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만에 올랐지만 ‘진통’만 가득 

서울 택시 요금이 인상된 지난 16일 서울 한 개인택시에 종전 미터기 요금에 추가 금액을 알려주는 요금 조견표가 놓여져 있다. 승객들은 미터기 점검을 마치기 전까지 차량 내부에 부착된 요금 조견표에 따라 추가금액을 합산해 지불하면 된다. [뉴시스]
서울 택시 요금이 인상된 지난 16일 서울 한 개인택시에 종전 미터기 요금에 추가 금액을 알려주는 요금 조견표가 놓여져 있다. 승객들은 미터기 점검을 마치기 전까지 차량 내부에 부착된 요금 조견표에 따라 추가금액을 합산해 지불하면 된다. [뉴시스]

[일요서울 | 강민정 기자] 서울시 중형택시 요금이 지난 16일부터 주간 3800원, 심야 4600원으로 인상됐다. 각각 800원과 1000원이 오른 것이다. 서울시 측은 택시 노동자의 처우를 개선해 서비스 품질 향상을 꾀한다는 취지다. 하지만 이용 승객은 요금 인상분에 대한 부담을, 택시 노동자들은 근시안적인 방안이라는 지적을 토로해 의견차가 벌어졌다.  


요금 인상으로 탑승객 이용 부담↑, 운수종사자 “처우 개선 모르겠다”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 16일 새벽 4시부터 서울택시(중형) 기본요금(2㎞)이 주간 3800원(800원↑), 심야(00~04시, 이전과 동일) 4600원(1000원↑)으로 책정됐다. 5년 4개월 만의 오름세다. 시는 지난 2013년 10월 택시 기본요금을 2400원에서 3000원으로 인상한 바 있다. 아울러 거리요금은 132m당 100원(10m↓), 시간요금은 31초당 100원(4초↓)으로 변경했다. 


택시는 7만여 대인데…
교체는 ‘4곳’에서만


불편함은 즉시 드러났다. 일명 ‘미터기 대란’이 일어난 것이다. 시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 16일부터 보름에 걸쳐 7만여 대 서울택시의 요금미터기에 조정 금액을 반영하는 작업을 실시하고, 기간 중 시민 혼란을 방지하기 위해 모든 택시차량 내부에 요금조견표를 붙여 승객이 인상 전후 요금을 확인할 수 있게 했다.

하지만 작업을 시작한 16일로부터 5일이 흐른 시점에도 서울 택시의 약 60%가량만 미터기 조정이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22일 시에 따르면 전체택시 7만1267대 가운데 전날까지 미터기를 조정한 택시는 4만2143대로, 59.1%가량이다. 법인택시는 90.6%(2만326대), 개인택시는 44.8%(2만1817대) 정도가 미터기를 변경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택시 전체 대수에 비해 미터기 조정이 가능한 업체의 수가 적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모든 택시에 대한 미터기 조정은 오는 28일까지 완료돼야 하지만 조정은 마포구 월드컵공원, 과천 서울대공원 등 수도권 4곳에 있는 검정업체에서만 진행됐다. 또 기계식 미터기의 경우 업체 직원들이 각각 미터기를 분해해 업데이트해야 한다는 절차상의 번거로움도 있다.

이로 인한 어려움은 승객과 택시 운전자 모두가 떠안게 됐다. 지난 20일 택시에 탑승한 기자에게 운전기사는 “미터기가 안 고쳐져서 (승객이) 내릴 때 조견표를 보고 계산해 고생 좀 했다”며 “가양동이나 올림픽공원 쪽은 아직도 미터기를 고치려는 택시들이 줄 서 있다더라”고 말했다. 운행을 마친 후 조견표를 토대로 요금 대차 작업을 하는 시간이 소요돼 서로 불편했다는 의미다.

김영만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택시지부장은 “(교체를 위해) 한 곳으로 몰리니 불편할 수밖에 없다”며 “하지만 택시 요금 인상분이 있으니(교체를 안 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고 답변했다. 


