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정쟁용으로 평가 절하’ 분위기 

나경원 원내대표 [뉴시스]
나경원 원내대표 [뉴시스]

 

[일요서울 | 오두환 기자] 지난달 말 자유한국당은 문재인 대통령의 조해주 선관위 상임위원 임명 강행을 이유로 국회 일정 전면 보이콧을 선언한 채 대여공세를 높여가고 있다. 손혜원·서영교 의원의 목포 부동산 투기와 재판 청탁 의혹에 대해서도 ‘초(超)권력형 비리’라며 날을 세우고 있어 당분간 냉기류는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이런 가운데 한국당이 더불어민주당에게 손혜원 국정조사 카드를 던졌다.   


나경원 “모든 권력 동원해 우파를 조롱하고 탄압한다”
2월 국회 무산되면 민주당도 책임 모면하기 힘든 상황


자유한국당의 보이콧 철회 요구사항은 김태우 특검, 신재민 청문회, 손혜원 국정조사, 조해주 선관위 위원 임명철회 등 4가지다. 하지만 한국당과 민주당은 서로 ‘네 탓’ 공방을 벌이며 사실상 2월 국회를 ‘식물국회’로 만들었다. 

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는 지난달 27일 국회에서 열린 ‘좌파독재 저지 및 초권력형 비리 규탄대회’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1년7개월 동안 법치주의의 근간을 허물어왔다. 모든 권력을 동원해 우파를 조롱하고 탄압한다”며 “국정조사 해야 하고 조해주, 손혜원은 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같은날 비대위 회의에서도 나 원내대표는 “여당은 1월 국회 내내 침대축구로 일관했다. 고용세습 국정조사 실시계획서도 채택하지 않고 김태우 특검, 신재민 국정조사도 답을 안 하고 있다. 조 상임위원 사퇴도 저희가 분명히 요구했다”며 “여당이 답할 때까지 저희는 릴레이 농성을 계속하겠다”고 민주당에 책임을 돌렸다.

반면 민주당은 한국당의 반발을 2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지지층을 재결집하기 위한 정쟁용으로 평가 절하하면서 국회 복귀를 촉구하고 있다. 손혜원·서영교 의원 문제 등을 한데 모아 초권력형 비리라고 규정한 것 역시 불순한 의도가 담긴 것이라는 입장이다.

민주당은 2월 임시국회 불발로 유치원3법 등 민생개혁 법안 처리가 무산될 경우 책임은 한국당에 있다며 국회 복귀를 압박하고 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이 조 상임위원을 임명한 상황에서 한국당을 국회로 복귀시킬 묘수는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2차 북미 정상회담 등 국내외 현안이 산적한 상황에서 한국당의 보이콧으로 2월 임시국회가 실제로 무산되면 여당인 민주당도 일정부분 책임을 모면하기 힘든 상황이다. 

실제 바른미래당과 민주평화당, 정의당은 선거제 개혁 법안의 1월 처리가 무산되자 거대 양당을 싸잡아 비판하고 있다.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민주당은 1월 임시국회를 보이콧해놓고 2월 국회를 열자면서 유체이탈 화법의 극치를 보인다”며 “솔직히 말해 일하지 않을 수 있고 국회에 나와도 되지 않으니까 한국당의 국회 보이콧에 누구보다 반가워하는 게 민주당으로 보인다”고 날을 세웠다.

그는 “양당은 선거개혁 합의를 지키지 않으려고 서로 눈치만 보던 차에 서로에게 빌미를 제공하고 서로를 비난하며 책임 회피하는 등 적대적 공생관계를 유감없이 보여주고 있다”고 힐난했다.


국정조사 별도로 한다면
나경원 “오늘이라도 합의 가능”

 

이런 가운데 나경원 원내대표가 ‘先 손혜원 국정조사’ 카드를 내밀었다. 

