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대북제재위 보고서 공개 후폭풍
유엔 대북제재위 보고서 공개 후폭풍
  • 오두환 기자
  • 입력 2019-03-16 02:49
  • 승인 2019.03.16 02:57
  • 호수 1298
  • 8면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대북제재 눈감은 우리나라' 영변 원자로 ‘가동 중’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 [뉴시스]

 

[일요서울 | 오두환 기자] 유엔 안전보장위원회 산하 대북제재위가 최근 전문가패널 보고서(이하 대북제재위 보고서)를 공개했다. 문재인 정부는 이른바 친북정책을 펼치며 한반도 안정과 통일을 위해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를 완화해야 한다는 방침이지만 유엔을 비롯한 국제사회에서는 이와는 상반된 시각을 갖고 있다. 유엔을 비롯한 국제사회는 북한의 비핵화 이전에 경제 제재를 완화할 수 없다는 데 동의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경제제재를 뚫고 다양한 위법 활동을 펼치고 있다. 대북제재위 보고서는 이러한 북한의 위법활동을 감시해 공개하고 있다. 

 

정부, 보고서 초안서 文 대통령 사진 빼려 총력전
‘해외 무기 거래 통로’ 조선광업개발무역회사는 해외서 운영 중


유엔 안전보장위원회 산하 대북제재위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이용하는 롤스로이스 등 고급 차량이 대북 수출이 금지된 사치품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지난 12일(현지시간) 공개된 보고서에는 김 위원장이 이용하는 롤스로이스 팬텀, 롤스로이스 고스트, 메르세데스-벤츠 리무진, 렉서스 LX 570 등이 사치품 수출금지를 규정한 대북제재결의 제1718호 및 제2094호 등에 대한 ‘명백한 위반’이라고 표기돼 있다.

 

문재인 대통령 탄 벤츠 리무진 
‘대북제재 대상’

 

보고서는 또 이들 중 번호판이 없는 메르세데스 벤츠 리무진 차량들이 지난해 6월 베이징과 싱가포르에서 목격됐다고 덧붙였다. 싱가포르의 경우 제1차 북미 정상회담 시기로 보인다. 지난달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제2차 북미 정상회담 당시에도 김 위원장은 번호판이 없는 벤츠 리무진을 이용했었다.

제재위는 아울러 같은 해 9월 평양에서도 제재 위반에 해당하는 번호판이 없는 벤츠 리무진 차량이 목격됐다며 관련 사진을 보고서에 첨부했는데, 여기엔 문재인 대통령이 제3차 남북 정상회담 당시 김 위원장과 함께 리무진에 탑승해 카퍼레이드를 하는 사진도 포함됐다.

보고서에 따르면 제재위는 번호판 없는 벤츠 리무진 차량이 목격된 중국과 싱가포르 측에 식별번호를 요청하는 서한을 보냈다. 그러나 싱가포르는 북한 당국자들이 ‘국가안보’를 이유로 해당 정보를 밝히지 않았다고 답했다.

제재위는 정부 측에도 식별번호를 요청하는 서한을 보냈다. 하지만 외교부 측은 관련 정보를 갖고 있지 않다고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 당국자는 지난 14일 기자들과 만나 “대북제재위 산하 전문가패널이 지난해 11월 주유엔대표부에 서한을 통해 차량 식별번호 및 재원 등 정보를 보유하고 있을 경우 제공해 줄 것을 요청했다”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한국 정부는 관련 정보를 갖고 있지 않았다”며 “패널이 요청해 온 것도 정보가 있을 경우 공유해 달라는 것이었고, 이후에 다시 문의하거나 요청한 것은 없다”고 설명했다.

제재위는 해당 차량 정보를 입수하기 위해 한국 측에 문의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 당국자는 다만 “이 요청은 외교부로 접수됐고, 대통령경호처로 입수된 것이 아니다”고 밝혔다.

