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류업체 1위 자리 뺏길라


국내 제일의 주류 업체인 하이트-진로그룹(회장 박문덕)이 계열사의 재무건전성 악화와 시장점유율 하락 등으로 곤혹을 겪고 있다. 특히 하이트맥주가 점유율 감소세에 들어가면서 주류업체 1위 자리를 위협 받고 있는 상황이다. 관련업계에선 이장규 하이트맥주대표의 야심작 ‘드라이피니시 d’가 나름 선전 하고 있지만 사실상 점유율 회복에 실패했으며, 마케팅 비용만 축내고 있다고 보고 있다. 이에 박 회장이 곧 있으면 취임 1주년을 앞둔 이 대표의 경영능력에 의심을 품고 있다는 소문마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위기의 기로에 선 하이트-진로그룹을 살펴본다.

최근 하이트-진로그룹과 박 회장을 둘러싸고 안 좋은 소문이 나오고 있다. 하이트-진로그룹이 오너일가의 편법증여 및 내부거래로 논란이 일었던 가운데 모기업의 부채비율 문제가 불거졌기 때문이다. 이에 증권가에서는 박 회장의 경영능력이 하락세를 타고 있는 게 아니냐는 소문이 돌고 있다.

박 회장은 조선맥주 창업주인 고 박경복 명예회장의 둘째 아들로 1991년에 회사 사장으로 취임했다. 취임당시 조선맥주는 시장점유율 20%, 부채비율 1600%로 회생가능성이 없는 부실회사였다.

그러나 박 회장은 사장 취임 2년 만에 회장에 오르며 하이트맥주를 시장에 선보였고 조선맥주를 완전히 변모시켰다. 그 결과 맥주 시장의 강자 OB를 밀어내고 업계 선두 자리에 올라 지금까지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뿐만 아니라 2005년 소주 시장 1위 업체 진로를 인수하면서 소주와 맥주 시장 최강자 자리에 올라서게 됐다.그러나 성공가도를 달릴 것 같던 하이트-진로그룹 경영이 최근 빨간불이 켜졌다.


박 회장 신화 이렇게 무너지나

지난해 3분기 기준으로 하이트홀딩스의 재무구조를 살펴봤을 때 자본총계(6406억 원)대비 부채 총액(1조591억 원) 비율이 165%로 날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자본총계 대비 부채총계 비율 추이를 보면 지난해 1분기 말 95%에 머물던 것이 2분기 말 157%로 증가하는 등 가파른 모습이다.

이와 같은 현상은 하이트홀딩스의 채무가 2000억 원 이상 증가했으나 계열사들의 실적이 이에 미비하여 결손금 등으로 자본 총계가 2000억 원 이상 줄었기 때문으로 알려진다.

진로의 부채비율도 지난해 들어 100%를 넘어서면서 지난해 3분기 말 107%를 기록 했다. 하이트맥주 역시 부채비율은 지난해 내내 160% 이상을 보였다.

문제는 하이트홀딩스의 부채총액비율이 현행 공정거래법 위반 기준에 육박하고 있다는 것이다. 공정거래법은 지주사가 자본총액의 2배를 초과하는 부채액을 보유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자본총액은 대차대조표상의 자산총계에서 부채총계를 뺀 금액이다.

이에 따라 하이트홀딩스가 그룹의 지주사라는 점을 감안하면 계열사의 실적에 따라 공정거래법 기준을 위반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공정거래위원회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지주사 부채비율 위반 여부는 회계연도 말 기준으로 한다”며 “부채비율이 200%를 넘어서게 되면 악화 원인을 조사한 후 유예기간과 함께 시정명령을 내린다”고 밝혔다.

이뿐만이 아니다. 하이트홀딩스의 차입금의존도(차입금이 총자산에서 차지하는 비율)에서도 문제가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3분기 말 7031억 원으로 하이트홀딩스의 차입금 규모는 총자산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약 41% 수준이다. 이에 따라 발생한 이자비용만 해도 지난해 3분기 말까지 428억 원으로 같은 기간 영업이익 418억 원을 넘어섰고, 2009년 한해 이자비용 293억 원을 크게 넘어선 것으로 분석됐다.

하이트홀딩스의 이런 채무부담은 주가에도 좋지 못한 영향을 주고 있다. 현재 증권가 일각에서는 하이트홀딩스의 목표주가를 하향 조정할 움직임이 보이고 있다. 이미 모건스탠리는 지난해 말 하이트홀딩스의 적정주가가 과도하다며 기존 목표주가를 2만3000원에서 2만1000원으로 하향 조정했고 투자의견을 ‘중립’으로 유지한 상황이다.


진로-하이트 합병 효과 받을까

이는 2005년 하이트맥주와 진로가 결합했지만 과도하게 높은 결합 비용 탓에 재무건전성 논란을 겪었고 하이트-진로그룹 계열 주가와 연관돼 결합 시너지 효과를 누리지 못했기 때문이란 분석이 많다.

진로는 진로 나름대로 공모가 적정성 논란에 휩싸이면서 이미지 추락을 경험했다. 이 와중에 경쟁업체들은 새로운 브랜드를 개발해 내면서 하이트와 진로의 자리를 위협했다.

소주에서는 2009년 음료 대표사인 롯데칠성음료가 두산주류의 ‘처음처럼’을 인수하면서 진로의 자리를 위협했고, 맥주에서는 만년 2위였던 OB맥주가 맹공을 퍼부었다. 주류업계에 따르면 그 결과 OB맥주가 국내 맥주시장 점유율 48%까지 상승하면서 52%인 하이트맥주의 자리를 코앞까지 추격해 왔다. 이 대표가 마케팅 전문가까지 새로 영입하면서 새 제품인 ‘드라이피니시 d'를 출시했지만, 점유율 하락은 막을 수 없었다. 이 제품에 막대한 마케팅 비용이 들어가면서 오히려 점유율 하락이 더 가파르게 진행됐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맥주뿐만 아니라 소주 시장의 점유율 하락도 진행됐다. 주류공업협회 자료에 따르면 2005년 3월 57.8%까지 갔던 진로 소주는 작년 40% 초반으로 점유율이 떨어졌다.

이 같은 세간의 우려와 관련하여 하이트-진로그룹 관계자는 “그동안 실적이 부진했던 것은 사실”이라며 “진로와 하이트의 M&A 효과는 이제부터 시작이고 지켜봐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언제부터 확실히 실적이 올라간다’라는 장담은 못하지만 조만간 가시적인 효과를 낼 것”이라는 조심스러운 입장을 내비쳤다. 이어 부채총액비율이 현행 공정거래법 위반 기준에 육박하고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아직 위반하지 않았다”며 “미리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이미 시장의 반응은 싸늘한 상황이다. 앞으로 진로와 하이트의 M&A결과가 긍정적 시너지로 나올지 의구심을 품고 있다. 이에 박 회장이 이 난관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를 두고 그의 행보가 주목받고 있다.

[이지영 기자] sky1377@dailyp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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