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 | 고정현 기자] ‘3강’이 아니라 ‘1강 2중’이었다. 자유한국당 전당대회 당대표 선거 얘기다. 당초 예상과 달리 황교안 전 총리가 홍준표 전 대표와 오세훈 전 서울시장을 제치고 독보적 ‘1강 구도’를 형성했다. 정치권에서 전대 막판 변수로 후보 간 단일화 카드가 거론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전대가 ‘황교안 대 反황교안’ 구도로 치러질 것이란 관측이다. 결국 관전 포인트는 ‘反황교안 전선’의 장수가 누가 되느냐다. ‘2중’으로 평가되는 홍 전 대표와 오 전 시장의 물밑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정치권에서는 홍 전 대표의 우위를 조심스럽게 점치는 분위기다. ‘3강’→‘1강 2중’에서 ‘황교안 vs 홍준표’ 양강 구도로 전대 구도가 또다시 변화할 조짐이다.

 

- “吳 주춤, 洪 성큼...” 황교안-홍준표 맞대결 가능성↑
- “TK, 黃 지지 거둘 가능성 있어… ” 친박 당권 주자 교통정리 ‘변수’로

자유한국당 차기 당대표에 대한 선호도를 묻는 조사에서 황교안 전 국무총리가 가장 높은 지지를 받은 것으로 지난 1일 나타났다. 황 전 총리는 특히 보수층과 자유한국당 지지자, 대구·경북(TK) 거주자 등에서 경쟁자들을 크게 앞섰다.

TK 끌어안은 황교안...
전대서 유리한 고지

문화일보가 여론조사기관 <엠브레인>에 의뢰해 이날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황 전 총리를 꼽은 응답자가 전체의 18.7%로 가장 많았다. 한국당 지지자로만 한정할 경우 황 전 총리가 53.6%의 지지를 얻어 홍 전 대표(10.7%)나 오 전 시장(10.1%), 김 의원(5.9%) 등을 압도했다. 한국당 최대 주주인 대구·경북(TK)에서도 황 전 총리가 26.9%를 기록해 오 전 시장(11.5%)과 홍 전 대표(5.6%)를 따돌렸다. 부산·울산·경남(PK)에서는 황 전 총리 19.3%, 오 전 시장 11.6%, 홍 전 대표 11.0%순이었다.

이번 조사는 지난달 29∼30일 양일 동안 전국 만 19세 이상 남녀 1005명을 대상으로 구조화된 설문지를 이용한 전화면접(유선 29.2%, 무선 70.8%) 방식으로 진행했다. 응답률은 8.2%이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현재 한국당 책임당원의 3분의 1인 9만여 명(대구는 3만∼3만5천 명, 경북은 6만 명)이 TK 지역민이다. 여론조사만 놓고 보면 전대가 열리기도 전에 황 전 총리의 당선이 기정사실화 되는 양상이다.

정치권에서 전대가 다가올수록 막판 단일화 논의가 급부상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배경이다. ‘황교안 대 반(反) 황교안’ 양자 구도를 전제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는 이 같은 관측에 설득력을 더한다.

경북매일신문이 여론조사기관 <모노리서치>에 의뢰해 지난달 31일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따르면 당권주자들이 황교안 대 반(反) 황교안 간의 양자 구도를 형성한다고 가정할 경우 황 전 총리(41.1%)와 반(反) 황교안(37.3%, 각 후보 선호도와 기타 인물을 합산한 수치) 간 격차는 오차범위 내인 3.8%포인트로 줄어든다.

