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지난 1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서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과 관련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기 위해 검찰로 들어서고 있다. [뉴시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지난 1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서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과 관련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기 위해 검찰로 들어서고 있다. [뉴시스]

[일요서울 | 강민정 기자] 전직 대통령들에 이어 전직 대법원장과 전·현직 도지사들까지 구치소에서 설 명절을 지내게 됐다.

5일 법조계에 의하면 양승태(71·사법연수원 2기) 전 대법원장과 김경수(52) 경남도지사는 경기 의왕 서울구치소에서, 안희정(54) 전 충남도지사는 서울 구로구 서울남부구치소에서 미결수용자 신분으로 설 명절을 쇠고 있다.

2년여의 수감생활 중인 박근혜(67) 전 대통령은 이번이 구치소에서 맞이하는 두 번째 설날이다. 지난해 3월 수감된 이명박(78) 전 대통령은 옥중 설날은 처음 보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대통령은 서울구치소에, 이 전 대통령은 서울 송파구 서울동부구치소에 수감된 상태다.

교정본부에 의하면 이들은 설날 당일 식사는 모두 떡국이다. 서울구치소의 아침 식단은 떡국과 오이양파무침, 김자반과 배추김치로 구성됐다.

서울동부구치소와 서울남부구치소는 점심에 떡국을 배식한다. 동부구치소는 풋마늘진미채무침과 콩조림, 깍두기가 반찬으로 나오고 남부구치소는 닭다리구이와 유채나물, 배추김치가 함께 나눠진다.

휴일인 설날에는 접견이 어려워 이들은 구치소 내 독방에서 책을 읽거나 TV 등을 시청하며 홀로 시간을 보낼 것으로 여겨진다. 서울구치소 등은 연휴 첫날이자 토요일이었던 지난 2일 하루에만 가족 등 일반인 접견을 받았다. 변호인들은 주말이나 공휴일에는 접견이 허용되지 않는다.

아울러 교정본부는 설 연휴기간에 교화방송센터에서 ‘램페이지’, ‘퍼스트 어벤저’, ‘레디 플레이어 원’, ‘코코’, ‘궁합’ 등 5편의 영화를 교화방송TV를 통해 방영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양 전 대법원장은 설 연휴 기간에도 검찰청사에 모습을 드러낸다. 검찰은 지난달 24일 구속된 양 전 대법원장의 구속기간을 연장했고 오는 12일 이전에 재판에 회부할 방침이다. 그에 따라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을 설 연휴에도 비공개로 소환해 조사를 이어갈 계획이다.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 [뉴시스]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 [뉴시스]

차기 여권 대선 주자 물망에 올랐던 김 지사와 안 전 지사는 각각 불구속 상태로 형사재판을 받았으나 최근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에서 구속됐다. 

김 지사는 지난달 30일 1심에서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을 공모한 혐의(컴퓨터 등 장애업무방해)로 징역 2년이 선고됐다. 또 재판부는 김 지사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해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 선고를 내렸다. 안 전 지사는 연휴 전날인 1일 항소심에서 징역 3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 받았다. 그는 전 수행비서 김지은 씨를 업무상위력으로 간음하고 강제추행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져 1심에서 무죄가 선고됐지만 2심은 이를 뒤집고 실형을 선고했다.

이들은 구치소에서 향후 진행될 항소심과 상고심에 대비할 구상을 세울 것으로 보인다. 김 지사와 안 전 지사는 각각 선고 직후 즉각 항소장을 법원에 제출한 상태다. 김 지사는 “항소심을 통해 진실을 반드시 밝히겠다”는 옥중편지를 공개하기도 했다.

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17년 3월 31일에 구속돼 2년여간 옥중생활을 하고 있다. 그는 국정농단 사건과 관련해 2심에서 징역 25년을 선고받았으며 현재 대법원에서 심리 중이다. 국정원 특수활동비 수수 사건은 1심에서 징역 6년이 선고돼 항소심을 이어가고 있으며, 20대 총선 과정에서 공천에 개입한 혐의로는 징역 2년 선고를 받았다. 박 전 대통령과 공모관계로 기소된 최순실(63)씨도 여전히 서울동부구치소에 수감 중인 상태다.

이 전 대통령은 지난해 3월 구속돼 구치소에서 설날을 처음으로 보내게 됐다. 다스 비자금 횡령과 삼성 뇌물 등 혐의로 1심에서 징역 15년을 판결을 받은 이후 현재 서울고법에서 항소심을 치르고 있다. 이 전 대통령 측은 최근 법원 인사로 재판부 변경이 예고되자 “구속기간 만료일 내 충실하게 진행될 수 있을지 우려된다”며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게 해달라고 보석을 신청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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