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시 합격률 매년 하락세…지난해 49.35%로 ‘최저’

지난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효자파출소 앞에서 열린 '전국 법학전문대학원생 총궐기 대회'에서 법학전문대학원생들이 손피켓을 들고 있다. 이날 법학전문대학원 원우협의회는 정부에 변호사시험 합격률을 높이고 로스쿨의 정상화를 촉구했다. [뉴시스]
지난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효자파출소 앞에서 열린 '전국 법학전문대학원생 총궐기 대회'에서 법학전문대학원생들이 손피켓을 들고 있다. 이날 법학전문대학원 원우협의회는 정부에 변호사시험 합격률을 높이고 로스쿨의 정상화를 촉구했다. [뉴시스]

[일요서울 | 강민정 기자]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이 올해로 열 돌을 맞았다. 로스쿨은 당초 사법고시 제도의 폐해로 여겨졌던 ‘사시낭인’ 문제를 해결하고자 지난 2009년 3월 도입된 제도다. 하지만 고정된 합격자 수로 인한 응시생 누적, 매해 상승하는 변호사시험 합격 커트라인 등으로 인해 처음의 취지에서 벗어나 ‘변시낭인’을 만들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합격률 줄고 커트라인 오르고…1회 720점→8회 추산 910점 
정원제 선발 시험인데 ‘오탈제’ 도입까지…5회 탈락 시 응시 불가

 

“고시낭인 가니 변시낭인 왔다! 늘어가는 변시낭인 법무부는 책임져라!”

나날이 감소하는 변호사 시험(이하 변시) 합격률 추세에 뿔난 전국 법학전문대학원(이하 로스쿨) 학생들이 지난 18일 서울 종로구 청운효자동주민센터 앞에서 총궐기대회를 열고 변시 합격률 정상화를 촉구했다.

이들은 “사법시험 제도를 폐지하고 로스쿨 제도를 도입한 것은 이른바 ‘고시낭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함인데, 합격률이 50% 미만으로 떨어진 지금 매년 1500명 이상의 고시생을 양산해 내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에 따르면 변시 합격률은 2012년 1회 87.15%를 기록했으나 제3회 67.62%, 제5회 55.20% 등 매회 하락세를 보였다. 지난해 제7회 합격률이 49.35%로 알려지면서 논란이 가중됐다. 로스쿨 제도 도입 이후 최초로 50%대에 미치지 못한 것이다. 아울러 합격 커트라인 점수의 경우 1회에는 720점으로 집계됐으나 8회는 910점으로 추산돼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이들은 “변호사 시험의 합격률 정상화가 있어야만 로스쿨 학생들이 단순히 수험을 위한 암기 위주 공부를 하는 것이 아닌, 자신의 배경과 특성을 살린 공부를 해 특성화·전문화된 법조인이 배출될 수 있다”며 제8회 변시 합격률을 응시자 대비 75%으로 결정할 것, 변호사 자격을 절대평가 내지 학점이수제 등 자격시험화로 전환할 것을 주장했다. 


“로스쿨, 전문교육기관 아닌
‘변호사 시험 학원’ 됐다”


법학전문대학원 설치·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로스쿨은 ▲국민의 기대와 요청 부응에 부응하는 양질의 법률서비스 제공 ▲복잡한 법적 분쟁을 전문적·효율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전문적인 법조인 ▲법조인의 풍부한 교양, 건전한 직업윤리관 형성을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기존 사법고시 제도가 천편일률적인 법조인을 양산한다는 지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법조계 관계자는 “로스쿨의 취지는 교육을 통한 법조인 양성이다. 하지만 현재 (로스쿨 설립 때) 약속과 달리 (변시도) 사법고시처럼 진행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로스쿨 입학생은 2000명인데, 1500~1600명 정도의 고정수를 합격자로 선발하니 해마다 누적인원이 발생한다”면서 “(로스쿨) 설립 이후 10년 정도가 지나 이 인원이 굉장히 많아졌다. 이에 변시 합격률이 40%대로 하락하는 현상이 벌어지게 된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변시 제도가 ‘변호사가 될 자격이 있는지’를 평가하는 것이 아닌 정원제 선발 시험이 돼버렸다”며 “(설립 당시) 로스쿨마다 전문특성화 영역들을 지정했다. 하지만 현재 모든 로스쿨에서 변시에 나오는 것만 가르치다보니 이런 것들이 유명무실해졌다”고 설명했다.

