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 | 고정현 기자] 국방백서에서 결국 '북한군은 우리의 적'이라는 개념이 삭제됐다. 북한 핵과 대량살상무기에 대한 선제타격과 전면적 대응을 의미하는 ‘킬체인’(Kill Chain)과 ‘대량응징보복’(KMPR)이란 용어도 사라졌다.

국방부는 15일 북한을 적으로 규정했던 개념을 바꾸고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한 대응 전력인 '한국형 3축체계' 용어도 순화하는 내용이 담긴 '2018 국방백서'를 공개했다.

국방부는 이날 발간한 '2018 국방백서'에서 "우리 군은 대한민국의 주권, 국토, 국민, 재산을 위협하고 침해하는 세력을 우리의 적으로 간주한다”고 명시했다.

다만 백서는 "북한의 대량살상무기는 한반도 평화와 안정에 대한 위협"으로 평가하면서, "우리 군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정착 노력을 군사적으로 뒷받침하고, 모든 상황에 철저히 대비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국방부는 1994년 제8차 실무 남북접촉에서 박영수 북측 대표의 '서울 불바다' 발언을 계기로, 1995년 발간한 국방백서에 '북한군은 주적' 표현을 처음 사용했다. 이 개념은 2000년 국방백서까지 이어졌다.

이후 2000년 제1차 남북 정상회담 이후 남북한 사이에 대화의 물꼬가 트이면서 북한을 주적으로 규정한데 대한 논란이 일었다. 참여정부 시절인 2004년부터는 국방백서에서 주적 개념을 삭제하고 '직접적 군사위협', '심각한 위협' 등으로 대체해 사용했다.

그러다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이 있었던 2010년 발간한 국방백서부터 '북한군은 우리의 적' 표현을 사용했으며, 국방부는 최근까지도 북한정권과 북한군을 적으로 간주했다.

'2016 국방백서'에서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 등 대량살상무기, 사이버공격, 테러 위협은 우리의 안보에 큰 위협이 된다면서 "이러한 위협이 지속되는 한 그 수행 주체인 북한정권과 북한군은 우리의 적"이라고 정의했다.

그러나 지난해 세 차례의 남북 정상회담과 첫 북미 정상회담 등으로 한반도에 새로운 안보환경이 조성되면서 국방부는 북한정권과 북한군을 적이라고 규정하는 단어 대신 새로운 개념을 검토해왔다.

특히 남북이 지난해 11월부터 9·19 군사분야 합의서를 발효하면서 한반도에 군사적 긴장완화 기반이 마련된 것도 이 같은 적 개념 변화에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백서는 또 북한군 상비 병력은 남쪽보다 2배, 독립여단 규모는 4.2배 많은 것으로 보고했다. 백서는 특히 북이 6차례 핵실험을 통해 ‘핵능력이 고도화’된 것으로 평가했으며, 단거리(SRBM)·준중거리(MRBM)·중거리(IRBM)·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 14종의 각종 미사일을 개발했거나 보유한 것으로 분석했다.

백서는 이 밖에 ‘제3절 국방교류협력’ 중 ‘한·일 국방교류협력’에서 “한·일 양국은 지리적, 문화적으로 가까운 이웃이자 세계 평화와 번영을 위해 함께 협력해 나가야 할 동반자”라고 규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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