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고유가 상황과 맞물려 기름 값이 가정경제에 부담으로 작용하면서 하이브리드 카 등 고연비차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현대차와 기아차가 다음 달 2일께 각사의 대표 중형차인 쏘나타와 K5의 하이브리드 모델을 출시할 예정이어서 국내 하이브리드 시장 활성화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덕분에 그동안 국내에서 푸대접을 받았던 하이브리드 카가 주목받고 있다.

일본과 미국 등 하이브리드 카 보급률이 높은 해외와 달리 국내에서는 비싼 가격과 연비에 대한 불신 탓에 제대로 자리를 잡지 못했다.

대표적인 것이 현대·기아차가 내놓은 아반떼와 포르테 LPi 하이브리드 카다. LPG를 연료로 하는 차인 탓에 연비가 부정확한데다 가격도 비싸 판매가 신통찮았다.

더욱이 기술적 자립보다 토요타 등 일본 업체가 독점하다시피 한 하이브리드 특허를 피하기 위해 만든 차량이라 연비 등 기술적 한계가 있었다.

하지만 유가상승 기류와 맞물리면서 최근 판매가 소폭 늘었다. 아반떼 하이브리드는 3월 100대 이상 늘어난 288대가 팔렸다. 포르테 하이브리드 역시 지난달 232대나 팔리며 100대 가량 늘었다.

자동차업계에서는 일반 모델보다 500만원 이상 비싼 하이브리드 카 판매가 증가하는 것이 최근 유가상승과 맞물려 있다고 보고 있다. 연비가 우수한 하이브리드 카에 대한 소비자 인식이 달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달 초 열렸던 '2011 서울모터쇼'에서도 하이브리드 카를 비롯한 각종 친환경 차들이 대거 출시된 것도 이런 상황과 관련돼 있다.

특히 현대·기아차는 이번 모터쇼에 쏘나타와 K5 하이브리드 모델을 선보여 관람객들의 시선을 모았다. 국내 완성차 업체가 출시한 첫 번째 가솔린 하이브리드 모델들이기 때문이다.

이 두 차종에는 성능과 연비개선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하이브리드 전용 파워트레인인 누우 2.0 엔진과 6단 자동변속기, 30㎾급 전기모터가 적용됐다.

최고출력은 엔진 출력 150마력, 전기모터 출력 41마력 등 총 191마력으로 하이브리드차량의 단점으로 지적된 저출력 문제도 해결했다. 연비는 21.0㎞/ℓ(연구소 자체 측정치)로 일반 가솔린 모델보다 8㎞ 더 간다.

특히 사상 처음으로 270V 리튬이온 폴리머 배터리를 장착해 중형급 하이브리드 차량에 걸맞은 출력을 실현했다. 전기모터로 주행하는 저속 구간에서 엔진소리가 들리지 않아 주변 보행자들이 차량에 부딪힐 수 있어 '가상엔진 사운드 시스템'도 적용했다.

문제는 가격이다. 그동안 토요타와 혼다 등 수입차 업체들도 획기적인 성능과 연료 효율성을 갖춘 각종 하이브리드 모델을 국내에 선보였지만 비싼 가격 때문에 찬바람을 맞았다.

그나마 최근 가격 경쟁력을 갖춘 하이브리드 모델들이 연이어 등장하면서 판매가 소폭 늘고 있다.

렉서스의 'CT200h'는 2월 출시 이후 같은 달 175대가 팔렸고, 지난달에는 187대가 팔렸다. 연비 25.4㎞/ℓ로 기본 모델이 4190만원 선이다. 비교적 가격 경쟁력을 갖췄다.

내달 출시되는 K5 하이브리드 카는 가솔린 모델보다 550만원 가량 비싼 2900만원대 중반에서 시판가격이 결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쏘나타 하이브리드는 미국에서 기본형이 2만5795달러(약 2900만원)에 프리미엄 모델이 3만795달러(약 3400만원)에 팔리고 있다. 국내 가격은 일반차보다 500만원 가량 비쌀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 차량이 국내 시장에 진출하는 내달이면 하이브리드 카 시장 확대를 주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장기적 관점에서 보면 초기 구입비용이 조금 비싸더라도 연비가 좋고 정부 지원을 받기 때문에 결과로는 이익이기 때문이다.

기름 값만 봐도 하이브리드 모델이 가솔린 차량보다 ℓ당 8㎞ 가량 더 달린다. 연간 2만㎞를 주행할 경우 대략 100만원 가량 비용을 줄일 수 있다. 4년만 타면 추가비용을 회수할 수 있다는 말이다. 내년 말까지 최고 310만원의 세제 혜택도 받을 수 있어 일거양득이다.

전문가들도 기술적 독립을 이룬 현대·기아차의 가솔린 하이브리드 모델들이 향후 국내 시장을 키워 장기적으로 발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과 교수는 3년 전 현대·기아차가 내놓은 아반떼와 포르테 LPi 하이브리드와 달리 쏘나타와 K5 하이브리드 카가 국내 하이브리드 카의 원년을 여는 차량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 교수는 "쏘나타와 K5 하이브리드 모델이 출시되면 국내 하이브리드 시장이 훨씬 더 커질 것"이라며 "일본 특허를 피해 기술적 독립을 이룬 최초의 하이브리드 카인만큼 국산 하이브리드 카의 원년을 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현대·기아차가 GM과 토요타의 기술 독점을 극복하고 연비와 출력이 우수한 차량을 만든 만큼 시장성도 높다"며 "이들 차량으로 인해 친환경차 시장에 대한 국민과 정부의 인식이 높아지는 등 시장 활성화에 한 몫을 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주력산업팀장(박사) 역시 "최근 고유가로 인해 연비 좋은 차들이 많이 팔리기 때문에 하이브리드 카 시장성은 좋다. 미국에서도 하이브리드 카가 없어서 못 파는데, 일본 지진으로 공급이 끊겨 가격까지 올랐다"며 "유가가 오르고 있기 때문에 국내외 시장성 밝지만 3세대로 진화한 일본차와 달리 가솔린으로는 첫 번째 모델이기 때문에 성능 등에서 어떻게 평가를 받는지가 장기적인 판매를 좌우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고유가로 고연비차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는 상황에서 등장하게 된 쏘나타와 K5 하이브리드 모델들이 국내 자동차 시장에 하이브리드 카 열풍을 불러올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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