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심장액맥락망막병증(Central serous chorioretinopathy, CSC)

 

현재 본원 병원의 시스템 상 환자가 접수를 하게 되면 성별, 나이와 함께 주요호소증상(chief complaint, 주소)을 접수처에서 먼저 물어보고 진료실에 있는 필자에게 전달해 준다. 환자를 보기 전에 성의 있게 미리 준비하라는 배려의 시작이다. 안과이기 때문에 주로 전달되는 것은 ‘눈이 건조해요, 뻑뻑해요, 잘 안 보여요, 가려워요, 충혈되고 눈곱 끼었어요’하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그런데 가끔 주요증상 확인 없이 환자의 나이, 성별, 주소만 확인하고도 어떤 질환일지 짐작이 가는 경우가 있다. 그 대표적인 질환 중 하나가 중심장액맥락망막병증이다. 접수한 환자의 정보를 보니 나이는 40대 중반, 남자인데 갑자기 가운데 동그랗게 검은 점이 보이다 안보이다한는 주소를 호소하며 내원하였다면 중심장액맥락망막병증을 가장 먼저 의심해 본다. 그리고 진단의 시작은 환자의 스트레스 유무를 살피고 이러한 증상이 처음인지 확인한다. 이번 호에서는 바로 이 질환에 관한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망막의 구조

질환에 대한 본격적인 이야기를 하기 전에 간단히 망막의 구조에 대해서 먼저 살펴보자.

망막은 빛을 감지하는 세포와 신경세포로 이루어진 막으로써 앞쪽은 톱니둘레, 뒤쪽은 시신경 유두와 단단히 붙어 있고, 망막의 두께는 톱니둘레에서는 0.1mm, 후극부에서는 0.23mm이며 여러 종류의 신경세포들과 축삭, 가지돌기들로 이루어진 조직으로 광자극을 신경신호로 변환해 주는 고도로 복잡한 구조를 가진 신경 조직이다. 그중에서 중심시력을 관장하는 움푹 패인 황반이라는 곳이 있는데 이는 매우 중요한 곳이다. 최근에 황반변성이라는 질환이 언론을 통해서 많이 소개가 되고 있는데 바로 그 질환이 생기는 중심부가 바로 황반이다. [그림1참조]


중심장액맥락망막병증의 역학

중심장액맥락망막병증은 남자가 여자보다 6배 정도 많고 대개 30~50대까지의 청·장년층에서 많이 발생한다. 처음 진단 시 단안(한쪽 눈)에서 질환이 발견되며 양안 동시 발병률은 4% 정도이지만 주로 만성 환자에서 양안성이 많은 경향이 있다고 한다. 대부분 특별한 원인이 없이 갑자기 발병하지만 건강한 성인 중에서도 이혼, 파산, 가까운 친족의 질병 등 스트레스로 큰 부담을 갖고 긴장을 잘 놓지 못하는 type A personality인 사람들에서 자주 발생한다. 이러한 역학적인 요소가 있기 때문에 서두에 말했던 것이 이해될 수 있다. 즉 30~50대의 젊은 남자 성인이 갑자기 발생한 단안시력저하를 주소로 병원에 내원했다면 안과의사는 환자를 보지 않고도 중심장액맥락망막병증의 가능성에 대해서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또한 전신 스테로이드 농도 증가도 질환의 발생률을 높이는데 임신, 말기신부전, 장기이식 등이 관련 있다고 알려져 있다. 임산부 중에서도 심심치 않게 발생하며 심한 경우는 망막박리까지도 진행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정확한 발병 원인에 대해서는 밝혀진 것이 없다. [그림2참조]

 


중심장액맥락망막병증의 증상

환자는 시력저하와 함께 시야 중심부가 침침해지는 증상, 직선이 휘어져 보이는 증상, 물체가 이중으로 겹쳐보이는 등 사물이 찌그러지거나 비뚤어지는 변시증, 또한 물체가 실제 크기보다 작게 보이는 소시증, 망막의 전방이동으로 인한 원시 증가등의 증상을 호소한다. 진단을 위해서는 진료실에서 세극 등에 의한 검진 및 안저 촬영, OCT, FAG등의 검사 장비를 이용해서 종합적으로 진단하게 된다.


중심장액맥락망막병증의 경과 및 치료

병의 자연경과는 급성형인 경우 매우 좋은 시력예후를 가지고 있어 대부분에서 자연치유된다. 보통 치료 없이도 12주 내에 저절로 호전되지만 시력회복은 12개월까지 천천히 회복되기도 한다. 만성형인 경우는 예후가 좀더 불량한데 시력 회복이 되긴 하지만 영구적인 시력감퇴를 남기는 경우가 많다. 또한 이 질환의 가장 중요한 점은 재발을 잘 한다는 것이다. 통상 환자의 1/3~1/2에서 재발을 경험하고 그중 10%는 3회 이상 재발하며, 재발하는 경우 50%에서 첫 1년 이내에 발생한다고 한다. 그렇기에 반드시 이 질환을 의심할 수 있는 환자가 내원할 경우 자연 경과에 대한 설명과 함께 재발에 대한 내용을 설명해 주고 주의할 수 있도록 해 주는 것이 필요하다. 환자는 아무래도 갑작스러운 시력 감퇴 및 중심암점 등으로 불안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치료 경과를 잘 설명해주고 정기적인 검진을 받아야 된다는 필요성을 설명 해 줄 경우 대부분 안심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대부분 저절로 호전되는 경과를 보이기 때문에 특별한 치료 없이 경과관찰을 할 경우 90% 이상에서 원래 수준으로 시력이 돌아온다. 하지만 5% 경우에서는 심한 시력 손상을 동반하게 되므로 3개월 이상의 경우 치료가 고려되어야 한다. 스테로이드가 이 질환과 연관되어 있다는 연구결과가 많이 있기 때문에 스테로이드계 약물이나 치료를 중단하거나 줄이는 것도 필요하다. 또한 type A personality와 높은 연관성도 보고되므로 정신적인 스트레스 해소, 생활습관의 개선도 필요할 수 있다. 이 외에 레이저광응고술(Argon laser photocoagulation and micropulsed diode laser), 광역학요법(Photodynamic therapy, PDT), 유리체강내 항혈관내피성장인자 주입술(Intravitreal anti-VEGF therapy)등의 치료도 시도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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