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홍준철 편집위원] 청와대 개각이 2차 북미정상회담 이후로 미뤄졌다. 당초 개각은 지난 설 연휴 직전 이뤄질 것으로 전망이 됐지만 다시 설 이후→2차 북미정상회담 직전→북미정상회담 이후로 3차례 미뤄졌다. 그 배경에는 인사청문회 통과 여부와 함께 후임 장관 후보들이 고사하거나 전현직 정치인이 막판 총선 출마로 선회하면서 개각이 미뤄졌다는 후문이다. 문재인 대통령 집권 3년 차를 맞이해 단행될 개각을 둘러싼 전후를 알아봤다.

청와대 전경, 뉴시스
청와대 전경, 뉴시스

- 김부겸 장관 후임 ‘유력’ 원혜영 고사, ‘꼬인’ 개각 시기
- 관료·전문가 청문회 통과 ‘불투명’ 박영선 법무, 우상호 문체?

문재인 대통령의 집권 3년 차를 이끌 개각 인선이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 설 전에서 설이후로, 다시 2.27 북미정상회담전에서 이후로 미뤄졌다. 집권여당에서는 개각 대상이7~8명선으로 마무리 단계로 발표만 남았다며 북미정상회담 전에 발표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 대상도 김부겸 행정안전부, 김영춘 해양수산부, 김현미 국토교통부,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함께 국회의원은 아니지만 출마가 유력한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등 교체가 확실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유임이 유력한 가운데 조명균 통일부장관과 박상기 법무장관의 교체 가능성이 크다고 여권 인사들은 전했다.

일부 개각 '관료.전문가'에서 '정치인'으로 선회

이에 후임 장관 이름도 실명으로 정치권에서 돌았다. 통일부장관에는 김연철 통일연구원장, 해양수산부 장관에는 김인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와 김양수 현 차관이 거론됐다. 국토부 장관에는 박상우 한국토지주택공사 사장과 국토부 장관을 지낸 최정호 전북 정무부지사가, 문체부 장관에는 박양우 전 문화관광부 차관이 물망에 올랐다. 법무장관 후보로는 김인회 인하대 교수, 한인섭 서울대 교수 등이 후보로 거론되됐다.

하지만 청와대는 북미정상회담 전 개각이 있을 것이란 보도에 즉각 반박했다. 지난 11일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개각은 특별한 변수가 없는 한 2월에는 없다”고 반박했다. 또한 이 인사는 “당분간은 개각에 신경쓰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청와대의 개각 발표가 늦어진 배경을 두고 정치권에서는 이런저런 관측이 나왔다.

우선, 청와대가 인사청문회를 무사히 통과할 무결점 인사를 찾다 보니 늦어진다는 관측이 많다. 문 대통령은 취임 초 이른바 5대 인사원칙 위배 논란으로 홍역을 겪었다. 문 대통령은 지난 대선 과정에서 ‘인사 5대 원칙’을 세웠고 위장 전입, 논문 표절 등에 해당되는 인사는 임명하지 않겠다고 공약했다.

하지만 첫 인사인 이낙연 국무총리, 강경화 외교부 장관의 청문회 과정에서부터 가족의 위장 전입 의혹에 휩싸여 이 원칙은 무너졌다. 이후 청와대는 5대 원칙을 ▲병역기피 ▲세금탈루 ▲불법적 재산증식 ▲위장 전입 ▲연구 부정행위 ▲음주운전 ▲성 관련 범죄 등 ‘7대 원칙’으로 수정하면서 기간 등의 조정을 통해 세부 기준을 낮췄다.

그러나 야당에서 문 대통령의 대선공약인 인사 배제 원칙을 들어 인사청문보고서 채택을 거부해 장관급 인사의 경우 8차례나 인사청문 경과 보고서 채택 없이 임명되는 오점을 남겼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을 비롯해 강경화 외교부·송영무 국방부·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조명래 환경부 장관과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이효성 방송통신위원장에 이어 홍남기 경제 부총리겸 기획재정부 장관까지 현 정부 들어 보고서 채택 없이 임명됐다.

조해주 중앙선거관리위원의 경우에는 자유한국당의 인사청문회 자체를 거부해 청문회를 거치지 않고 임명됐고 ‘조해주 방지법’을 한국당에서 발의하기도 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청와대에서조차 개각설이 불거질 때마다 “장관 임명은 청문회도 준비해야 하고 검증에 더 많은 시간이 걸려 시기를 예측하기 힘들다”고 토로했다.

결국 청와대는 전문가·관료 집단을 중심으로 인사 검증을 하다가 최근에는 현직 의원을 중심으로 검증에 착수했다. 그나마 정치인 출신들이 인사청문회 통과가 무난하다는 판단이 고려됐다. 이에 통일부장관 후임으로 이인영 의원, 법무부 장관 후임으로 박영선 의원, 문화체육부 장관 후임으로 우상호 의원 등이 다시 거론됐다.

박 의원과 우 의원의 경우 개각설이 처음 나올 때부터 입각 대상으로 하마평에 오른 인사들이었다. 하지만 당내에서 비주류에다 무소속 손금주, 이용주 의원 입복당과 관련해 ‘친문 순혈주의’라고 비판하면서 친문 주류와 각을 세워 입각은 물 건너갔다는 평이 많았다. 이에 청와대에서도 두 인사의 입각에 대해 부정적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총선 출마 인사 배제…원혜영 ‘출마’로 가닥 ‘무산’

하지만 인사청문회 파행으로 인한 국정 혼란보다 인사잡음 없이 청문회 통과가 우선이라는 판단으로 현직 의원에 대한 검증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아울러 두 인사 모두 차기 서울시장 출마를 염두에 두고 내년 총선 출마를 포기한 점 역시 청와대가 검증 절차에 들어간 주된 요인으로 알려졌다.

한편 개각이 뒤로 늦춰진 또 다른 원인으로는 총선 출마 인사 배제 원칙이 한몫하고 있다. 이번에 교체가 확실한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 후임으로 5선의 원혜영 의원이 유력했다. 원 의원 역시 내년 4월 총선에서 불출마할 뜻을 지인들에게 밝히면서 입각은 기정사실화되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김원기 전 국회의장, 유인태 사무총장 등 옛 국민통합추진회의(이하 통추) 멤버들이  통추 출신인 원 의원에게 차기 국회의장으로 나서야 한다고 적극 설득하면서 다시 총선 출마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통추란 1992년 대선 패배 후 은퇴를 선언했던 DJ가 1995년 9월 새정치국민회의를 창당하고 정계로 복귀할 당시 DJ 정계복귀를 비판하고 새정치국민회의 창당에 반대하는 인사들 만든 모임이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비롯해 이철, 박계동, 김정길, 김원웅 등이 대표적인 인사들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청와대 개각은 재차 늦춰질 수밖에 없었다. 청와대에서는 개각 관련  “검증이 끝나는 대로 순차적으로 하지 않고 한꺼번에 발표할 예정”이라며 “막판에 한 명이라도 안 되면 늦어질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청와대가 인사에 신경쓰는 주된 이유는 올해는 전국 단위 선거가 없는 데다 힘 있게 집권 3년 차를 출발해야 하는 입장에서 인사로 인해 국정 운영의 발목을 잡히는 데 대한 우려가 깔려 있다. 아울러 경제를 중심으로 국정에 올인할 수 있는 유일한 해라는 점도 개각 발표에 신중을 기할 수밖에 없다는 게 여권 내 시각이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