또 이 당국자는 “패널보고서 초안이 거의 완성된 시점에서 문 대통령이 탑승한 사진에 대해서 알게 됐다”며 “불필요한 오해를 유발할 수 있기 때문에 저희는 (문제를) 제기했고, 패널에서는 반영이 안 됐다”고 전했다.

이어 “보고서 내용은 사치품으로 지정된 차량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이라며 “문 대통령의 차량 탑승 여부는 제재와 무관하다”고도 설명했다.

하지만 일부 언론에서는 이같은 상황에 대해 보고서 사진을 교체하기 위해 한국 정부가 총력 외교전을 펼쳤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불법환적·핵활동 ‘계속’
ICBM 기지 개발, 무기 판매도

 

대북제재위 보고서에는 북한의 벤츠 리무진 차량 외에도 불법환적 뿐만아니라 핵활동에서 대해서도 상세히 밝혔다. 

보고서는 영변 핵시설의 5MW(메가와트) 원자로가 지난해 2월과 4월, 4월 중에는 며칠 동안 운영을 멈췄다면서, 이는 시설 유지를 위한 활동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지난해 9월과 10월에도 약 2개월간 원자로 운영이 중단됐는데, 이 때 폐연료봉 인출이 이뤄졌을 수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방사화학용 실험실이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시설의 위성사진을 공개하면서 지난해 4월 27일과 5월8일 사이 연기와 함께 석탄의 양이 변하는 모습이 관측됐다고 지적했다. 영변의 방사화학용 실험실은 폐연료봉의 재처리를 통해 핵폭탄을 제조할 수 있는 플루토늄을 뽑아낼 수 있는 시설이다.

보고서는 또한 지난해 2월부터 11월까지 촬영한 영변 핵시설 일대 위성사진을 보면 배수 시설 공사가 진행되고 있는 모습이 나타나 있고, 경수로 원자로 서쪽 측면에 새로운 건물이 들어선 것도 보인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결론적으로, 영변 원자로는 2015년 12월 이후 계속 가동상태라는 것이다. 

보고서는 전문가패널이 우라늄 농축 시설들과 광산들도 계속 모니터링하고 있다면서, 2018년 평산 우라늄 광산에서 토사 더미의 일부가 제거된 것이 목격됐는데, 이는 채광 작업이 계속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강선에 있는 우라늄 농축시설로 추정된 곳의 경우엔 별 다른 변화가 보이지 않았지만, 대형 트럭들의 움직임이 종종 포착됐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또한 북한이 민간 공장과 비군사 시설을 탄도미사일 조립과 발사 용도로 활용하고 있다며,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인 화성-15형이 조립됐던 평성의 3월 16일 자동차공장을 예로 들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이 공장을 찾았던 사진도 보고서에 첨부했다.  

또 지난해 11월 유엔 회원국으로부터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기지를 북쪽 중국 국경 인근에 개발하고 있다는 정보를 전달받은 사실도 명시했다. 

보고서는 1개 유엔 회원국의 정보를 토대로 이란과 시리아가 북한의 무기 판매에 있어 수익성이 좋은 시장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북한의 제재 대상 기관이자 한때 북한의 해외 무기 거래의 통로로 알려졌던 조선광업개발무역회사(KOMID)가 여전히 이들 나라들에서 운영되고 있다는 것이다. 

시리아의 경우 북한의 무기 전문가들이 시리아에 상주했다는 사실을 명시하면서, 이들의 실명과 여권 정보 등도 보고서에 공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김영철과 장정손(선)이란 이름을 가진 두 북한 대표는 2014년부터 2016년 사이 테헤란과 두바이 사이를 262회 이상 항공기로 오간 것으로 추적 관찰됐다. 이들은 대북제재를 회피하기 위한 현금을 실어나른 의혹을 받고 있다.

전문가 패널은 이란 주재 북한 외교관 전원의 여권 사본을 제공해 줄 것을 이란 정부에 요청했으나 현재까지 이란 정부가 정보를 제공하지 않고 있다고 보고서에서 밝혔다.  

오두환 기자 odh@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