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총수들의 전용기 사랑

최근 LG그룹(회장 구본무)과 한화그룹(회장 김승연) 한진그룹(회장 조양호)이 전용기를 구입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재계의 ‘전용기 경영’이 다시 한 번 주목 받고 있다. 전용기는 그룹 총수 및 최고위급 경영자들 출장에 자주 사용되면서 ‘하늘 위 집무실’이라는 별칭을 얻고 있다. 과거 재계 4대 그룹이 주로 전용기를 활용했다면 요즘에는 여러 그룹 총수들이 전용기를 통해 경영 업무를 보고 있다. 전용기 도입으로 번거로운 수속 절차를 줄일 수 있고 시간 단축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재계의 ‘전용기 경영’에 대해 알아보았다.

전용기는 기종에 따라 다르지만 한 대당 가격이 500억~900억 원으로 구입에 많은 비용이 든다. 뿐만 아니라 공항 청사에 운항 및 관리를 맡는 별도 팀을 운영해야 하는 등 신경 쓸 부분도 많다.

그러나 재벌들의 전용기 사랑은 멈추지 않는다. 대부분의 재벌 그룹들은 전용기를 도입해 그룹 총수 및 최고위급 경영자들의 출장에 이용하고 있다. 시간과의 싸움, 탑승 절차 단축 때문에 그룹들이 ‘전용기 경영’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LG, 실용주의 전용기 선택

지난달 30일 재계에 따르면 LG그룹이 올 2월 최신형 걸프스트림 전용기 1대를 추가 구입해 국토해양부에 등록을 마친 것으로 확인됐다. 기종은 걸프스트림 G550으로 가격은 500억 원에서 1000억 원 사이에 이른다.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LG그룹은 지난 2월 23일 LG전자 명의로 걸프스트림 전용기 1대를 등록했다.

이 전용기는 지난해 9월 1일 걸프스트림사가 생산한 GV-SP 신품으로 14인승에 탑승감이 좋은 전용기로 알려진다. 또한 항속거리는 1만2500km에 이르고 최고 운항속도가 마하 0.885에 달해 보잉 747-400급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이 기종은 HL8288이란 편명을 받았으며 김포공항을 정치장으로 사용하게 된다.

정치장은 일종의 항공기 주소지를 의미하는 것으로 해당기업은 정치장 소재 지방자치단체에 매년 재산세를 물어야 한다.

업계 관계자는 “걸프스트림 전용기는 삼성, 현대 등이 보유한 보잉 737전용기보다는 작은 제트기”라며 “LG그룹이 전용기 매입에도 외양보다는 내실을 기하는 등 그룹 성향을 반영했다”고 전했다.

LG관계자는 “전용기를 도입한 것은 맞지만 기존 전용기의 교체 목적”이라며 “기존 전용기를 매각할 때 까지만 전용기를 운용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LG그룹은 이번 매입으로 LG상사 1대, LG전자 4대 등 총 5대의 전용기를 보유하게 됐다.


한화, 삼성과 같은 기종 도입

반면 전용기 구입설이 무성했던 한화그룹이 ‘이건희 전용기’로 유명한 항공기를 구입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지난해 9월 30일 한화그룹은 한화케미칼 명의로 보잉 737-700기 1대를 도입했다. 편명 HL7277로 알려진 이 항공기는 이미 국토해양부에 등록을 마쳤다.

HL7277은 2006년 9월 제작됐으며 20인승 규모의 보잉비즈니스 제트기 크기로 가격만 900억 원에 이른다.

이와 관련해 한화 관계자는 “한화그룹은 계열사들의 글로벌 비즈니스를 원활하게 추진하기 위해 비즈니스 제트기를 도입했다”고 말했다.

한화그룹이 보잉기를 구입함에 따라 국내에서 보잉 737-700 전용기는 모두 4대로 늘어났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HL7759), 정몽구 현대차 그룹 회장(HL7787),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HL 7277),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HL8222) 등이 같은 기종의 전용기를 타게 됐다.


현대차, ‘최고급 전용기’로 유명

사실 각 그룹들의 ‘전용기 경영’의 시초는 삼성그룹이다.

삼성은 삼성테크원 명의로 비행기를 등록했으며 헬기가 아닌 여객기급 전용기를 국내 재벌 중 유일하게 2대 보유한 것으로 유명하다.

2000년 3월 22일 삼성그룹은 삼성테크원 명의로 BD 700-1A10기를 매입해 전용기 시대를 열었다.

이후 삼성그룹은 2006년 교체한 캐나다 봄바르디어사의 글로벌 익스프레스(BD7001A10) 2대를 매입했으며, 보잉 737을 개조한 보잉 비즈니스 제트기(BBJ-737) 1대 등을 추가로 구입해 현재 모두 3대를 보유하고 있다. 이 중 13인승인 글로벌 익스프레스의 경우 항속거리가 짧아서 미국을 여행할 때 중간 급유를 받아야 하지만, BBJ-737은 직항이 가능해 이동시간을 크게 줄일 수 있고 실내공간이 넓어 업무용 전용기 가운데 최고급 기종으로 통한다.

재계 관계자에 따르면 “이 같은 삼성의 전용기는 이 회장은 물론 이윤우 삼성전자 부회장 등이 해외에 나갈 때 자주 이용한다”고 전해진다. 또한 이재용 사장도 전용기 단골 승객으로 알려져 있다.

삼성그룹이 ‘전용기 경영’의 시초로 유명하다면 현대차그룹은 ‘최고급 전용기’로 유명하다. 2009년 2월 5일 현대차그룹도 국토해양부에 전용기 등록신청을 마쳤다.

현대차그룹이 도입하기로 한 기종은 B737-700기종으로 정확한 모델명은 B737-75G 이다. 이 비행기는 100인승 보잉 737-700을 18인승으로 개조한 것으로 우리나라 전용기 가운데 최고급 기종으로 꼽힌다.

특히 이 기종에는 침실과 회의실 등 각종 고급시설을 비롯해 인터넷, 팩스, 전화를 사용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디어 재벌인 루퍼트 머독 등 해외 CEO들이 애용하는 기종으로 유명세를 떨쳤다.

현대차 그룹은 이 항공기를 약 900억 원에 매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글로벌 경영 위해 전용기 구매 높아져

현재 공군기 등을 제외하고 국내에 등록된 항공기는 2010년 기준 496대다. 이 중 자가용으로 분류된 항공기는 비행기와 헬리콥터 등을 포함해 모두 149대다.

전용기 현황을 살펴보면 삼성테크원이 비행기 2대, 삼성병원이 헬리콥터 1대, SK텔레콤이 비행기 1대와 헬리콥터 1대, 현대자동차(회장 정몽구)가 비행기 1대 등등 국내 여러 기업이 전용기를 가지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처럼 재계의 전용기 경영에 대해 한 재계 관계자는 “몇 개국을 한 번에 다녀오거나, 직항로가 없는 국가를 방문할 때는 전용기를 이용하면 시간을 대폭 줄일 수 있다”며 “비용 부담을 상쇄할 수 있는 시간절약 효과 때문에 전용기 경영이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지영 기자] sky1377@dailyp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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