이에 “(현재) 로스쿨에서는 전문적인 영역에 대해 교육을 할 수 없다”며 “(예비 법조인이) 어떤 전문분야에서 법조인으로 활동하고 싶은지와 관계없이 변호사 시험 학원이 돼 버렸다”고 비판했다.

변시 합격자를 고정수로 선발해 매해 누락자가 증가한다는 의견에 대해 대한변협 관계자는 “로스쿨 입학생들도 입학 당시부터 순차적으로 (합격자) 숫자가 감소한다는 것을 인지하고 들어왔다. 이미 그때 예상 가능한 수치였다”며 “변시 합격자 수는 변협에서 독단적으로 정하는 것이 아니라 변호사시험 관리위원회에서 여러 가지 상황을 반영해 결정한다”며 선을 그었다.


‘자격시험’ 여부 놓고
찬반 팽팽히 맞서


뿐만 아니라 변시의 경우 5번 이상 탈락하게 되면 앞으로 응시 자격이 주어지지 않아 ‘오탈자’ 문제를 양산하기도 한다. 로스쿨 관계자들은 이로 인해 ‘변시 낭인’이 생겨난다며 지속적으로 문제 제기를 해 왔다. 이에 대해 법조계 관계자는 “기본권 침해”라며 “로스쿨 설립 때 이에 대해 수긍하고 넘어간 이유는 순수 자격시험으로 운영한다는 것을 믿고 도입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의사·약사·간호사 시험 등의 전례를 봤을 때 순수 자격시험의 경우 합격률이 80% 이상일 것이라 여겨졌기 때문”이라며 “하지만 현재 합격률은 40~50%이고, 앞으로 더 하락할 것이다. (이런) 절대적인 정원제 선발 시험에서 오탈제를 도입한 시험은 없다”고 강조했다.

현 상황을 탈피할 대안으로는 변시가 아닌 자격시험 제도 운영이 거론된다. 합격자 수에 제한을 두지 않고 로스쿨 교육 과정 이수 후 시험 등 선발 과정을 거쳐 ‘변호사 자격이 있다’고 여겨질 경우 변호사 자격을 부여하자는 의미다.

이에 대해 권민식 사법시험준비생모임 대표는 “이전에는 법과대 4년과 실무를 배우는 사법연수원 2년 과정을 채워야만 법조인이 될 수 있었다. 현재 로스쿨은 변호사 실무 과정 6개월을 포함해도 (교육과정이) 3년 6개월에 지나지 않는다”며 “(로스쿨이) 의사 등과 비교를 하는데, 그들은 의과대 4년 졸업 후 인턴·레지던트 과정 등 오랜 시간 실무를 익혀 로스쿨 제도와는 다르다”고 피력했다.

자격시험을 요구하는 측은 사회에 더 많은 변호사를 배출해 법조계의 특권을 없애고 문턱을 낮추기 위한 수단이 자격시험화(化)라고 주장한다. 여기에 ‘법조시장의 상황’은 고려될 요소가 아니라는 의견이다.

법조계 관계자는 “로스쿨 제도 도입 취지는 변호사의 수임료를 낮추고 대중화된 변호사를 양성하자는 것”이라며 “OECD 통계를 봤을 때 우리나라는 국가 평균 법조인 수의 50%에도 미치지 못한다. 프랑스나 영국처럼 법조인 수가 많아 법조 문턱이 낮은 선진국에 비하면 10분의 1, 심한 경우 20분의 1 수준에 그친다”고 밝혔다.

반면 대한변협 관계자는 “사회에서 변호사 수가 증가해야 한다는 것은 인정하나, 현재 급격히 증가해 활동 중인 변호사 인원도 실질적으로 변호사 시장에서 흡수할 수 있는 숫자가 아니다”라며 “이에 취업이 안 되거나 (직장에서) 부당한 대우를 받는 신입 변호사들이 생긴다. 수요와 공급이 맞지 않아 발생하는 문제”라고 지적하며 시장에서 변호사 수가 조정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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