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홍준철 편집위원] 문재인 정부가 설 이후 중폭 이상 개각을 단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낙연 총리 역시 공식적으로 5개 부처 이상 10개 미만 장관이 교체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내년 4월 총선을 맞이해 현역 의원 출신 장관들이 대거 교체되고 총선 불출마가 예상되는 전현직 정치인들이 대거 중용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아울러 개각 폭이 커질 경우 국정운영 쇄신 차원에서 이낙연 총리의 교체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문재인 대통령이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 후임으로 노영민 전 주중대사를 임명하고 ‘경제’를 2기 개각의 핵심 키워드로 삼으면서 경제형 총리체제로 바뀔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물망에 오르는 인사들의 면면을 알아봤다.

 

- ‘이론형 경제 전문가’ VS ‘실물형 경제인 출신’ 부상
- 5개 부처에서 10개 부처 미만 ‘중폭 이상’ 개각 예고

문재인 대통령이 설 연휴를 지낸 이후 2월 중순께 5~10명의 장관을 일괄 교체하는 중폭 이상의 개각을 단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여권에 정통한 한 인사는 “이낙연 총리는 교체설이 나오지 않지만, (문 대통령이)국정 전반의 쇄신을 위해 부득이하다고 판단되면 개각 대상에 포함시킬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고 내다봤다.

문재인 정부 2기 개각의 핵심 키워드는 ‘경제’와 ‘성과’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말부터 집권 3년 차를 맞아 연일 정부 부처에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성과를 강조하고 있다. 따라서 개각 대상자들도 취임 이후 처음부터 업무 파악을 해야 하는 인사들보다는 공직 경험이 많은 공무원 출신이 중용될 가능성이 높다.

문 대통령이 올해 국정 과제 1순위로 꼽고 있는 경제 활력 제고를 반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이낙연 총리 후임으로 물망에 오르는 첫 번째 인사는 더불어민주당 국가경제자문회의 의장을 맡고 있는 김진표 의원이다.

김 의원은 재정경제부에서 잔뼈가 굵은 경제 전문가로 경제부총리와 교육부총리를 역임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총리 후보군에 꾸준히 거론돼 왔다. 특히 김 의원은 문재인 정권의 인수위 격인 국정기획자문위원회 위원장으로 현 정부의 국정과제를 정리한 백서를 내기도 했다.

노영민 실장, 손발 맞춘 김진표 ‘선호’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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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의원이 총리로 내각에 들어갈 경우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장을 지낸 노영민 청와대 비서실장과 함께 정부 부처 전체를 성과시스템 조직으로 바꾸는 경제라인 구축이 가능해진다.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 후임으로 임명된 노영민 비서실장은 ‘실물경제에 밝은 현실주의자’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문 대통령 역시 노 실장을 임명하면서 ‘경제 살리기’와 ‘가시적인 성과’라는 특명을 내렸다. 문 대통령은 “정책실장뿐 아니라 비서실장도 경제계 인사를 만나는 게 해야 할 일”이라며 “과거처럼 음습하다면 모를까 지금 정부에서는 당당하고 투명하게 만나 달라”고 주문했다.

노 실장 역시 대통령의 뜻을 받아 ‘성과 내는 청와대’를 취임 일성으로 강조하고 있다. 특히 노 실장의 등장을 가장 반기는 진영은 친문 진영이다. 지난 전당대회에 ‘친문 대표’로 나선 김 의원은 ‘경제 대표’를 내세웠지만 이해찬 대표에게 고배를 마셨다.

무엇보다 김 의원이 후보로 나설 당시 노영민 주중대사의 강력한 추천이 있었다는 후문도 총리 낙점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또한 2011년 김진표 의원이 원내대표 시절에는 원내 수석부대표를 맡아 여야 간 협상 최일선에서 손발을 맞춘 사이이기도 하다.

김 의원과 함께 차기 총리감으로 물망에 오르는 인사는 홍석현 한반도 평화만들기재단 이사장이다. 홍 이사장은 지난해 말 ‘한반도 평화 오디세이“라는 책을 내놓았다. 미국의 주도권 등 국제적 시각에서 한반도의 평화를 살펴본 것으로 홍 이사장은 한반도에 평화가 정착하기 위해선 적극적인 논의와 실천이 우선시돼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특히 그는 책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문재인 대통령의 절묘한 조합이 한반도 평화를 이루는 골든타임이라고 조언하고 있다. 이를 위해 평화와 통일을 구현할 실천적인 방안을 제시해 눈길을 모으기도 했다.

또한 홍 이사장은 민간 싱크탱크인 여시재와의 올해 초 신년 인터뷰를 통해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기도 했다. 홍 이사장은 “2019년은 탈냉전 이후 한반도 안보에서 가장 중요한 한 해가 될 것”이라며 “북 비핵화의 고비를 넘는다면 한반도는 비핵화 과정의 진전과 함께 상당한 평화와 번영을 구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경제와 외교 ‘두 마리 토끼잡기’ 홍석현 이사장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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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울러 그는 “고비를 넘지 못하면 북핵문제 악화, 한미동맹 균열, 동북아 안보 불안, 미중 무역갈등이 겹치면서 커다란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며 “커다란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북핵 문제에 대해 “느리더라도 신중하게, 초당적으로 접근해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홍 이사장은 2차 북미 정상회담과 관련 “성사될 가능성은 높다”며 “만약 2차 정상회담이 열린다면 거기서 비핵화에 대한 진전이 있어야 하지만 싱가포르 정상회담 전례에 비춰볼 때 결과를 낙관할 수 없다”고 우려감을 표출하기도 했다.