나 원내대표는 8일 더불어민주당이 무소속 손혜원 의원의 목포 투기 등 의혹에 대한 국정조사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는 것에 대해 “탈당은 했지만 사실상 여당 실세인 손 의원에 대한 국정조사를 부담스러워 하고 있다는 생각밖에 안 든다”라고 말했다. 

나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 모두발언을 통해 “국회 정상화 의지가 없다”라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저희는 ‘김태우 특검’, ‘신재민 청문회’, ‘손혜원 국정조사’, ‘조해주 선관위 위원 임명철회’ 등 4가지를 요구해왔다”라며 “전날 원내대표 회동에서 국정조사만이라도 해보자고 했는데 여당은 이해충돌조사위원회를 구성해 그 안에서 손 의원이 문제가 되면 같이 해보자는 주장을 했다”라고 전했다.

이어 “이해충돌조사를 받겠다. 그러나 손혜원 국정조사는 반드시 별도로 해야 한다”라며 “손혜원 사건은 단순한 이해충돌이 아니라 직권남용 부분이 있고, 인사개입 등 여러 의혹이 있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해충돌조사위는 국정조사가 별도로 이뤄진다면 오늘이라도 합의가 가능하다”라며 “모두 양보하고 국회를 열어서 각종 규제를 푸는 경제 살리기에 저희가 해야 할 역할 있다고 했는데 제가 보기에는 여당이 의지가 없다”라고 지적했다.

나 원내대표는 “여당이 과연 국회를 여는데 의지가 있는지 묻고 싶다”라며 “우리가 이야기하는 대폭 양보안을 수용해 줄 것을 다시 한 번 촉구한다”라고 강조했다.

한편 한국당은 9일부터 17일까지 릴레이 유튜브 정책 방송을 진행하는 식으로 농성을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탈원전 저지’, ‘소득주도성장 폐기’, ‘사법 장악저지’, ‘북핵외교안보특위’, ‘김경수 부실수사’ 특위 등이 추진하는 내용 등을 유튜브를 통해 알린다는 방침이다. 


손혜원 건만 별도로 다루자?
민주당 “‘양보’ 결코 아냐”


민주당이 한국당의 ‘손혜원 국정조사’ 카드를 받을 확률은 희박하다. 

더불어민주당은 8일 자유한국당을 향해 “특검과 국정조사 요구를 남발하지 말고 조속히 국회 정상화를 위한 협상에 임해 달라”고 촉구했다. 

권미혁 원내대변인은 이날 오후 현안 브리핑에서 “진정 2월 임시국회를 빈손으로 보내려 하는 것인가”라며 이같이 밝혔다. 
권 원내대변인은 “어제 여야 3당 원내대표는 두 차례의 회동에도 2월 임시국회 정상화에 합의하지 못했다”며 “다음 주면 야당의 두 원내대표가 미국을 방문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번 주 내에 임시국회 개최 여부가 확정되지 않으면 셋째 주나 돼야 국회일정을 조율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권 원내대변인은 “지금 국회에는 주 52시간 노동제의 부작용을 보완할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 최저임금 결정구조 개편, 쌀 목표가격 산정 방식에 물가상승률을 반영하는 농업소득보전법 개정, 유치원 3법, 택시운송사업 발전법 등 국민의 삶과 직결된 법안이 쌓여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당은 절박한 2월 국회일정에도 불구하고 국회 개회 조건으로 ‘손혜원 국정조사’를 별도로 요구하고 있다”면서 “이해충돌 위반은 한국당 송언석·이장우·장제원 의원도 문제 제기 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손혜원 의원 건만 별도로 다루자는 주장은 국회 개회를 위한 ‘양보’가 결코 아니다”면서 “논란이 되는 자기 당의 의원들은 감싸고 있다. 이해충돌방지대책보다 정쟁을 위한 구실을 삼는 것으로 보일 수밖에 없다”고 일갈했다. 

권 원내대변인은 “한국당이 2월 전당대회까지 대여 강경투쟁을 계속한다면 국회 공전의 책임은 한국당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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