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정 미투' 법정다툼 주요 쟁점은?...'위력 행사 여부'
'안희정 미투' 법정다툼 주요 쟁점은?...'위력 행사 여부'
  • 강민정 기자
  • 입력 2019-02-03 23:49
  • 승인 2019.02.04 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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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희정 전 충남도지사 [뉴시스]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 [뉴시스]

[일요서울 | 강민정 기자] 수행비서를 성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안희정(54) 전 충남도지사의 법정 다툼에서 주요 쟁점은 ‘위력 행사 여부’였다. 2심 재판부는 1심과 달리 평소 안 전 지사의 위력 행사가 있었다며 혐의 대부분을 유죄로 봤다.

지난 3일 법조계에 의하면 서울고법 형사12부(부장판사 홍동기)는 앞서 1일 진행된 안 전 지사의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추행) 혐의 항소심에서 이 같이 판단해 실형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안 전 지사의 법정공방에서 중점적으로 다뤄진 부분은 전 수행비서 김지은씨와의 관계에서 위력 행사가 있었는지 여부였다. 안 전 지사는 김 씨와 성관계를 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업무상 위력에 의한 성폭행은 아니라는 취지로 주장했다.

1심은 안 전 지사가 위력이라고 부를 수 있을 정도의 사회적 위치에 있었다고 인정했으나, 실제 위력을 행사하진 않았다고 여겼다.

당시 안 전 지사가 차기 여권 대선후보 물망에 올랐고, 사회 전반 유력인사들과 인적 네트워크가 마련돼있는 등 영향력이 강한 정치인으로서 사회·정치적 지위나 권력을 가졌다고 판단했다.

다만 이런 영향력만으로 인해 김 씨의 자유의사를 제압할 정도의 상황이 빚어지긴 어렵다고 봤다. 

아울러 1심 재판부는 안 전 지사가 평소 부하 직원들을 고압적으로 대하지 않았다고 여겼다. 김 씨에게 '담배', '맥주', '모기향' 등 단어만 명시한 문자를 전송하긴 했으나 김 씨를 존중하는 표현도 사용하기도 한 점을 근거로 삼았다.

특히 김씨가 2017년 2월 안 전 지사 경선캠프 자원봉사를 하면서 정치권에 처음 발을 들였는데, 수행비서로 일하는 동안 이직을 고려하거나 국회의원 보좌관 등 다른 업무에 관심도 크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또 향후 경력 관리를 위해 안 전 지사의 추천을 받거나 좋은 평판을 쌓아야 할 계기도 없었다고도 설명했다.

반면 항소심 재판부는 이와 다른 판단을 내놨다. 안 전 지사의 지위나 권세로 충분히 김 씨의 자유의사를 제압할 정도의 무형적 위력이 있었다고 여긴 것이다.

2심 재판부는 안 전 지사가 김 씨의 임명이나 휴직, 면직권을 가진 인사권자라는 점을 근거로 삼았다. 김 씨가 공무원으로서 직무를 이행하는 중이었고, 공무원법에 따라 상사인 안 전 지사를 지근거리에서 수행하고 있었다는 상황도 고려했다.

이와 더불어 김 씨가 안 전 지사를 차기 대선후보로서 '절대권력'으로 인식하고 있었다고 판단했다. 안 전 지사를 차기 대통령으로 당선시키기 위해 자원봉사로 근무했고, 선출에 일조하려 했다고 여겼다.

경선 패배 후 수행비서 업무를 시작할 때도 김 씨 의사보다 안 전 지사 뜻에 따라 진행됐다는 점에도 주목했다. 이 과정에서 김 씨가 향후에도 안 전 지사 의지로 자신의 거취가 정해질 거라고 인식했다는 점을 눈여겨 봤다.

이를 바탕으로 재판부는 안 전 지사가 김 씨의 자유의사를 제압하기에 충분하다고 판단을 내렸다. 김 씨가 평소 안 전 지사의 심기에 주목한 점을 들며 안 전 지사가 무형적 위력을 행사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최초 성폭행이 있었던 2017년 7월 29일 러시아 출장 당시도 이 같은 위력 행사 때문에 김 씨가 거절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판단했다.

안 전 지사가 자신의 수행비서로서 권력 상하관계에 놓인 김 씨가 성관계를 거부하는 등 성적 자기결정권을 행사하기 어렵다는 점을 인식하고 악용했다고 비판했다.

재판부는 이를 토대로 안 전 지사의 혐의 10개 중 9개를 유죄로 보고 징역 3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아울러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40시간 이수 및 5년간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 취업제한을 지시했다.

안 전 지사 측은 향후 상고심에서 위력 행사가 없었다는 취지의 반론을 펼칠 것으로 예측된다. 안 전 지사는 항소심 선고 직후 법원에 상고장을 제출했다.

강민정 기자 kmj@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