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홍준철 편집위원] 청와대와 더불어민주당의 총선 시계가 점차 빨라지고 있다. 내년 4월에 치러질 21대 총선에서 패배는 곧 문재인 대통령 레임덕 심화를 초래하고 집권 후반기 정국운영에 있어 큰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집권여당이 1년 전부터 총선 준비에 나서는 배경이다. 특히 총선 승리를 위해선 대대적인 물갈이와 세대교체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하지만 이해찬 대표는 인위적인 물갈이보다는 3선 이상 중진급 의원들이 백의종군하기를 바라고 있다. 이를 위해 이 대표는 86세대표주자이자 원내대표까지 지낸 우상호 의원 등 전대협 출신 인사들이 나서 ‘공천 칼잡이’ 역할을 하길 원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 대표와 운동권 출신들 간 ‘공천 물갈이 밀약설’을 취재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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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관 입각 ‘무산’ 총선 불출마 ‘카드’로 칼춤 춘다?
- 이인영 원내대표 출마와 무관… ‘3선 이상 물갈이’ 전면에

지난 3월 8일 청와대는 7개 부처에 대한 입각 명단을 발표했다. 그런데 장관 후보자보다 언론과 정치권에서 더 관심을 받은 인사가 있다. 바로 우상호 의원이다. 우 의원은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와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과 함께 2월 중순경부터 입각설이 그럴듯하게 나왔다. 구체적으로 인사 검증까지 들어가 장관행은 시간문제일 것으로 정치권에서는 내다봤다.

그런데 이런 기류는 입각 발표 이틀 전부터 다르게 흘렀다. ‘정치인 출신 장관을 줄이겠다’는 정부 발 입장이 나오더니 급기야 우 의원의 문화체육부장관행을 이해찬 대표가 만류하고 청와대에서도 중진급 의원 3명을 장관직에 차출하는 것에 대해 부정적 시각이라는 말이 나돌았다.

우상호 입각 ‘낙마 미스터리’, “이유있네~”

급기야 입각 명단 발표 하루전인 7일 이 대표는 “우상호는 당에서 할 일이 많다. 문체부 장관을 하다 괜히 스크래치 나는 것보다는 당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게 좋지 않으냐. 내가 붙잡았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같은 날 여의도를 찾은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과 만난 자리에서도 “당에서 의원을 너무 많이 빼가는 것 아니냐”는 취지로 말했다고 했다.

결국 당의 요청을 청와대가   수용하면서 우 의원의 입각이    무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에 대해 여의도에서는 우 의원이 입각 못한 배경에 대해서 ‘검증에서 통과를 하지 못했다’, ‘비문 의원을 동시에 3명이나 빼는 것에 대해 청와대가 부담을 느꼈다’는 등 근거 없는 소문이 돌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우 의원은 3월 11일 한 라디오방송에 직접 출연해 “대통령이 이번에는 정치권 인사를 너무 많이 데려가서는 안 되겠다고 말씀하셨다고 정무수석이 나한테 말했다”고 해명했다. 이어 그는 “실제로 막판 일주일 남겨놓고는 내각에서 쓰는 게 더 바람직한지 당에서 총선 관련해 역할을 하는 게 더 중요한지 고민한 것이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우 의원은 “이해찬 대표가 저한테 직접 전화해서 그 걱정을 했다. ‘내년 총선에 많이 좀 같이 했으면 좋겠다’고 전화를 했다”며 “이왕이면 1명 정도는 남겨서 역할을 했으면 좋겠다‘는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우 의원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문재인 정부 들어 입각철마다 이름이 거론됐고 본인도 원했던 자리인 데다 ‘입각 후 서울시장 출마’라는 꽃길을 마다한 이유에 대해선 여전히 갖가지 해석을 낳고 있다. 그중에서 우 의원이 내년 공천에서 이해찬 대표와 함께 ‘공천 저승사자’역할을 할 것이라는 관측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미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이 대표지만 우 의원을 총선기획단장같은 요직을 맡겨 대폭 물갈이 하는데 ‘칼잡이 역할’을 맡길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를 위해 우 의원은 총선 불출마 카드를 던지는 등 백의종군하는 모습도 불사할 것이라는 예기다. 이 대표가 우 의원의 입각을 만류하면서 총선에서 역할론을 꺼낸 배경이기도 하다. 이 대표 입장에서는 본인이 지난 당대표 경선에서 ‘총선 불출마’를 선언해 중진 물갈이론에 물꼬를 터놨지만 세대교체 폭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게 여권 내 시각이다.

