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 | 고정현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내년 총선을 앞두고 전열을 가다듬고 있다. 비문 인사들이 입각을 위해 빠지고, 빈 자리는 복귀한 친문 인사들로 채우는 모습이다. 역대 정부의 ‘청와대 1기’는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대통령의 국정 방향을 가장 잘 이해하는 인물들이다. 이들이 총선에서 대거 국회에 진출한다면 청와대와 정부, 여당은 국정 추진력을 얻을 수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번 개각을 두고 사실상 ‘비문 밀어내기’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비문 의원들의 이번 입각 전제조건은 ‘총선 불출마’다. 이번 총선은 차기 대선의 전초전이다. 결국 총선을 통해 당내 친문계의 입지를 더욱 공고히 하고 이를 바탕으로 ‘포스트 문재인’도 친문계에서 내겠다는 복안으로 비친다.

임종석 전 비서실장, 윤영찬 전 국민소통수석, 권혁기 전 춘추관장이 7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한 음식점에서 진행된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와의 만찬에 참석하고 있다.
임종석 전 비서실장, 윤영찬 전 국민소통수석, 권혁기 전 춘추관장이 7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한 음식점에서 진행된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와의 만찬에 참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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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잔류 총선 희망자들 올 상반기 ‘합류 러시’… 김부겸·김영춘·복기왕·정태호 등


‘청와대 1기’ 중 세간의 관심이 가장 많이 쏠리는 인물은 청와대의 ‘2인자’였던 임종석 전 비서실장이다. 임 전 실장은 지난해 세 차례 남북정상회담을 조율하고 남북공동선언 이행추진위원장을 맡았던 만큼 당내 특별위원회 위원장이나 고문 등을 맡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후 임 전 실장은 내년 총선 출마, 3년 후 서울시장 출마의 두 가지 길 중 하나를 택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현재까지는 ‘총선 출마설’이 가장 유력하다. 

‘대권’ 바라보는 임종석
 성동, 은평, 종로? 

애초 청와대를 나갈 때만 해도 ‘통일부 장관 등용설’이 힘을 얻는 상태였다. 그러나 박원순 서울시장이 지난 대선에서 대권 도전에 실패했듯 대권 주자가 되려면 당내 기반을 다지지 않고서는 어렵다. 당장 당내 인사들은 임 전 실장이 특별한 과정 없이 대선 주자로 올라서는 데 반발하고 있다.

이는 결국 국회의원 등 선출직을 해야 한다는 얘기다. 같은 당 홍익표 의원은 tbs 라디오 〈색다른 시선, 김종배입니다〉 인터뷰에서 “임종석 (전) 의원 같은 경우 (당에서) 이미 사무총장도 역임했고, 재선 의원으로서 수석부대표도 했던 분이기 때문에 당과 국회에서 해야 될 일이 많다”고 말했다. 

문제는 지역구다. 현재 임 전 실장은 ‘지역구’가 없다. 과거 출마했던 지역(성동, 은평)은 이미 다른 의원들이 자리 잡고 있다. ‘정치 1번지’ 종로 역시 정세균 전 국회의장이 버티고 있다. 한때 정 전 의장과 임 전 실장 간 ‘밀약(密約)설’도 나돌았다. 

대권을 노리는 정 전 의장이 임 전 실장에게 종로를 물려주고, 본인은 과거 지역구였던 전북과 장흥 출신인 임 전 실장의 전남 파워를 엮어 이른바 ‘호남 벨트’를 구축하려 한다는 시나리오다. 그러나 정세균 전 의장은 이에 대해 “지역구 얘기를 나눈 적이 없다”며 밀약설을 일축했다. 

