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졸업식 간 방시혁 "여러분만의 행복 정의하고 멋진 인생 살기를"
서울대 졸업식 간 방시혁 "여러분만의 행복 정의하고 멋진 인생 살기를"
  • 오두환 기자
  • 입력 2019-02-26 18:54
  • 승인 2019.02.26 1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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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시혁 빅히트엔터테인먼트 대표 [뉴시스]
방시혁 빅히트엔터테인먼트 대표 [뉴시스]

 

[일요서울 | 오두환 기자] "지금 당장 구체적인 미래를 못 그렸다고 자괴감 갖지 마세요. 일관된 기준으로 답을 찾는다면 행복이 올 겁니다."

서울대학교 제37회 학위수여식이 26일 오후 2시 관악캠퍼스 종합체육관에서 열렸다. 이번 학위수여식에서는 학사 2439명, 석사 1750명, 박사 730명까지 총 4919명이 학위를 받았다.

행사를 위해 오후 1시부터 모여든 학생들은 동행한 부모님에게 가운을 입혀주고 사진을 찍는 등 밝은 표정을 하고 있었다. 선후배와 친구들을 축하해주기 위해 꽃다발을 든 사람들의 발걸음까지 더해져 체육관은 북적였다.

음대 기악과를 졸업한다는 정영수(27)씨는 "가족들하고 외식을 할 생각이고 졸업 이후에는 유학을 고민 중"이라며 "군대를 전역하는 느낌이다. 학교를 다닐 땐 힘들어서 빨리 끝내고 싶었지만 막상 졸업하니 소속감이 사라진 것 같기도 하다"며 시원섭섭한 감정을 드러냈다.

졸업하는 손자를 축하해주러 왔다는 호탁영(78)씨는 "우리 집에서 서울대학교 박사가 나왔다. 내 평생 우리 집안에서 박사는 처음"이라며 가운을 입고 호탕하게 웃었다. 호씨는 "손자가 삼성전기에 입사했고 3월 4일부터 출근이다. 꽃다발을 주려고 가져왔다"며 기쁜 소감을 전했다.

이날 오세정 신임 총장은 인사말을 통해 "서울대를 무사히 졸업하는 일이 쉬운 일이 아니다. 절대로 작은 성취가 아니다"라며 "다만 이 성과에 안주하지 말고 이를 디딤돌로 삼아 어떻게 나아갈지 생각해 보자"고 격려했다.

이어 "시류에 휩쓸리지 말고 자신이 바라는 일, 원하는 일을 찾아서 집중하고 매진하라. 남들이 유망하다고 하는 일이 아니라 스스로 생각하기에 바람직한 일에 정진하라"며 "또 주변을 둘러보고 어떻게 공동체에 기여할 수 있는지 생각해보고 배운 자로서의 긍지와 겸손함을 가져라"고 당부했다.

학위수여식의 축사는 1997년 서울대 미학과를 졸업한 방시혁 빅히트엔터테인먼트 대표가 맡아 주목을 받기도 했다.

방 대표는 이날 축사에서 "모교의 축사는 무한한 영광이지만 저는 '꼰대'이기에 유의미한 말을 할 수 있을 지 고민했다"며 "나는 구체적인 꿈이 없고, 원대한 꿈을 꾼 적이 없다. 매번 선택은 즉흥적이었고 '방탄소년단'의 행보를 봐도 느끼실 거다. 음악을 시작한 이유조차도 지금은 생각이 나지 않을 정도"라고 입을 뗐다.

그는 "저는 꿈은 없지만 '불만'은 엄청 많은 사람이다. 세상에는 타협이 많지만 태생적으로 그런 걸 못하고, 최선이 아니면 불만이 생기고 그래도 개선이 안되면 분노한다"며 "그리고 그 분노는 내 회사와 내 일의 원동력이었다. 완벽한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 데 적당한 선에서 끝내는 관습, 음악계의 관행에 화를 냈다"고 말했다.

방 대표는 "행복에는 두 가지가 있다. 하루종일 일하고 뽀송뽀송한 이불에 들어가는 감정적인 행복이 있는가 하면 이성적인 행복이 있다"며 "여러분 스스로가 어떤 때 행복한 지 정의를 내리고 그 상태에 여러분을 놓을 수 있도록 부단히 노력하라. 나만의 행복한 시간을 정의하고 좇다보면 행복이 온다"고 강조했다.

또 그는 "다만 공공에 반하는 파괴적 욕망을 행복이라 생각해선 안된다"며 "이를 위해 바깥 세상에 끊임없이 관심을 갖고 그 관심 속에서 내가 생각하는 상식을 구현하기 위해 노력하라. 이런 노력들이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게 기여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마지막으로 방 대표는 "제 묘비에는 '불만 많던 방시혁, 행복하게 살다가 좋은 사람이라고 들으며 눈 감다'라는 내용이 적혔으면 좋겠다"며 "격하게 분노하고 소소하게 행복을 느끼며 여러분만의 행복을 정의하고 여러분만의 멋진 인생을 살기 바란다. 졸업 축하한다"며 말을 마쳤다.

오두환 기자 odh@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