이번 조사는 지난달 26~27일 양일 동안 대구·경북 지역 거주 만 19세 이상 성인남녀 각 1천29명을 대상으로 유·무선전화 ARS(유선 436건, 무선 593건) 방식으로 진행했다. 통신사 무작위 추출 가상번호(58%) DB, 인구비례할당 무작위 추출 유선전화(42%) RDD, 표본오차 95% 신뢰수준 ±3.1%포인트, 응답률 5%.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황교안 ‘때리는’ 홍준표
홍준표 ‘때리는’ 오세훈

이에 ‘2중’으로 평가되는 홍준표 전 대표와 오세훈 전 시장도 황교안 전 총리와의 ‘2강 체제’ 구축에 심혈을 기울이는 모양새다. 홍 전 대표는 6일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나와 오세훈, 이 두 사람 모두 전당대회에 나가서는 ‘탄핵 총리’(황교안)를 막기 어렵다”라며 “오 전 시장 생각도 저와 같을 것이라고 본다. 양측 실무자들도 서로 만나는 것으로 안다”고 反황교안 후보 단일화에 군불을 땠다.

이에 맞서 오 전 시장도 홍 전 대표 때리기로 황 전 총리와의 ‘2강 구도’ 형성을 노리는 모양새다. 그는 홍 전 대표에 대해 “이번 전당대회가 본인 임기 내에 있던 지방선거 패배에 기인한다는 점, 잔여 임기가 완료되지 않은 시점에 치러지는 첫 전당대회라는 점 등에 대해 당원과 국민이 충분히 판단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나 오 전 시장은 함께 자격 시비 논란에 휩싸였던 황 전 총리와 관련해선 최근 “황 전 총리와 선의의 치열한 경쟁을 시작한다”며 호의적 반응을 보였다. 그는 최근 “우파 중 제일 오른쪽에 황교안이 있다면 제일 왼쪽에 오세훈이 있다”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이처럼 홍 전 대표와 오 전 시장의 발언을 비교해 보면 공격 대상이 확연히 다름을 알 수 있다. 홍 전 대표는 황 전 총리 ‘때리기’에 여념이 없는 반면 오 전 시장은 황 전 총리보다 홍 전 대표 견제에 몰두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홍 전 대표는 이미 오 전 시장을 제쳤다고 생각하고 황 전 총리와 양강 구도를 전제로 작전을 짜고 있는 것이다”라며 “반면 오 전 시장은 자신이 홍 전 대표에 추월당한 것을 인지하고 재역전을 도모하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렇듯 홍 전 대표의 기세가 예사롭지 않자 일각에서는 친박계의 ‘표 분산’이 전당대회에서 의외의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反황교안 대표선수로 홍 전 대표가 낙점된 상황에서 황교안 전 총리, 김진태 의원, 정우택 의원 등 친박계가 끝까지 각자도생을 택할 경우 홍 전 대표가 어부지리 승리를 안을 수도 있다는 관측이다.

더욱이 앞서 언급했던 경북매일 여론조사에서 TK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황 전 총리의 당대표 선호도(41.1%)가 한국당 지지율(53.8%)보다 낮게 나온 점은 이 같은 우려를 키우고 있다.

TK지역 정치권 관계자는 “역대 대통령 선거를 볼 때 TK지역에서 대통령 후보들이 정당 지지율보다 높게 나왔다”며 “박근혜 정부 시절 국무총리 등을 역임하면서 이른바 박근혜 전 대통령의 대리인임에도 박 전 대통령의 지지층을 흡수하지 못했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TK 지역민들이 황 전 총리를 선택하는 데 있어 고민되는 지점이 있는 것 같다”라며 “토론회 등을 거치면서 지지가 계속 변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당이 외연 확대가 절실한 시기에 황 전 총리가 당대표가 될 경우 도로 탄핵당, 도로 친박당, 도로 병역비리당으로 회귀하는 것에 대해 TK 지역민들이 고민하고 있다는 얘기다.

또 다른 관계자는 “TK에는 여전히 박 전 대통령에 대한 향수가 남아있다. 이런 상황에서 김진태 의원이 완주할 경우 TK 표는 양분될 수밖에 없다”라며 “비박계 못지않게 친박계 ‘단일화’가 중요한 변수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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