이런 상황에서 우상호 의원의 입각설이 돌자 정치권은 임 전 실장이 우 의원의 지역구인 서대문갑에 출마할 것으로 점쳤다. 이번 개각이 ‘총선 출마 배제 원칙’을 적용한다는 점에서 이같은 관측은 설득력이 높았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우 의원의 입각이 막판에 무산됐고 결국 임 전 실장의 지역구를 둔 고민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 핵심 측근 ‘3철(양정철·이호철·전해철)’ 중 양정철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도 최근 전해철 의원 등 당내 유력 인사들과 활발하게 접촉 중이다. 양 전 비서관은 현재 이 대표가 제안한 민주연구원장직을 맡는 방안 등을 진지하게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양 전 비서관은 지난 대선 승리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받는 가운데 내년 총선 승리를 위해 선거 전략과 인재 영입을 기획·총괄하는 임무를 부여받을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백원우 전 비서관과 한병도 전 정무수석은 과거 의원 시절 지역구였던 경기 시흥갑과 전북 익산을을 각각 겨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백 전 비서관은 17·18대 경기 시흥갑에서 당선됐지만 20대 총선 당시 함진규 자유한국당 의원에게 석패, 차기 총선에서 ‘리턴 매치’를 노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한 전 수석은 17대 총선에서 이 지역에 열린우리당 소속으로 출마해 당선됐고, 18·19대 총선에서는 공천을 받지 못했다. 20대 총선에서는 더불어민주당 소속으로 출마했지만 조배숙 국민의당 후보에 밀려 낙선했다.

윤영찬 전 홍보수석은 경기 성남 중원 출마가 유력시되는데  이 지역은 자유한국당 신상진 의원이 17대부터 내리 4선을 한 곳으로 여당 입장에서는 ‘험지’로 꼽힌다. 권혁기 전 춘추관장은 서울 용산, 나소열 전 자치분권비서관(현 충남도 문화체육부지사)은 충남 보령서천 출마를 염두에 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6월 청와대 정무기획비서관직을 그만두고 나온 진성준 서울시 정무부시장은 20대 총선에서 고배를 마신 서울 강서을에 출마할 것으로 보인다. 이 지역은 김성태 전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3선을 다져온 지역구다.

 親文이 총선 주도...
“非文 가만있지 않을 것”

청와대 현직 중에도 내년 총선을 바라보는 인사들이 적지 않아 ‘민주당 합류 러시’는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정태호 일자리수석과 조한기 제1부속비서관, 복기왕 정무비서관이 총선 출마를 위해 조만간 청와대를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정 수석은 서울 관악을, 조 비서관은 충남 서산·태안, 복 비서관은 충남 아산갑에 출마할 예정이다.

현역 의원 신분으로 2기 내각에 합류했던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김영춘 해양수산부 장관,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도 이르면 이번 개각과 함께 여의도로 돌아올 전망이다. 특히 대구와 부산을 각각 지역구로 둔 김부겸 장관과 김영춘 장관은 국회로 돌아와 TK·PK 민심 이반을 저지하며 지역구 관리에 총력을 다할 것으로 관측된다. 

한편 이번 개각이 친문 진영과 비문 진영의 ‘바통 터치’로 비쳐지자 일각에서는 당내 계파 갈등의 전주곡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친문 핵심이 총선을 주도할 경우 공천 과정에서 친문 인사들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수밖에 없고, 이에 비문계의 불만이 폭발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6.13 지방선거에서도 민주당 친문 인사들이 ‘친문 마케팅’을 펼쳐 비문 인사들이 소외되는 분위기였다. 현재 민주당 원내대표 선거도 친문계 인사가 유력하지 않으냐”며 “‘집권 여당’이라는 최대 무기로 비문 의원들이 잠자코 있지만, 집권 후반기로 들어선 총선 때도 소외가 계속된다면 그들이 가만히 있지는 않을 것”이라고 관망했다.  

실제로 민주당은 지난 총선 당시에도 비문 인사들이 ‘친문 공천’에 반발하며 집단 탈당한 이력이 있다.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 등이 민주당을 나와 국민의당을 창당한 사건이다. 당시 총선에서 국민의당은 정당투표율에서 민주당을 제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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