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전 국무총리 <뉴시스>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 <뉴시스>

 

[일요서울 | 오두환 기자] 오는 10일은 헌법재판소가 국정농단 사태를 이유로 박근혜 전 대통령의 파면을 재판관 전원일치로 선고한 지 꼭 2년이 되는 날이다. 대한민국 정치사에서 대통령 탄핵은 처음 벌어진 사태였다. 

당시 탄핵을 주도했던 비박계(비박근혜계)는 박 전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한 직후인 2017년 1월 24일 개혁보수의 기치를 내걸고 바른정당을 만들어 ‘독립’했다. 하지만 얼마 뒤 자유한국당으로 돌아와 '복당파'라는 이름으로 당내 주도권을 잡기 위한 노력을 했다. 그러나 결국 지난 달 27일 전당대회에서 황교안 대표가 당선되면서 중심추가 친박계로 기울고 있다.

지난 2016년 12월 9일 국회는 박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소추안을 가결했다. 총 300명의 의원들 중 299명이 참석해 234명이 찬성해 탄핵소추안은 국회를 통과했다. 

당시 발의에 참여했던 야당(더불어민주당)과 무소속 의원들은 모두 172명이었다. 거기에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에서 50~60의 찬성표가 더해져 탄핵소추안 가결을 끌어냈다. 직후 박 전 대통령은 국회 탄핵소추안 의결서 등본을 받고 직무가 정지됐고, 황교안 당시 국무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을 겸직했다. 

당시 한국당은 국회에서의 탄핵 직전에도 찬반으로 의견이 갈리면서 내분이 계속됐다. 더욱이 석 달 뒤인 3월 10일 헌법재판소 재판관 전원일치로 탄핵소추안이 가결되자 분열 양상은 정점을 치달았다.

특히 탄핵소추안 의결 당시 새누리당 60여 표 중에서 공개적으로 탄핵 찬성의사를 밝힌 비박계 의원들이 38여명에 불과했다. 결국 친박계 이탈표가 20표 넘게 나온 것으로 분석되면서 혼란은 가중됐다.  

김무성, 유승민 당시 새누리당 비박계 의원들과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그해 12월 탈당을 선언하고 2017년 1월 의원 33명을 중심으로 바른정당을 창당했다. 당시 차기 대권주자로 1위를 달리던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입당한다는 이야기가 돌면서 바른정당은 그야말로 파죽지세였다. 

반면 친박계가 다수였던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은 박 전 대통령의 탄핵으로 구심점을 잃은 데다 바른정당의 창당으로 인해 더 움츠러 들었다. 

결국 정진석 당시 원내대표와 친박계 이정현 당대표가 탄핵의 책임을 지고 사퇴하고 정우택 원내대표가 당선됐다. 정 원내대표 겸 당대표 권한대행은 인명진 목사를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영입했고, 칼자루를 쥔 인 위원장은 친박 인적 청산을 시도했다. 

인 위원장과 친박계 수장인 서청원 의원 간 갈등이 날로 격화된 가운데 대선이 4월로 다가왔다. 

대선 직전인 2017년 3월 11일 여론조사전문기관 리얼미터가 MBN의 의뢰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자유한국당은 지지율 6.9%로 더불어민주당(45.7%), 국민의당(11.5%), 정의당(8.6%)을 이어 4위를 차지하는 굴욕을 맛보기도 했다. 

대선후보를 구하기 힘들었던 한국당은 친박계 의원이 더 많았음에도 친이계로 분류되던 홍준표 경남지사가 등판해 대선을 치르도록 용인할 수밖에 없었다.

탄핵 직후 치러진 대선이지만 홍 전 지사는 24%라는 기대 이상의 득표를 했다. 홍 전 대표는 3개월 뒤 열린 전당대회에서 당대표에 당선됐다. 

홍 대표는 취임 후 지방선거를 위해 친박 핵심인 서청원, 최경환 의원의 탈당을 밀어붙이고, 박근혜 전 대통령을 제명하며 '친박당' 이미지를 벗고자 했다. 또 당무감사를 실시해 친박 의원들의 당협위원장 자리를 박탈하는 등 전방위적으로 친박 입지 좁히기에 나섰다. 

동시에 김무성, 주호영 등 바른정당 의원들의 한국당 복당의 길을 열어 친박의 형세를 더욱 옥죌 수 있는 환경을 조성했다.

급기야 복당한 김성태 의원이 원내대표가 되면서 주요 당직에 복당파 의원들이 임명되는 등 비박계가 다시 한국당의 주류가 됐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변곡점이 된 것은 지난해 6·13지방선거였다. 당시 홍 전 대표가 참패하면서 비박계는 또 다시 출렁거리기 시작했다. 그나마 김성태 원내대표가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을 추대하면서 김용태 사무총장, 홍철호 비서실장 등 다시 복당파가 건재함을 과시했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치러진 원내대표 선거를 기점으로 당내 색채가 변했다는 분석이 많다. 당시 친박계의 지지를 등에 업은 나경원 후보가 비박계 단일후보인 김학용 후보를 큰 표 차로 이겼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비대위 체제에서 주요 당직을 맡은 복당파에 대한 당내 불만과 김성태 원내대표 체제에서 소외됐던 친박들이 뭉쳐 나경원 후보를 지지한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했다. 

또 박근혜정부 당시 국무총리와 대통령 권한대행을 한 황교안 전 총리가 지난 2·27전당대회에 깜짝 등판해 대표에 당선되면서 친박계가 확실하게 전면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황 대표는 입당한 지 44일 만에 높은 지지율을 바탕으로 한 대세론을 앞세워 무난하게 대표직을 거머쥐었다. 

황 대표 취임 후 원조 친박인 한선교 사무총장, 추경호 전략부총장, 민경욱 대변인 등 그간 뒷전으로 밀려있던 친박계가 다시 등장하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2년간 숨죽였던 친박계가 다시 친황계(친황교안)로 재편됐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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