또한 7선이자 장관과 총리를 지낸 이 대표의 ‘총선 불출마’는 크게 당 내외에서 파장을 일으킬 여지가 작다는 점도 우 의원의 ‘불출마 카드’를 전제로 한 ‘공천 저승사자’역할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실제로 이 대표의 ‘불출마 선언’이후 중진급 인사들 중에서 ‘불출마’ 할 것으로 예상되는 인사들을 꼽아보면 6선의 문희상 국회의장과 정세균 전 의장에 이번에 장관으로 차출된 박영선, 진영 의원 정도가 거론되고 있다.

이해찬 ‘총선불출마’ 파급력, 예상 밖 ‘저조’ 우려감

하지만 두 전현직 국회의장과 4선의 박영선·진영 의원을 제외하더라도 당내 중진급 인사들은 상당수다. 3선 이상 중진급 의원들만 18명이고 4선 11명, 5선 4명으로 다 합치면 38명이나 된다. 최소 현역 물갈이 40%대를 맞추려면 3선 이상 ‘38명+α’가 필요하다. 그런데 인위적인 물갈이는 없다는 게 이 대표 소신이다.

특히 이 대표는 지난 총선에서 인위적인 물갈이 대상이 돼 공천이 안 되자 무소속으로 출마한 이력도 대폭 물갈이를 하는 데 걸림돌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한마디로 이 대표의 ‘총선불출마’에 따른 현역 의원 세대교체율을 최대치로 잡아야 20%대로 128명 중 25석에 머무를 공산이 높다는 게 당내 시각이다.

이는 청와대 1기 멤버들과 장차관 인사들이 내년 총선 출마를 위해 여의도에 복귀할 경우 자리가 턱없이 부족한 숫자다. 하지만 우상호 의원이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고 물갈이 총대를 멜 경우 그 후폭풍은 훨씬 클 수밖에 없다.

우 의원은 3선으로 지역구가 서대문 갑이다. 나이가 62년생으로 57세다. 또한 정치 이력도 화려하다. 대변인과 전략홍보본부장, 대선 공보단장, 원내대표  등을 역임한 ‘전략기획통’으로 꼽힌다. 차기 서울시장감으로 거론되는 배경이다.

특히 그의 입각이 무산됐을 때 청와대에서 강기정 정무수석을 국회에 보내 입각이 안 된 배경을 직접 설명하고 이 대표가 만류할 정도로 당청에서 실력을 인정받고 있다. 그런 그가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고 세대교체의 상징으로 나설 경우 3선 이상 중진급 인사들까지 물갈이 폭은 넓어질 수밖에 없다.

이 대표의 공천에 대한 부담감을 더는 것은 물론이고 청와대와 정부부처, 공공기관 등 산하에서 근무한 이력을 갖고 총선 출마를 하는 인사들에게도 기쁜 소식이 아닐 수 없다. 문 대통령 입장에서도 국정철학을 공유한 신친문 인사들이 국회에 대거 입성한다면 천군마마를 얻는 격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우 의원과 함께 이인영 의원 역시 내년 총선에서 불출마할 수 있다는 소문도 돌고 있다. 이 의원은 오는 5월 11일에 치러지는 원내대표 선거에 출사표를 던져 뛰고 있다. 친문을 대표하는 김태년 의원과 원내대표에 3번째 도전을 하는 노웅래 의원 2파전에 뛰어들어 고군분투하고 있다.