홍 이사장이 정치권과는 거리를 둔 채 한반도 평화와 남북미 관계에 대한 관심을 쏟고 있지만 언제든지 문재인 정부에서 일할 수 있는 인물로 꼽히고 있다. 무엇보다 홍 이사장의 싱크탱크 역할 격인 여시재와 한반도평화만들기 재단에 참여하는 인사들의 면면을 보면 알 수 있다.

여시재는 조창걸 한샘 명예회장이 설립한 민간 싱크탱크이지만 홍석현 이사장의 향후 행보에 있어 중요한 싱크탱크 역할을 할 가능성이 높다. 여시재는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가 이사장으로 있고, 이광재 전 강원지사가 원장을 맡고 있다.

참여하고 있는 인사들 역시 만만치가 않다. 홍 이사장을 비롯해 김도연 포스텍 총장,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 김현종 전 외교부 통상교섭본부장, 박병엽 전 팬택 부회장, 안대희 전 대법관, 정창영 전 연세대 총장 등이 이사로 참여하고 있으며 이공현 전 헌법재판관과 이재술 전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 회장이 감사로 있다.

또한 한반도 재단 내 두 개의 싱크탱크가 홍 이사장을 뒷받침하고 있다. 그는 자신의 저서를 통해 외교·안보 중심의 한반도포럼과 북한 경제개발과 국제협력 방안을 논의하는 한반도경제포럼을 운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반도포럼에는 전직 외교부장관과 주요국 대사, 저명한 정치학자들이 참여하고 있다. 한반도 경제포럼에는 WB와 ADB, 유엔기구 등에서 활동했던 이코노미스트들과 기업에서 남북경협을 준비하는 임원들이 참여하고 있다. 또한 연례 학술회의에는 조명균 통일부장관·존 미어샤이머 시카고대 교수·강경화 외교부장관·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를 초청해서 대화의 시간을 갖기도 했다.

홍 이사장 이력을 보면 문재인 정부가 키워드로 삼고 있는 ‘경제’와 무관치 않다. 그는 첫 직장인 세계은행에서 1977년부터 6년간 경제전문가로 일했다. 이후에는 재무장관 비서관, 삼성코닝 상무와 전무를 거쳐 부사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삼성과 연으로 중앙일보 사장, 회장을 거쳐 JTBC 회장까지 경제와 경영에 대해 전문가 못지 않은 내공을 갖추고 있는 셈이다. 김진표 의원과 함께 홍 이사장이 총리로 거론되는 배경이다.

한편 이번 장관급 개각 대상에는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을 비롯해 김영춘 해양수산부 장관,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등이 포함됐다. 이들은 문재인 대통령과 임기를 같이 시작한 만큼 장관직을 내려놓고 내년 국회의원 총선거 준비에 나설 전망이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 진선미 여성가족부 장관, 이개호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역시 현역 의원이다,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도 정치인 출신으로 교체 대상에 포함됐다. 이 외에도 박상기 법무부장관,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도 교체 후보군에 오르내린다.

정치권에서는 후임 법무부장관으로 박영선, 박범계, 전해철 의원이 입각할 것이라는 말이 나온다. 하지만 박범계 의원은 자신이 공천을 준 김소연 대전 시의원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아직까지 고소·고발건이 진행되고 있어 입각 대상에서 멀어진 게 아니냐는 시각이 있다. 박영선 의원 역시 최근 무소속 이용호·손금주 입복당을 당 지도부가 불허하자 친문 주류를 향해 ‘순혈주의’라고 비판해 마찬가지 신세다.

김부겸·김영춘·김현미·도종환 등 현역의원 ‘교체’

통일부 장관으로는 4선 의원과 인천시장을 지낸 송영길 의원과 3선 이인영·우상호 의원이 거론된다. 송 의원의 경우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대해 청와대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최근 이견을 내놓으면서 입각 대상에서 멀어졌다.

과기정보통신부 장관으로는 정보통신부 기획관리실장과 차관을 지낸 변재일 의원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김부겸 장관 후임으로는 5선의 원혜영 의원이 거론되고 있다. 원 의원은 풀무원 식품 창업주로서 경영자 출신이다.

이낙연 총리는 1월 21일 정부 개각 시기와 관련해 설 연휴를 넘길 가능성이 크다면서 개각 규모는 10자리는 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총리는 이날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개각이 설 전에 될 수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 “가봐야 알겠지만, 설 전에는 어려운 쪽에 무게를 싣는다”며 “새로 모시는 분에 대한 검증 작업이 언제 끝날지 모른다”고 밝혔다.  

이어 이 총리는 “청와대에서 (부처별로) 4∼5명, 그 이상의 후보를 놓고 검증하는 과정을 진행하고 있다”며 “검증 작업이 그렇게 간단한 일이 아니기 때문에 설 연휴를 지나갈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개각 규모에 대해선 “미리 정해놓고 하는 것은 아니지만, 10개는 안 넘을 것이고 4∼5개는 넘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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