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성차 업체들 재고관리 허술, 문제 심각"

자동차 엔진부품 생산업체인 유성기업의 파업으로 국내 자동차 업계의 전반적인 생산에 차질이 생기면서 특정 협력업체의 '독과점' 문제가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특히 국내 자동차 판매의 80%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현대·기아차는 전체 물량의 70% 이상을 유성기업으로부터 납품받고 있어 '한 업체에 일감을 몰아준 데 따른 부작용'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번에 문제가 된 부품인 피스톤링을 생산하는 국내 업체는 유성기업과 대한이연 등 두 곳 뿐이다. 유성기업은 관련시장의 80%를 장악하고 있으며 대한이연은 20%를 책임지고 있다.

사실상 시장을 독식하고 있는 유성기업이 파업을 강행하자 국내 완성차 업체들의 생산라인이 속수무책 상황에 놓이게 됐다. 특히 유성기업과 오랜 기간 협력관계를 맺고 있는 현대·기아차는 직격탄을 맞았다.

기아차는 이미 20일부터 소하리공장 카니발 라인에서 피스톤링 재고가 바닥났으며, 현대차 울산 엔진공장은 주간조 근로자 70여명이 23일 오후 2시부터 생산을 중단했다.

이번 사태가 장기화 될 경우 현대·기아차를 비롯한 국내 완성차 업체들의 피해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더욱이 대한이연의 경우 생산물량이 꽉 찬 데다, 노조가 유성기업 사태로 인한 대체물량을 생산하지 않겠다고 나서면서 문제는 더욱 심각성을 띄게 됐다.

특히 현대·기아차는 글로벌 부품 공급망을 통해 대체물량 확보 계획을 세우고 있는 한국GM과 르노삼성차와 달리 대한이연까지도 도움의 손길을 거부해 별다른 해결방안을 찾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면 국내에는 왜 피스톤링 생산업체가 두 곳 뿐일까?

국내 한 부품업체 관계자는 이에 대해 "관련 시장 규모가 3000억원 수준으로 그리 크지 않은데다 생산자체도 까다롭고 투자비가 많이 들어 신생 업체가 시장 진입을 시도조차 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국내 완성차 업체들이 이미 이 부품에 대한 독과점 구조를 만든 장본인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한 완성차 업계 관계자는 "보통 한 업체로부터 공급받는 부품물량이 많아야 30% 수준인 데 70% 이상을 한 업체가 납품한다는 것은 정말 보기 드문 일"이라고 말했다.

실제 유성기업은 피스톤링을 포함, 생산하는 전체 제품의 55% 가량이 현대·기아차, 글로비스, 현대모비스 등 현대차그룹으로 납품하고 있다. 한국GM에 납품하는 물량은 전체의 8%에 불과하다.

이번 사태로 인해 완성차 업체들의 허술한 재고관리도 지적됐다.

김필수 대림대학 자동차학과 교수는 "최근 일본 대지진을 통해서도 확인됐듯이 자동차 부품 하나가 전체 생산에 영향을 준다"며 "이를 알고도 재고를 확보하지 않았다는 게 이해가 되질 않는다"고 말했다.

또 그는 "천재지변으로 인해 갑작스런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는 상황에서 재고물량을 확보하지 않았다는 것은 단순히 물류비용을 아끼기 위한 것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김 교수는 "복수기업을 지정하지 않은 채 부품 공급망을 형성했다는 점 역시 이번 사태를 심각하게 만든 원인"이라며 "글로벌 소싱을 통한 지역별 안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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