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문서류 작성 없이 국회 제 집 드나들 듯...

박순자 자유한국당 의원. [뉴시스]
박순자 자유한국당 의원. [뉴시스]

[일요서울 | 조택영 기자]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위원장인 박순자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 의원 아들 양모씨가 국회를 자기 집처럼 드나든 것으로 드러나 특혜 논란이 일고 있다.

수면 위 떠오른 입법보조원문제···채용은 국회의원 재량?

현직 3선 국회의원이자 국회 상임위원장까지 맡고 있는 중진의원인 박 의원의 아들이 국회를 집처럼 드나들고 있었던 사실이 지난 12MBN 보도를 통해 알려졌다. 방송은 박 의원의 아들 양 씨가 입법보조원 제도의 허점을 이용해 24시간 국회 출입이 가능한 출입증을 받은 것으로 드러나 특혜 논란이 일어나고 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양 씨는 한 중견기업 소속으로 국회 대관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국회 외부인임에도 지난해 상반기부터 최근까지 까다로운 국회 출입절차를 거치지 않고 국회를 드나들었다는 것이다. 어머니인 박 의원실 소속 입법보조원으로 등록한 덕에 가능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박 의원

최근에 알았다

양 씨는 의원실 출입증을 받았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아니다라고 부인하다가 조사할 게 있으면 제가 도와주기도 하고, 지역 활동할 때 조직 관리를 제가 하는 등의 역할이 있어서 그렇게 쓰였다고 시인했다.

박 의원은 이런 사실을 최근에 알았다고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의원은 급여는 안 받는 자리로 알고 있다. 제가 모르게 보좌관하고 얘기가 됐는지 일주일 전에 보좌관으로부터 보고를 받았다면서 국회의원의 자녀는 원래 국회 출입이 자유롭다고 항변했다.

국회의원이 엄마고 아버지면 국회 들어오는 게 뭐가 어렵겠느냐면서 절반 이상 관리를 해주는 건 사실이다. 남들한테 공개는 안 한다고 밝혔다.

민간기업과 국회의 다리 역할을 하는 대관 담당은 국회를 출입할 일이 잦다. 입법 과정에서 업계나 사측의 이해가 반영되도록 하는 게 주된 업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원칙상 모든 외부인들은 국회를 방문할 때 방문증을 작성해야 출입이 가능하다. 방문 대상, 목적, 이름과 신분 등을 적은 뒤에 안내데스크에 방문증과 함께 신분증을 제출해야 한다. 안내데스크에서는 방문하는 장소 관계자에게 확인하는 절차까지 진행한다. 이후 소지품 검사를 받는 등 까다로운 절차를 밟아야 국회에 들어갈 수 있다. 또 당일만 출입이 가능하다. 대관 직원 역시 예외는 아니다.

양 씨는 박 의원 덕분에 받은 일명 국회 프리패스 출입증을 이용해 방문 절차를 거치지 않고 자유롭게 국회를 드나들었다. 이러한 일이 생긴 것은 입법보조원 채용이 전적으로 국회의원 재량에 맡겨져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의원실에서는 입법보조원을 채용해 출입신청서를 제출할 경우 방호과는 경찰을 거쳐 출입증을 발급해 준다. 신원조회 외에는 특별한 심사가 없다.

10년 전

큰딸 호화 결혼식 논란도

현근택 더불어민주당 상근대변인은 지난 14“(박 의원 아들이) 국회에서 무엇을 했는지 밝히고, 한국당도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박 의원은 국토교통위원장을 맡고 있는 3선의 중진의원이고, 아들은 민간기업에서 대관업무를 담당하고 있다고 한다면서 그 민간기업이 (지난) 2017년 국정감사에서 대리점 갑질 의혹, 사내 성폭력 의혹 등을 지적받았던 사정을 감안하면, 아들의 역할은 충분히 짐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는 단순히 출입증을 발급해 준 것이 문제가 아니고, 가족관계를 이용해 영향력을 행사하려고 한 것이라면 공직자윤리법상 이해충돌방지의무에도 반할 수 있는 일이라며 박 의원의 각별한 가족사랑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고 말했다.

현 대변인의 말처럼 박 의원의 논란은 처음이 아니다. 당 최고위원이던 10년 전, 지역구(경기안산 단원을)에서 치른 큰딸 결혼식 때 물의를 빚은 바 있다.

박 의원은 지난 20096월 지역구에서 큰 딸의 결혼식을 치렀다. 이명박 정부 시절 여당의 최고위원이자 친이계로 분류됐던 박 의원 딸의 결혼식에는 인파가 몰렸다. 주례는 박희태 당시 한나라당 대표가 맡았으며, 이상득 전 국회부의장, 이재오 전 최고위원 등 당시 여당 실제 의원들이 대거 방문했다.

식장이었던 한양대 안산캠퍼스 게스트하우스는 한 시간 전부터 주차난이 벌어졌으며 화환은 건물 밖까지 즐비하게 늘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박 의원에게 축의금을 내고 악수를 하려는 하객의 줄이 50m 정도나 됐다. 국회의원으로서 부적절한 처사라는 비판이 잇따랐다. 일각에서는 호화 결혼식이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당시에도 박 의원은 엄마라는 점을 강조하며 그 무엇보다 소중했던 딸을 시집 보내는 엄마의 마음으로 일부 언론 보도를 통해서 논란이 된 점에 대해 너무나 안타깝게 생각하며 심심한 유감의 뜻을 밝힌다고 전했다.

국가적으로 어려운 상황을 고려해 검소하고 소박하게 치르기 위해 노력했다면서 하객에게 제공된 음식도 갈비탕이나 국수였다고 밝히기도 했다.

한편 논란이 거세지자 박 의원은 아들의 출입증을 반납했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과거와 이번 논란을 포함해 공직자 임에도 공과 사를 구분하지 못한다’, ‘윤리 규범조차 지키지 못한 행태가 반복된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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