市 “처우 개선 취지” vs
運 “사업장만 배불리는 것”


이 같은 요금 조정은 노사민전정 협의체, 공청회, 시의회 의견청취, 물가대책위원회를 거쳐 결정됐다. 요금 인상을 통해 택시 운전사의 처우를 개선하고 이를 서비스 품질 향상으로 이어지게 하겠단 취지다.

시 관계자는 “이번 요금 인상은 원가 보존뿐만 아니라 운수종사자 처우 개선을 통해 서비스 품질을 개선하자는 취지”라면서 “요금이 인상되면 운전자에게 수입이 분배돼야 서비스가 개선될 수 있다. 이를 위해 254개 택시회사와 업무 협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시에 따르면 협약서의 운수종사자 처우개선 담보내용은 ▲요금인상 후 6개월간 납입기준금(사납금) 동결 ▲동결 후 실제 수입증가분만큼 납입기준금을 인상하고, 인상된 납입기준금은 간접비를 제외한 전액을 운전자에게 배분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시 관계자는 “모니터링을 통해 이를 지키지 않을 경우 해당 회사에 불이익을 주려 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김 지부장은 “아니다”라고 단언하며 “요금 인상이 되면 인상분에 대해 운수종사자에게 돌아오는 것이 있어야 하는데 그런 게 전혀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단순히 6개월 동안 사납금 인상을 유예하겠단 말만 있다”며 “요금 인상으로 인해 수입이 증가하거나 운수종사자의 노동 환경이 나아질 것이라 판단되지 않는다. 결국 택시 자본과 사업장만 배불리는 요금 인상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서비스 품질 개선 여부 역시 아직 불투명하다. 승객들은 요금 인상으로 인해 이용 부담은 증가했지만, 여전히 승차거부 등 서비스에 대한 문제점이 만연해 있다는 의견을 비쳤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시민들이 가장 불편하다고 여기는 것이 승차거부라고 파악해 이를 근절할 목표로 처분 강화와 심야시간대 택시 공급 확대라는 두 가지 대안을 마련했다”고 전했다.

그에 따르면 처분 강화는 승차거부로 한 번만 적발돼도 자격정지를 당할 수 있는 ‘원스트라이크 아웃제’ 도입을 국토부에 지속적으로 논하고 있으며, 각 자치구에 주어졌던 승차거부 처분 권한을 지난해 11월 서울시로 일괄 환수했다. 시는 승차거부 실태조사나 이를 처벌하는 별도의 전담팀을 꾸리기도 했다.

시 관계자는 “지난해 11월과 비교했을 때 승차대비 민원이 45% 감소했다”며 “지난 14일 승차거부 다발 택시업체 22개사를 대상으로 운행정지(사업일부정지) 처분을 최초로 내렸다. 이로 인해 회사에서도 현재 승차거부에 대해 엄격히 관리·감독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강조했다.

시에 따르면 운행정지는 22개사의 승차거부 위반차량은 총 365대로, 그 2배수인 730대를 60일간 운행할 수 없게 하는 조치다. 다만 이를 일시 운행 정지할 경우 수요가 집중되는 심야시간대와 출근시간대에 시민 불편이 우려돼 일반순위와 지역을 고려해 2개월 간격으로 4차례 나눠 실시한다. 

그는 “처분 강화로만 승차거부를 막기 어려워 금요일 심야 시간에 부제 해지를 실시해 심야 시간에 택시 공급을 확대하고 있다. 또한 개인택시 운전자들이 심야시간에 일정 시간을 의무적으로 운행하게 하는 안을 조만간 마련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김 지부장은 “특히 서울은 승차거부가 가장 큰 문제다. 하지만 사납금을 채우기 위해 (운전기사들이) 장거리 손님을 골라 태울 수밖에 없는 현실이 있다”며 “하루에 몇십 만 원이 되는 사납금을 맞추기 위해선 최소 10시간의 노동을 해야 한다. 그러다 보니 이런 문제가 불거지는 것”이라며 “결국 장시간 노동 문제를 개선하고 손님과 운수종사자의 안전을 보장하는 대안은 사납금 폐지밖에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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