담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조선업계는 그동안 대규모 구조조정과 경비 절감을 통해 고정비를 줄였지만, 매출이 급감한 상황에서 인건비 등 고정비를 줄이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업계의 실적 회복이 가시화되기까진 좀 더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조선사들의 수주잔고가 여전히 부족하다. 또 고정비 부담과 주요 원재료인 후판가격 상승 압박 등은 선가회복이 더딘 상황에서 조선사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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