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사과하라” vs “사과할 사안 아니다”

문희상 국회의장. [뉴시스]
문희상 국회의장. [뉴시스]

[일요서울 | 조택영 기자] 최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일본 왕의 사죄가 필요하다고 말한 문희상 국회의장의 발언이 외교문제로까지 번지는 모양새다. 일본 외무상은 문 의장에게 말조심하라는 식으로 날선 반응을 보이고 있다. 여기에 일본 관방장관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까지 나서 한국 정부에 사죄와 철회를 요청하고 나섰다.

외무상관방장관총리까지 날선 비판한국 정부 사죄 요청도

강창일 어디 남의 나라 국회의장에게 무례하다는 용어 쓰나

앞서 지난 8일 미국 블룸버그 통신은 문희장 국회의장이 인터뷰에서 아키히토 일왕에 대해 전쟁범죄 주범의 아들이라고 칭한 뒤 만약 그런 사람이 어르신들의 손을 잡고 정말로 미안하다고 한다면 그 한마디로 문제를 완전히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발언했다고 보도했다.

문 의장의 이 같은 발언에 대해 일본 정부는 연일 날선 반응을 보이고 있다. 또 일본 언론들은 문 의장의 발언을 일제히 주요기사로 보도하며 큰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

아베 정말 놀랐다

아사히 신문 보도에 따르면, 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은 지난 10일 문 의장의 인터뷰 내용과 관련해 발언에 조심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 문제는 한일협정으로 완전히, 최종적으로 정착됐다고 믿고 있다. 제대로 된 올바른 인식에서 발언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스가 요시히데 일본 관방장관도 지난 12일 정례 기자회견에서 우리나라(일본)는 고위급을 포함한 외교 루트를 통해 한국 측에 ‘(문 의장 발언은) 대단히 부적절한 내용으로 매우 유감이라는 입장을 엄중히 전했으며 강력하게 항의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한국 측에 사과와 (문 의장 발언의) 철회를 요구했다고 전했다.

스가 장관은 그러면서 “(문 의장의 인터뷰가 보도된) 지난 8일에는 외무성 국장급에서 (주한 일본대사관에) 항의를 했으며, 9일에는 나가미네 (야스마사 주한 일본) 대사가 한국 외교부 제1차관에게 재차 항의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일본 항의에 대해 한국 측이 어떤 반응을 보였냐는 기자의 질문에 문 의장 측이 ‘(문 의장은) 한일관계를 중시하며 양국 관계가 미래지향적인 관계가 되기를 바란다라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낸 것으로 알고 있다. 한국 정부도 이번 (문 의장의) 발언이 한일관계 개선을 바라는 문 의장의 마음에서 나온 것이며 보도 방식은 문 의장의 본의가 아니었다라는 설명이 있었다면서도 문 의장의 발언은 매우 부적절했다라고 재차 강조했다.

지난 12NHK 및 니혼게이자이신문 등에 따르면,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이날 중의원 예산위원회에서 문 의장의 발언에 대해 정말 놀랐다면서 “(한국 측에) 강력히 항의하고 사죄와 철회를 요청했다라고 밝혔다.

그는 외교경로를 통해 한국 측에 문 의장의 발언은 대단히 부적절한 내용을 포함하고 있으며 매우 유감이라는 취지로 엄격히 항의했다라고 덧붙였다.

생각 변함없다

일본 정부의 비판이 잇따르자 외교부는 “(문 의장의 발언은 일본이) 진정성 있는 자세를 보여줄 필요가 있다는 취지의 언급이라고 밝혔다.

노규덕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 12일 정례브리핑에서 이 발언은 위안부 피해자분들의 명예존엄 및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서는 피해자 중심 접근에 따라 일 측이 진정성 있는 자세를 보여줄 필요가 있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취지의 언급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이같이 말했다.

외교부의 해명에도 한일 국회의원 모임의 일본 측 대표인 자민당 누카가 후쿠시로 일한의원연맹 회장은 지난 13일 이낙연 총리를 만나 문 의장의 발언에 대해 항의했다고 NHK가 보도했다.

방송에 따르면 누카가 회장은 이날 이 총리와 1시간가량 회담을 했으며, 이 자리에서 문 의장의 발언과 관련해 귀를 의심할 만한 발언이다라며 일한관계에 마이너스(가 되는 것으로) 용서하기 어렵다. 반성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나 2차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미국을 방문한 문 의장은 지난 12(현지시간) “이 일은 사과할 사안이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방미 국회 대표단에 따르면 문 의장은 이날 워싱턴 D.C의 한 한식당에서 열린 특파원 기자 간담회에서 “10년 전부터 이야기한 평상시 지론이다. 근본적 해법에 대해 지금도 그렇게 생각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문 의장은 나는 늘 그렇게 생각한다. (근본적 해법) 딱 한 가지는 진정 어린 사과라며 피해자가 있기 때문이다. 합의서가 수십 개 있으면 무얼 하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피해자의 마지막 승복, 용서한다는 말이 나올 때까지 사과하라는 것이라며 진정성 있는 사과 한마디면 끝난다는 데에 (내 발언의) 본질이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고 김복동 할머니가 원한 건 (아베 총리가 자신에게) 엽서 하나라도 보내달라는 것이었다면서 그런데 ‘(그럴 생각이) 터럭만큼도 없다’ ‘일말의 생각의 여지가 없다는 답변을 하니 마무리가 안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김 할머니가 돌아가셨을 때 조화를 보내고 문상이라도 한 번 갔으면 문제가 해결됐을 것이라며 사과를 해야 한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14일 문 의장의 발언을 지지했다. 송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문희상 의장님의 일왕 관련 발언은 옳다면서 현재 한일관계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일본을 대표해 아베 총리나 아키히토 일왕이 피해자들에게 진실된 사과를 하면 된다고 밝혔다.

같은 날 한일의원연맹 회장인 강창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문 의장에게 무례하다고 말한 일본 외무상을 향해 어디 남의 나라 입법부 수장, 국회의장에게 감히 무례하다는 용어를 쓸 수 있느냐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문 의장의 발언에 대해 극히 상식적인 얘기를 했다고 동조했다.

일본 측은 문 의장이 일본사회가 신성시하는 일왕을 언급했다는 점에 주목한 것으로 보인다. 일본의 항의는 지속될 것으로 전망돼 양국의 외교 갈등은 더욱 얼어붙을 조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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