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과 LG가 각자 다른 3D 구동방식을 두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세계적인 TV 제조업체인 소니가 캐스팅보트로 떠오르고 있다.

TV 시장에서 예의 강력한 영향력을 회복하고 있는 소니의 선택이 삼성과 LG의 3D 구동방식 점유율에 큰 영향을 줄 것이기 때문이다. 삼성과 LG는 각각 셔터안경식과 편광안경식을 내세우며 설전을 벌이고 있다.

1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셔터안경식과 편광안경식은 서로 양립할 수 없는 기술이며, 올해는 향후 전개양상을 가늠할 수 있는 분기점이 될 전망이다.

삼성은 "셔터안경식은 이미 대세로서 검증됐다"는 입장이며, LG는 "궁극적으로는 점유율 100%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대세는 셔터안경식이다. 삼성전자 외에 소니, 샤프, 파나소닉 등 TV 시장의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업체들이 이를 채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LG가 내놓은 필름패턴 편광안경식(FPR)은 LG전자 외에 비지오, 필립스 등이 쓰고 있다.

이런 가운데 LG 측에서 최근 소니를 자주 거론하고 있어 주목되고 있다. 최근 권영수 LG디스플레이 사장은 "소니가 FPR 3D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LG 관계자들도 직간접적으로 소니를 자주 입에 올리고 있다.

궁극적으로 FPR 3D를 업계 표준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전통의 강자인 소니를 움직이는 것이 최우선이라는 판단 때문으로 풀이된다.

특히 최근 소니는 글로벌 TV시장에서 다시 기지개를 켜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디스플레이서치에 따르면 소니는 지난해 4분기 전 세계 평판TV 시장에서 전기 대비 2.4%포인트 성장한 14.2%의 점유율로 2위에 올랐다. 7분기 만에 LG전자를 제치고 2위 자리를 꿰찼다. LG전자는 0.8%포인트 떨어진 12.7%의 점유율로 3위로 내려앉았다.

TV 세트를 두고 소니와 경쟁하는 LG전자에게는 뼈아픈 결과지만, LG디스플레이, LG이노텍, LG화학 등 FPR 3D와 관련된 그룹내 부품업체들은 어떻게든 소니와 협업을 해야하는 처지다.

소니는 아직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소니 관계자는 "앞으로도 브라비아 3D TV는 셔터안경식으로 출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근 국내에 출시한 3D TV 신제품에도 셔터안경식을 채용했다.

소니는 오히려 기술방식 보다는 3D 콘텐츠를 강화하는데 더 힘을 쏟는 모양새다.

다만 업계 일부에서는 LG가 FPR 3D의 점유율을 올리는데 모든 역량을 동원한다는 전제 하에 그 결과는 아직 속단할 수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 3D TV 시장이 완전히 무르익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에 삼성전자 관계자는 "소니가 구동방식을 바꿀 것이란 얘기는 들어보지 못했다"며 "소니의 설명처럼 생생한 3D를 즐기는데 가장 적합한 방식은 셔터안경식"이라고 말했다.

윤부근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사장은 최근 기자들과 만나 "다른 TV 제조업체들이 FPR을 채용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LG 입장에서는 기존 편광안경식과 FPR이 엄연히 다른 기술이라는 점을 계속 알릴 것으로 예상된다"며 "전자업계 강자인 소니의 행보가 앞으로 3D TV 기술논쟁에 결정적인 역할을 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또다른 관계자는 "국내 유통가에서는 LG전자 3D TV의 판매량이 삼성과 얼추 비슷하다는 소리도 들린다"며 "판도 변화 조짐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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