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검출 없이도 ‘형사처벌’ 가능”

서울 강남구 역삼동 버닝썬 입구 앞 모습. [뉴시스]
서울 강남구 역삼동 버닝썬 입구 앞 모습. [뉴시스]

[일요서울 | 조택영 기자] 서울 강남 클럽 버닝썬사건에 이목이 집중되는 가운데 의혹의 중심에 있는 향정신성물질인 일명 물뽕(물 같은 히로뽕)’ 범죄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가해자가 물뽕을 사용해 피해자의 정신을 잃게 한 뒤 성범죄 등을 저지르지만 성분이 몸 밖으로 빠르게 빠져나와 처벌이 어렵지 않냐는 우려가 큰 상황. 그러나 경찰은 그렇지 않다고 잘라 말한다.

GHB 이용한 성범죄, 과거 수차례 사회적 문제 일으켜

소변·혈액 등에서 검출 시간 짧아 처벌 불가능우려 커

최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하 국과수)과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 등에 따르면 물뽕의 화학적 명칭은 GHB(gamma-hydroxybutyrate). 1960년대 마취제로 개발돼 과거에는 수면마취제로도 사용됐다.

졸음, 환각, 현기증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미국에서는 1990년대부터 데이트 강간 약물(Date Rape Drug)’로 불렸다. 범죄 등에 악용되며 지난 2000년 규제 약물로 지정돼 사용이 금지됐다. 국내에서는 지난 2001년에 향정신성의약품으로 지정됐다.

국내에서도 GHB를 이용한 성범죄가 있었다. 지난 2008년에 강남 부유층 자제들이 여성들에게 GHB를 먹여 집단 성폭행한 사건이 있었으며 지난 2013년에도 GHB를 이용해 여성을 수차례 성폭행한 30대가 검거되기도 했다.

다만 최근 4년간 성폭력 사건에서 실제 피해자로부터 GHB가 검출된 경우는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관세청에 적발된 GHB 제조 관련 압수품. [뉴시스]
관세청에 적발된 GHB 제조 관련 압수품. [뉴시스]

혈액 30·소변 1시간

최고농도 돌입 후 배설

국과수에 따르면 지난 2015년부터 2018년까지 수사기관 등으로부터 마약 감정 의뢰를 받은 건 중 GHB가 검출된 사례는 총 15건이다. 연도별로는 20153, 20163, 20174, 20185건이다.

국과수 관계자는 “15건은 모두 압수품에서 검출된 것이라며 성폭력 피해자의 소변이나 혈액에서 검출된 사례는 없었다고 밝혔다.

성범죄에 있어서 GHB 검출 건수가 없는 것은 이 약물의 특성과도 관련이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다른 마약류나 향정신성물질에 비해 체내 배출 시간이 짧다는 점이다.

GHB는 체내에 흡수돼 혈액에서는 30분 이내, 소변에서 1시간 내 최고 농도에 도달했다가 몸 밖으로 배설된다는 게 국과수의 설명이다. 체중 kg100mgGHB를 복용한 성인의 경우 불과 12시간이 지났을 때 소변에서 GHB가 검출되지 않았다는 문헌 보고도 있다.

소변이나 혈액 등에서 GHB 검출 가능 시간이 짧기 때문에 성범죄 사건 후 바로 시료를 채취하지 않는 이상 GHB 검출이 어렵다는 설명이 가능하다. GHB를 이용한 성범죄 사건에 대한 처벌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대목이다.

가짜 물뽕

판매·구입도 형사처벌

그러나 수사기관은 피해자에게 마약 성분이 검출되지 않아도 가해자가 마약 관련 혐의점이 있다면 형사처벌이 가능하다고 설명한다.

한 경찰 관계자는 “GHB 검출이 쉽지 않은 것은 사실이지만 마약류는 투약 뿐 아니라 소지, 제조, 판매, 유통 등으로도 처벌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GHB를 이용해 범죄를 저질렀거나 당했다는 증거가 없더라도 다각도로 처벌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버닝썬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도 이를 염두에 두고 클럽 내 마약 유통 의혹을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GHB가 무분별하게 유통된다는 사실도 실제가 아닐 수 있다는 의견이 있다. GHB라고 판매되는 것들이 사실상 가짜라는 뜻이다.

국과수 관계자는 최근 시중에서 GHB가 많이 유통된다는 식으로 언론보도가 나오고 있지만 유통되고 있는 제품이 실제 GHB를 함유한 것인지는 분석하지 않고선 단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GHB로 의심돼 의뢰됐던 감정물 대부분에는 GHB가 함유돼 있지 않았다면서 따라서 시중에 유통되는 상당수 제품이 GHB가 들어있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지난 2004년에는 렌즈세척제를 GHB라 속이고 판매한 20대가 검거됐다. 지난 2012년에는 현역 군인이 수돗물을 GHB라고 속여 판매해 덜미가 잡히기도 했다.

물론 가짜라도 이를 속여 판매한 이와 물뽕을 구입하고자 돈을 지불한 사람들은 모두 형사처벌을 피할 수 없다.

경찰 관계자는 판매자의 경에는 사기죄를 적용할 수 있다면서 구입자들은 마약을 구입할 목적으로 거래를 한 것이기 때문에 마약류관리에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입건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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