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 | 고정현 기자] 수행 여비서 김지은 씨(34)를 성폭행한 혐의로 2심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된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아내 민주원 씨(54)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민 씨가 “미투 아닌 불륜(不倫)”이라고 직격탄을 날렸기 때문. 그는 김 씨에 대해서 “안희정 씨와 불륜을 저지르고도 그를 성폭행범으로 고소했다”며 “불륜을 저지른 가해자(김 씨)가 피해자가 되는 상황을 더 이상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다. 민 씨는 이 같은 주장을 최초 사태가 터졌을 때부터, 이후 법정에서도 시종일관 고수해 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민 씨가 안 전 지사에게 실형이 선고된 현시점에 칼을 뽑아 들자 일각에서는 ‘안희정 구하기’의 일환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민 씨가 글에서 “안희정을 용서할 수 없다”고는 했지만 결국 ‘위력이’ 아닌 ‘불륜’ 임을 주장하면서 궁극적으로는 안 전 지사를 변호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김 씨 측은 “2차 가해 행위”라고 반발했다. 김 씨는 ‘불륜’이 아니라 ‘위력’이라는 입장이다.

 

- ‘安 용서 못 한다’지만... “사실 확인 없이 작심 판결” 항소심 재판부 직격
- “김지은, 자신 주장 모순 알아 진술 번복...” ‘상화원 사건’ 현장 공개

안 전 지사의 부인 민주원 씨는 안 전 지사의 첫사랑이자 정치적 동지로 알려졌다. 안 전 지사와 민 씨 부부는 고려대 83학번 동갑내기 캠퍼스 커플로 만나 학생운동 시절부터 30여 년을 함께한 정치적 동지였다.

민 씨는 노무현 정부 초기 안 전 지사가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수감생활을 하는 등 정치적 시련을 겪을 때마다 버팀목 역할을 했다. 2017년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과정에선 남편과 함께 드라마 ‘도깨비’ 패러디 사진을 찍는 등 애정 표현도 서슴지 않았다.

안희정 2심 ‘실형’에
“김지은 거짓말 밝힐 것”

안 전 지사의 전 수행비서 김지은 씨가 성폭력을 폭로한 뒤에도 민 씨는 안 전 지사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민 씨는 지난해 7월 1심 공판에서 안 전 지사 측 증인으로 출석해 “(과거부터 김 씨가) 안 전 지사를 불안에 빠뜨릴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당시 민 씨는 법정에서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민 씨는 상화원 관련 진술을 이어가던 중 “피고인을 한 번도 의심해본 적이 없고, 상화원 이후에도 그랬다”며 “김 씨가 일방적으로 좋아한다고 생각했을 뿐”이라고 했다. 이후 민 씨의 증언 등을 검토한 1심 재판부는 김 씨가 피해자다움이 없으며 진술에도 신빙성이 없다며 안 전 지사의 무죄를 선고했다.

하지만 2심 재판부의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수행비서로서 업무를 성실히 수행한 피해자의 모습이 실제 간음 당한 피해자의 모습이 아니라고 할 수 없다”면서 안 전 지사에게 징역 3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이에 민 씨는 13일 밤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번 사건은 용기 있는 미투가 아닌 불륜사건”이라며 항소심 재판부의 판단을 비판했다. 민 씨는 “불륜을 저지른 가해자가 피해자로 둔갑했다. 이 사건의 가장 큰 피해자는 자신”이라며 “김지은은 안희정과 불륜을 저지르고도 그를 성폭행범으로 고소했다. 2심 재판은 사실 확인도 제대로 하지 않고 작심한 듯 판결했다. 이제 안희정이나 김지은에게 죄를 물을 수도 벌을 줄 수도 없어졌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지은과 안희정을 용서할 수 없다. 두 사람이 내 가정을 파괴했다”라며 “김지은이 적극적으로 내 남편을 유혹했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 “안희정을 두둔하기 위해 이 글을 쓰는 것이 결코 아니다”라며 “내가 알고 있는 사실을 통해 김지은의 거짓말을 하나씩 밝힐 것”이라고 했다.

