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내 헤지펀드 출시가 초읽기에 들어간 가운데 금융당국과 학계, 업계 등이 헤지펀드 도입안을 놓고 시각차를 드러냈다.

쟁점은 헤지펀드 최소 가입 자격과 운용자 진입 규제다. 금융당국과 학계는 헤지펀드 진입 장벽을 높여 리스크를 막아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업계에서는 투자자 가입 자격을 완화해 초기 시장의 활성화를 유도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23일 금융위원회와 자본시장연구원은 서울 강북구 수유동 아카데미 하우스에서 '한국형 헤지펀드 도입방안과 미래'를 주제로 세미나를 열었다. 현재 금융위와 자본시장연구원, 업계, 학계 등은 태스크포스팀을 꾸려 '자본시장제도 합동위원회'를 구성해 개정방안을 마련 중이다.

◇헤지펀드 초기 진입장벽은 높게…업계는 '반발'

우선 헤지펀드 최소 투자금액을 놓고 학계와 업계의 의견이 엇갈렸다.

자본시장연구원 김재칠 선임연구위원은 사모투자전문회사(PEF) 최소 투자금액이 개인은 10억원, 법인은 20억원이라는 점을 감안해 5억~10억원 수준을 제시했다. 금융당국 역시 최소 투자액을 10억원을 정하고 추후 5억원으로 낮추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그러나 헤지펀드 출시를 준비하고 있는 자산운용업계에서는 비현실적인 방안이라고 반박했다.

서정두 한국투자신탁운용 상무는 "10억원가량을 헤지펀드에 투자할 수 있는 정도라면 금융자산이 100억~200억 정도돼야 하는데 투자자 풀이 적다"며 "PEF와 동일시할 필요 없이 1억~2억원 정도면 충분하다"고 반박했다.

한규봉 가울투자자문사 대표 역시 "한 펀드에 과연 5억~10억원씩 투자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느냐"며 "훌륭한 축구 선수가 많이 나오려면 선수층이 두터워야 하는 것처럼 헤지펀드 활성화와 발전을 위해서는 초기 시장이 활발하게 움직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권대영 금융위 과장은 "업계 차원에서는 최소 투자금액이 낮을 수록 좋지만 투자자 보호 문제와 규제 차익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최소 투자금액을 낮추는 방안에 선을 그었다.

학계 역시 헤지펀드가 위험성이 높은 만큼 투자자를 제한하는데 공감했다. 정순섭 서울대 교수는 "스스로 위험을 감수할 수 있는 능력, 손해를 봤을 때 부정적인 영향 등도 함께 고려해 반드시 제한돼야 한다"며 "일반 투자자의 참여를 제한해야 한다"고 밝혔다.

◇헤지펀드 운용사 진입장벽도 '고(高)'

헤지펀드 운용사들의 진입 장벽에 대해서도 논란이 많다.

금융위와 자본시장연구원은 자기자본 40억~80억원을 갖고 있으면서 자산운용사는 사모펀드 수탁고가 2조~4조원 이상이어야 한다고 제시했다. 자문사는 일임계약이 2500억~5000억원 이상, 증권사는 자기자본 5000억~1조원 이상의 일임 및 자기자본(PI) 운용능력을 갖춰야 한다. 전문인력도 5명 확보해야 한다.

이에 업계에서는 운용자 규제에 대해서도 완화를 요구했다. 서정두 상무는 "기존 사모펀드 수준으로는 헤지펀드를 도입해도 충분히 운용할 수 있다"며 "규제를 낮춰서 더 많은 회사들이 설립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반발했다.

헤지펀드 레버리지 한도를 높이는 방안도 제안됐다. 금융당국은 현재 파생상품의 차입 한도를 펀드 자산내 100%에서 400%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CTA 전략과 같은 선물 트레이드의 경우 레버리지가 600%를 넘어가는 만큼 이를 700~800%로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다.

이 밖에 운용자 심사를 강화하고, 헤지펀드에 자금을 대출해주는 금융사에 대한 규제 강화 목소리도 나왔다.

신인석 중앙대 교수는 "헤지펀드가 시스템 위험을 높여 시장 교란의 주체가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크다"며 "내부자 거래와 시장 교란행위 등 불법 여지에 대해서는 운용업자를 등록해서 사람을 규제하는게 바람직하다"고 제안했다.

송민규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헤지펀드의 차입 한도를 두는 것도 좋지만 헤지펀드에 자금을 대출해주는금융회사에 대해서는 건전성 규제가 병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권대영 과장은 "자본시장에서 은행의 역할이 미미하기 때문에 그 정도까지 규제가 필요한 지 모르겠다"며 "자본금 규제보다는 인력을 규제하자는데 대해서는 공감하지만 어떻게 실현할 수 있을 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금융위, 연내 헤지펀드 출시 의지 '강력'

이날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헤지펀드는 한국의 펀드 산업을 완성시키는 것"이라며 "헤지펀드는 법적 체제가 완비돼야 할 수 있는 만큼 시행령을 고쳐서 할 수 있는 방안을 찾도록 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헤지펀드 출시를 위한 법안 마련과 국회 통과에 시간이 소요되는 만큼 시행령을 통해 빠른 시일 내에 헤지펀드 출시를 유도하겠다는 취지다. 법 개정 문제가 해결될 경우 헤지펀드 출시는 앞당겨진다.

김 위원장은 "향후 한국 최고의 금융인력들이 결집해서 엄청난 파워 발휘할 수 있는 분야가 근융산업과 금융시장이고, 그 중 하나가 헤지펀드"라며 "입법 환경 어렵기 때문에 시행령을 뜯어고쳐서라도 빨리 출범시켜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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