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중심복합도시(세종시)의 민간아파트 공급을 두고 LH(한국토지주택공사)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민간택지를 분양받은 10개 건설사가 대금납부를 거부하고 있지만, 124조8000억원(지난해 12월 기준)이란 LH의 막대한 부채 탓에 계약해지나 공공분양 전환은 모두 어려운 상황이다.

4일 LH 관계자는 "재무가 건전하다면 당장에라도 세종시 민간택지 계약을 해지하겠지만 그럴 수 있는 입장이 못 된다"며 "124조여원의 부채에다 총 7000가구 규모의 세종시 첫마을 아파트 공급도 준비중이어서 현실적으로 계약해지는 어렵다"고 말했다.

현재 세종시 민간아파트 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건설사는 △극동건설 △금호산업 △대림산업 △대우건설 △두산건설 △롯데건설 △삼성물산 △포스코건설 △현대건설 △효성 등이다.

당초 이들 건설사는 2012년말까지 1만2000여가구의 아파트를 공급키로 했다. 그러나 "정부가 세종시를 행정중심복합도시에서 경제도시로 전환했다가 다시 원안대로 추진키로 하면서 사업성을 담보 받기 힘들어졌다"며 택지비 인하와 연체료 탕감 등을 요구하고 나섰다.

10개 건설사가 LH로부터 공급 받은 땅은 88만1000㎡, 7398억원으로 현재 5500여억원이 미납된 상태다.

이에 따라 LH는 연체료 50% 탕감과 잔금 납부기한 10개월 연장 등을 골자로 한 타협안을 지난해 12월 10개 건설사에 제시했다. 현재까지 효성을 제외한 9개 건설사가 답변을 보내왔으나, 당초 입장에서 큰 변화는 없었다.

이처럼 건설사들이 '버티기' 대응에 나섰지만 LH는 마땅한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10개 건설사의 1차분 계약금은 740억원, 중도금 납부액은 1877억원이다. 계약을 해지할 경우 계약금은 LH가 갖지만 중도금 납부액은 건설사에 돌려 줘야 한다.

그러나 막대한 부채로 경영정상화 작업을 진행중인 LH는 반환해야 할 중도금에서 계약금을 차감한 1137억원을 마련하기도 버겁다.

설령 계약해지를 한다 해도 대체 건설사를 찾기에는 시간이 부족하다. 또 전국적인 사업조정에 나선 마당에 LH가 직접 공공분양에 나서는 것은 더욱 어렵다.

반면 건설사들의 요구를 수용하기에는 근거가 부족하다. LH가 타협안에서 제시한 연체이자 탕감은 세종시 수정안이 나왔다가 국회에서 부결된 2009년 9월부터 2010년 6월까지의 연체이자에만 해당된다.

정부 정책이 오락가락한데 대해 일정 부분 책임을 지겠다는 취지에서다. 그러나 건설사들이 "세종시 첫마을 아파트의 저렴한 분양가 때문에 경쟁력이 저하됐다"며 요구한 택지비 인하는 들어 줄 명분이 없다는게 LH의 입장이다.

LH 관계자는 "LH가 공급한 공공주택과 민간 건설사의 아파트는 어디에서나 3.3㎡당 100만~150만원 가량 차이가 난다"며 "또 2014년까지 공무원 및 국책 연구기관 1만4000명이 이전할 예정인 만큼 사업성 저하 주장은 터무니 없다"고 일축했다.

이 관계자는 "2년여의 공사기간을 감안하면 조속히 결론 내려야 할 문제"라며 "현재로서는 어찌할 도리가 없는게 사실이지만,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 총리실 세종시이전실무지원단 등과 조율을 거쳐 이달말까지 최적의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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