민 씨는 1심과 2심이 다르게 판단한 이른바 상화원 리조트 사건을 상세하게 기술하며 이와 관련된 김 씨의 주장이 모두 거짓이라고 했다. 또 김 씨의 1심과 2심 진술이 일치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지난 2017년 8월 충남 보령의 휴양시설 상화원에서 주한 중국대사 부부를 접대하는 일정 중에 벌어진 사건과 관련해, 상화원 내부를 담은 영상과 사진을 공개하며 “부부 침실까지 침입한 행태를 성폭력 피해자가 할 수 있는 행동이라고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고 한 것이다.

그는 “새벽 무렵, 김지은이 최대한 소리를 죽이고 우리 부부 침실로 들어왔다. 문 손잡이를 아주 조심히 돌려 열고 방 안으로 들어와 침대 앞 발치까지 걸어왔다. 그리고는 목을 빼고 침대에 누운 사람이 누가 누구인지 확인하듯 살펴보는 것을 보았다”라며 “나는 너무 당황했고, ‘지은아 왜?’라고 했더니 김지은은 ‘아... 어’ 두 마디를 하고는 후다닥 방에서 달려 나갔다. 도대체 이게 무슨 일인가 하고 시계를 봤더니 새벽 4시경이었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다음 날 김지은은 도청 직원들과 술을 너무 많이 마셔 자신의 방인 줄 알고 착각했다고 사과했다. 당시에는 사람을 의심하지 않는 성격인지라 그렇게 넘어갔다”라며 “그런데 재판이 진행되며 확인해 보니 그날 술을 마신 도청 직원은 아무도 없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안희정을 깨워 자신의 방으로 데려가려 한 것 같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더욱 무섭고 두려운 것은, 자신의 얼굴까지 도려내고 싶을 정도로 혐오스러운 사람과 같은 건물에 그것도 문만 열면 들어올 수 있는 바로 아래층에 자신의 방을 배정한 것이 김지은 본인이란 사실이다”라며 “확인해보니 다른 건물에 빈방도 많았다”라고 말했다.

김 씨 “이미 法 배척받은
얘기... 2차 가해”

반면 김 씨는 민 씨의 이 같은 주장을 “2차 가해”라고 비판했다. 김 씨 측 변호인은 14일 한 매체를 통해 “(민 씨의 주장은) 새로운 사실이 아니라 공개된 1심 법정에서 이미 다 주장했던 증언”이라고 밝혔다. 이어 “항소심에서 신빙성에 의심이 있고 다른 객관적 사실에 뒷받침하여 배척당한 것인데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이렇게 2차 피해 가하는 것에 대해서 매우 유감스럽다”라고 덧붙였다.

상황이 이쯤 되자 정치권은 민 씨의 폭로가 결국엔 안 전 지사를 구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민 씨가 쓴 페이스북 글은 ‘안희정 전 지사와 김지은 씨를 용서할 수 없다. ‘위력’이 아닌 ‘불륜’이었기에 가장 큰 피해자는 자신이다. 2심 재판부의 판결은 잘못됐다’ 라는 게 골자다.

안 전 지사는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김 씨를 성폭행한 혐의로 2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재판의 쟁점은 김 씨가 밤중에 안 전 지사의 방에 들어갔는지 여부였다.

이에 대해 민 씨는 “김 씨가 1심에서는 (안 전 지사와 다른 여성의) ‘밀회를 저지하기 위해’ 방 앞을 지키고 있었다고 했는데, 2심에서는 ‘뭔가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라고 말을 바꿨다”며 “자신에게 두 번이나 성폭력을 가한 가해자를 지키기 위해 방문 앞 계단에서 쪼그리고 앉아 잠이 들었다는 1심에서의 주장이 자신이 생각해도 말이 되지 않기 때문에 진술을 번복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