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 외교가 있기는 한 것인가
우리나라에 외교가 있기는 한 것인가
  • 장성훈 국장
  • 입력 2019-01-21 09:20
  • 승인 2019.01.21 09:27
  • 호수 1290
  • 63면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일본은 독일에 줄 섰다 망해
연개소문은 나당 연합 막지 못해 망해
인조는 명과 청 사이에서 줄 잘못 서 병자호란 불러
외교는 민족과 국가의 흥망 좌우
대미, 대일 외교 라인 실종된 대한민국호
언제든 주한미군 뺄 수 있다는 트럼프 말 새겨들어야
세계2차 대전 때 일본은 독일에 줄을 섰다가 망했다.
 
당시 일왕과 군국주의 세력이 주도했던 일본은 중일 전쟁을 일으키며 막대한 군비를 지출하는 한편, 중국을 지원하고 있던 미국과는 첨예하게 대립했다. 그러다 중일 전쟁이 장기화되자 대동아공영권을 내세우면서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있던 유럽 국가들의 식민지를 자신들의 세력으로 편입시키려는 구상의 일환으로 독일, 이탈리아와 3국동맹 조약을 체결했다.
 
이어 일본은 독일에 대한 과대평가와 함께 미국이 결코 전면전을 일으키지는 못할 것이라는 오판으로 진주만을 습격했으나 미국의 원자폭탄 두 방에 처참하게 무너졌다.
 
고구려의 연개소문은 세계 제국으로 커가는 당나라를 과소평가했다가 망국의 길을 걸었다. 그는 군사적 능력과 카리스마는 뛰어났으나 유연성과 융통성, 포용력이 부족했고, 특히 외교력과 국제정세를 읽는 눈이 없었다.
 
당시 당나라 입장에서는 고구려가 반드시 없어져야 할 존재였다. 그렇다면 연개소문은 신라와 동맹을 맺고 당에 저항했어야 했다. 중일전쟁 때 중국 국민당과 중국 공산당이 일본을 상대하기 위해 국공합작을 했듯이 말이다.
 
그러나 연개소문은 백제의 공격에 시달리던 신라 김춘추가 원병을 요청하자 되레 죽령 이북의 옛 고구려 땅을 반환하라고 요구하는 우를 범하고 말았다. 절망한 김춘추는 당나라로 향할 수밖에 없었다. 연개소문은 당시 어떡하든 당나라와 신라의 동맹을 막았어야 했다.
 
반면 김춘추는 외세의 힘을 빌렸다는 논란이 있을 순 있지만 당나라와 손을 잡고 마침내 고구려를 멸망시키고 삼국통일의 대업을 이룩했다.
 
조선의 인조는 명(明)과 청(靑) 사이에서 줄을 잘못 섰다가 병자호란을 불렀다.
 
그 결과는 참담했다. 국왕이 무릎을 꿇고 절하는 ‘삼전도의 굴욕’을 당했고, 수많은 백성들이 죽거나 다치고 붙잡혀 끌려갔다. 현실은 외면한 채 대명사대주의라는 명분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한 외교적 참사였다.
 
대한민국 외교가 절체절명의 위기 앞에 서 있다. 미국과의 동맹관계가 이처럼 흔들린 적도 없다. 언제 무슨 일이 터질지 가늠조차 하기 힘들다. 일본과의 관계는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그렇다고 반대급부로 중국과의 관계가 좋아지고 있지도 않다. 중국은 여전히 우리나라를 자신들의 속국인 양 무시한다. 동북아 정세에 일정 부분 영향을 행사하고 있는 러시아는 한국외교에 아예 없다고 할 정도다. 북한은 시대정신에 한참 벗어나는 “우리 민족끼리”를 외치며 우리에게 외세와 단절하라고 핵을 무기로 ‘갑질’하고 있는데도 우리 정부는 아무 소리도 하지 못한 채 그저 북한 눈치만 보고 있다.
 
독일을 맹신하다 망한 일본, 국제정세를 읽는 안목이 거의 맹인 수준이었던 고구려의 연개소문, 현실은 외면한 채 쓸데없는 명분에 함몰돼 있다가 청과 굴욕적인 군신관계를 맺은 인조의 예에서 볼 수 있듯 외교는 민족과 국가의 흥망(興亡)을 좌우한다.
 
그렇기에 외교는 아마추어가 아닌 프로가 해야 한다. 특히 지정학적으로 강대국들에 둘러싸여 있는 우리로서는 구한말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서라도 국익에 필요한 외교적 역량을 더욱 키워야 한다.
 
그런데도 정부는 지금 이상한 외교를 펼치고 있는 듯하다. 전문성 지닌 대미, 대일 외교 라인이 적폐로 몰려 실종됐다는 비판이 여기저기서 들려오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 외교라는 게 있기는 한지 의문이라는 말도 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언제든지 주한미군을 뺄 수 있다”고 경고한 한승주 전 외무부장관의 말을 정부는 새겨들을 필요가 있다.
 

장성훈 국장 seantlc@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