원내대표는 당내 넘버2로 내년 총선에서 이 대표와 함께 4월 총선을 진두지휘한다. 벌써부터 물밑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배경이다. 당초 김태년, 노웅래 2파전이었지만 친문 세력이 분화하면서 이 의원이 뒤늦게 뛰어들어 3파전을 만들었다.

하지만 이 의원이 원내대표에 당선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게 당내 시각이다. 친문 핵심 의원들의 모임인 ‘부엉이 모임’과 고 김근태 의장을 지지했던 민주평화국민연대(이하 민평련), 개혁 성향의 ‘더 좋은 미래’가 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당내 주류인 이해찬 사단이 적극적으로 밀고 있는 김태년 의원을 대적하기에는 출마 시기가 너무 늦었다는 분석이 많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 의원 역시 내년 총선에서 우 의원과 함께 ‘백의종군할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우 의원과 이 의원은 전대협 1기 부의장과 의장 출신으로 운동권 선후배이자 동지적 관계다. 이 의원 역시 3선으로 지역구는 구로갑이다. 나이는 우 의원보다 2살이 적은 64년으로 50대 중반이다. 두 인사가 함께 백의종군할 경우 세대교체 요구는 더 거셀 공산이 높다.

운동권 대표주자 ‘백의종군’ 독약론 ‘비등’

무엇보다 두 사람이 백의종군을 할 경우 기존 86운동권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도 어느 정도 불식시킬 수 있다. 빠르면 20대의 나이에 정치권에 뛰어들어 어느덧 당 중진으로 몸집을 키웠지만 86 운동권 인사들의 역할의 한계와 인적 교체에 있어 오히려 병목현상을 낳게 만든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은 게 현실이다.

물론 이들 세력이 민주당의 한 축을 차지해 당의 이미지를 쇄신시키고 정권 창출과정에서 일정한 역할을 했다는 평가도 있다. 하지만 86운동권 세력이 기득권화되고 새로운 피 수혈을 가로막고 있다는 비판도 동시에 받은 것 역시 주지의 사실이다. 만약 80년대 운동권을 대표하는 두 인사가 백의종군해 내년 총선에서 물갈이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면 운동권 인사들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가 다소 누그러질 수 있다는 점에서 명분도 있다.

관건은 두 인사의 결단이 당내 중진들의 반발을 딛고 실질적으로 대폭 물갈이로 이어질지다. 여당 한 중진 의원실의 관계자는 “우 의원의 경우 입각 과정에서 검증을 통과하지 못해 무산된 것 아니겠느냐, 그래서 총선 불출마하는 건데 ‘백의종군’하는 것으로는 이해하기 힘들다”며 “오히려 또 다른 운동권 후배 인사들의 자리를 마련하기 위한 인위적인 공천 물갈이로 인식될 수 있다”고 ‘소설같은 얘기’로 치부했다.

이인영 의원에 대해서도 이 인사는 “이 의원이 3선을 하면서 정치력을 보여준 적이 없는 것으로 안다”며 “듣기에 지역구 민심도 좋지 않다고 들었다. 두 인사가 한꺼번에 불출마를 선언할 경우 당내 파장이 크겠지만 실질적으로 그렇게 할지는 두고 봐야 한다”고 일축했다.

하지만 이런 부정적인 시각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이 집권당으로서 총선 성패와 무관하게 입각 내지 공기업 수장으로 갈 수 있다는 점에서 두 인사는 ‘잃을 게 없는’ 오히려 득이 되는 선택이라는 해석이 많다.

우 의원뿐만 아니라 이 의원이 백의종군을 해 총선 승리하는 데 일조했을 경우 입각은 ‘따놓은 당상’이라는 데 이견이 없다. 우 의원의 경우 후반기 문체부 장관으로 갈 수 있고 이 의원 역시 한때 통일부장관 입각설이 돌았기 때문이다. 물론 반대로 총선에서 패배해도 문 대통령이 ‘보은성 인사’를 할 공산도 있다. 이래저래 86운동권들의 정치적 실험은 계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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