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벤츠 부품공급 주요 허브시장"

그동안 고가의 세단 판매에 주력해 왔던 메르세데스-벤츠가 내년부터 국내 시장에 저가의 소형차를 대거 도입하기로 확정했다. 최근 국내 수입차 브랜드들이 경제적이고 친환경적인 중소형차를 들여오기로 한 시장 분위기를 의식한 조치로 보인다.

하랄트 베렌트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 사장은 21일 서울 종로구 소격동 국제갤러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고유가 시대를 맞아 작은 규모에 고효율 엔진을 얹은 자동차에 대한 관심이 늘고 있다"며 "이런 흐름에 맞춰 내년부터 단계별로 여러 가지 소형 모델을 출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고가의 세단에 집중했던 이전과 달리 내년부터 낮은 가격대의 소형차를 더 많이 출시해 라인업을 확대하고 젊은 층에 어필할 것이다"며 "마케팅 초점도 젊은 시절 벤츠를 타기 시작해 늙어서도 타는, 생애주기 내내 벤츠와 함께하는 그런 방식으로 확대해 나갈 것이다"고 덧붙였다.

국내에 병행 수입되는 소형차 스마트의 도입 여부에 대해서는 "스마트를 공식 판매할지 결정된 것은 없다"며 "시장에서의 라이프사이클이나 가격 경쟁력 등 여러 가지 복합적인 것을 봐야한다"고 답했다.

디젤 엔진에 대해서는 "벤츠는 역사적으로 디젤을 간과한 것은 아니다. 디젤은 주요 엔진 라인업으로 기술적 측면에서 시장을 이끌고 있다"며 "한국 시장이 몇 년 전까지 디젤 세단 판매가 저조했지만 지금은 높은 연비에 가솔린보다 높은 토크와 조용한 엔진이 등장하며 디젤이 인기를 얻으며 판매가 늘고 있다. 이는 벤츠 뿐 아니라 전체 시장 환경에서 희소식이다"고 말했다.

벤츠에 부품을 공급하고 있는 국내 부품사들의 지난해 성적에 대해서는 "30곳이 넘는 한국 부품사들이 지난해 수천만 유로 수준의 매출을 올렸다"며 "올해도 지난해만큼은 아니겠지만 꾸준히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한-EU FTA 발효에 따른 가격인상 등 향후 가격 정책에 대해서는 "한-EU FTA가 국내 수입차 시장에 긍정적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하지만 차값은 시장에서 결정하는 것이지 FTA에 따라 결정하는 것은 아니다. 2008년과 2009년에도 원화가 약세였지만 오히려 가격을 낮추는 정책을 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우리의 전략이자 목표는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라며 "지난해 수입차 시장 2위의 성적도 이 같은 결과 때문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캐피탈 등 금융사들의 활동도 앞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지난해 BMW와 치열한 경쟁 끝에 수입차 시장 1위를 내준 것에 대해서는 "벤츠 브랜드에 신뢰를 가져준 한국 고객에게 감사한다. 치열하다기보다는 우호적 경쟁관계였다. 여러 해 동안 노력한 결과 한국에서 성장을 이뤄냈다고 생각한다"며 "지난해 성장률은 81% 이상으로 굉장히 높았을 정도로 특별했다. 이런 수치는 매년 기대하기 어려운 것이다. 올해는 지난해만큼 성장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고 말했다.

한편 국내에 벤츠를 판매하는 몇몇 대형 딜러사와의 관계에 대해서는 "공식 수입 판매는 벤츠코리아가 유일하다. 다른 판매상들도 우리에게 구매해 판매한다. 판매량 집계 역시 공식 등록 대수로 발표한다"고 말했다.

한국 시장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벤츠를 판매하는 글로벌 시장 톱 15위 안에 한국이 들어가 있다"며 "탄탄한 성장세를 기록 중인 한국은 벤츠에게 판매처만이 아니라 부품 공급과 생산 등 중요한 허브 시장을 담당하는 곳으로 발전하고 있다. 올해 서울 외에 다른 지역에 새 딜러를 추가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시장 성장세에 따른 사회공헌 활동에 대해서는 "현재 준비작업을 진행하고 있고, 한국 기관과 협력 형태로 진행할 것이다"며 "최종 협의를 논의하고 있다. 연간 계획이나 액수 등 상세한 내용을 곧 발표하게 될 것이다"고 답했다.

한편 올해는 메르세데스-벤츠의 창립자인 칼 벤츠가 1886년 1월29일 세 바퀴 모터카를 독일 베를린에서 특허등록한지 125년이 되는 해다.

국내에 벤츠 차량이 처음 등장한 것은 1987년이며, 2003년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가 공식 설립된 이후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1만6124대(마이바흐 9대 포함)를 판매해 2009년 대비 81% 성장하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뉴E클래스가 모두 8904대, E300은 수입차 베스트셀링카에 뽑혔고, S와 C클래스도 판매 호조를 보였다.

하랄트 베렌트 사장은 "올해 상반기 뉴 CLS클래스와 하반기 SLS AMG 로드스터를 출시하는 등 제품 라인업과 고객 서비스를 강화해 고객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