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홍준철 편집위원]바른미래당 출신 인사들의 자유한국당 복당이 영남권 시도당 반대에 부딪혀 무산되면서 탈당을 고민하던 바른미래당 인사들의 움직임에 제동이 걸렸다. 친박계 확실한 당권.대권 주자인 황교안 전 국무총리가 입당하면서 친박계와 잔류파가 결집하는 대신 비박계와 복당파가 위축되는 모습이다. 특히 여당에 입당하려다 ‘퇴짜’를 맞은 무소속 이용호.손금주 의원에 이어 한국당 역시 비박계 인사들에 대해 복당을 거부하면서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와 민주평화당 그리고 비박계까지 아우르는 야권발 대통합 작업이 급물살을 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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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승민계 영남권 잇따라 반발 한국당 복당 실패...
- 무소속 여당 입당 무산후 손학규發 정계개편 속도낸다

바른미래당 출신 인사들이 자유한국당 복당이 무산됐다. 한국당 경남도당은 조해진 전 의원의 입당을 불허했다고 1월 23일 밝혔다. 조 전 의원은 한나라당ㆍ새누리당에서 18ㆍ19대 국회의원을 지냈다.

2016년 4ㆍ13 총선에서 낙선한 후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정국 때 새누리당(한국당 전신)에서 분당한 바른정당에 입당했다. 지난 대선 당시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의 중앙선대위 전략본부 부본부장을 지내는 등 유 의원의 최측근에 속한다.조 전 의원은 지난 10~12일에 치른 한국당의 경남 밀양ㆍ의령ㆍ함안ㆍ창녕 조직위원장을 뽑는 공개오디션에서 승리했다. 하지만 전날 열린 도당 회의에서 입당을 거부당한 것이다.이른바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된 것은 조 전 의원만이 아니다.

조해진.류성걸 친유계 ‘복당’ 불허...낙동강 오리알

지난 21일에는 한국당 대구시당이 류성걸 전 의원과 황영헌ㆍ김경동 전 바른미래당 지역위원장의 입당 신청을 반려했다. 이들도 모두 친유승민계로 분류된다. 특히 류 전 의원은 2016년 4·13총선 당시 공천에서 배제된 이후 무소속으로 출마, 정종섭 현 국회의원과 맞붙었지만 석패한 뒤 유승민 의원 등과 함께 바른정당과 바른미래당에 합류했다.

하지만 대구시당의 이번 결정으로 복당은 물론 조직위원장직 탈환도 불발됐다.
한국당 일각에서는 황교안 전 총리가 입당하면서 보수의 텃밭인 TK지역을 중심으로 친박계 세력이 힘을 얻는 대신 ‘배신자’로 낙인 찍힌 유승민계 인사들에 대한 지역 정서가 반영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일단. 한국당 비상대책위원회는 오는 24일 회의를 열고 이들의 복당 여부를 최종 결정할 방침이지만 복당은 사실상 물건너 간게 아니냐는 관측이 우세하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탈당설이 끊이질 않던 유승민 전 바른미래 공동대표는 다음달 초 있을 당 연찬회에 참석 의사를 밝혀 정중동의 자세로 돌아갔다. 유 전 의원의 연찬회 참석은 근 9개월만에 당의 공식 행사에 나서는 것이다. 정치권은 올 초만 해도 한국당발 보수대통합에 무게를 뒀다. 한국당 내 친박ㆍ잔류파가 위축된 가운데 비박ㆍ탈당파가 당권을 잡으면 자연스럽게 보수통합이 이뤄진다는 시나리오였다.

하지만 친박ㆍ잔류파 상당수가 지지한 황 전 총리가 당권.대권에서 우위를 지키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야권발 정계개편의 전개가 달라지고 있는 모습이다. 보수 텃밭인 영남권에서 탈당파 출신들이 입당 불허 결정을 받으면서 한국당과 바른미래당 통합에도 먹구름이 끼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황 전 총리가 차기 당권 주자로 급부상하며 유승민 바른미래당 의원 등 탈당파 의원들의 입지는 더욱 좁아졌다. 한국당 내 친박(친박근혜) 세력이 득세하면서 박 전 대통령 탄핵에 동조한 탈당파의 ‘원죄론’이 함께 부각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손학규 대표 등 바른미래당 지도부는 표정 관리에 나선 모습이다. 바른미래당은 이학재 의원을 필두로 류성걸 전 의원, 신용한 전 충북도지사 등이 탈당한 이후 도미노 탈당사태가 벌어질 것을 우려하고 있었다. 그러나 영남권에서 ‘복당파’에 대한 입당 불허 방침을 연이어 내놓으면서 조해진.류성걸 전 의원처럼 ‘낙동강 오리알’ 신세로 전락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무소속 이용호·손금주 두 의원의 더불어민주당이 무산되면서 민주평화당과 여당간 여권발 대통합 불씨 역시 사라진 형국이다. 두 의원의 입당이 이뤄졌을 경우 민주평화당 소속 의원들의 추가 탈당 조짐마저 있어 여권발 정계개편이 이뤄질 수 있을 것이란 분석이 많았다.

하지만 두 인사에 대한 복당이 불허되고 이해찬 대표가 최근 원외지역위원장들과의 간담회에서 “총선을 앞두고 우리 당에 오려는 사람들이 많은데, 인위적인 합당이나 이합집산은 절대로 하지 않겠다”고 약속해 사실상 물 건너갔다.

결국 민주당을 탈당해 민주평화당에 몸담고 있다가 복당과 입당을 신청한 이용호.손금주 의원 역시 조해진.류성걸 전 의원과 마찬가지로 ‘낙동강 오리알’신세가 됐다. 원내 제1, 2 당이 입.복당을 거절하면서 민주평화당과 바른미래당은 한숨 돌렸지만 대통합에 대한 필요성은 더욱 커지게 됐다.

손학규, 평화당.무소속.비박계 제3지대 ‘야권 재편’

일단 겉으로는 호남권 바른미래당 의원들과 평화당, 정의당 등은 연동형비례대표제 등 선거제도 개혁 연대에 주력하고 있다. 하지만 내년 총선이 치러지기전 무소속 이용호·손금주 의원과 바른미래당내 국민의당 출신들 그리고 국민의당 출신들이 다수인 민주평화당이 제3지대에서 새로운 정당을 만들 여지는 더 높아졌다.

여기에 한국당내 복당파와 비박계가 다시 뛰쳐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친박.잔류파가 밀고 있는 황 전 총리가 당권을 거머쥘 경우 내년 치러질 공천경쟁에서 쫓겨날 공산이 높기 때문이다. 이미 손학규 대표는 지난해 연말 ‘비박계 좌장’인 김무성 의원을 만나 바른미래당 중심의 야권 재편을 추진하기도 했다.

하지만 오히려 바른미래당 소속 인사들의 탈당 사태가 속출하면서 당 결속시키는 데 전념해왔다. 하지만 손 대표는 이번 기회를 발판으로 다시 ‘바른미래당 중심의 중도개혁 정당’을 내세워 야권발 재편에 속도를 낼 수 있게 됐다. 또한 민주평화당을 비롯한 중도 세력과 통합의 가교 임무를 맡게 될 특별위원회 설치도 다시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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