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겟세는 밀려도 단속 공무원 상납은 안 밀린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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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서울 ㅣ이범희 기자] 버닝썬 파문이 확산되면서 단속공무원들과의 유착설이 더욱 주목받고 있다.

가수 승리가 속한 단체 대화방에서 ‘경찰총장(?)’이 거론되고 윤모 총경이 당사자로 지목되면서 수사가 계속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일요서울은 전직 대관 업무를 맡았던 A직원을 통해 과거 그가 들은 흥미로운 발언을 듣게 됐다.

그가 직접 주점 관계자에게 들었다는 말들이 무엇인지 살펴본다.

업주-단속공무원 유착, 업계의 공공연한 비밀로 알려져
신뢰 추락한 경찰…‘버닝썬 유착’ 해결할 수 있을지 의문

“(주점)세는 밀려도 공무원세는 안 밀려요” “돈 생기면 제일 먼저 하는 게 상납입니다” 이 말을 들은 시기는 2017년쯤이라고 했다.

A씨는 일요서울과의 만남에서 “전 직장은 저녁 술자리가 많았다. 이 술자리 중에는 이름만 대면 알 만한 주점은 물론 회원 형태로 운영되는 바(bar)도 있다”며 그가 겪은 일화를 담담히 설명했다.

그의 발언을 토대로 내용을 구성해보면 다음과 같다. 2016년 어느 날 그는 평소 친분이 있던 업체 사람들과 1차 술자리를 가졌다. 평소보다 많은 양을 먹어 힘들었지만 자신의 위치는 ‘을’이라 2차를 거부하지 못했다. 결국 업체 사람들의 권유로 유명 주점을 찾게 됐다.

이날따라 몸이 좋지 않던 A씨는 함께 자리한 동료와 업체 사람에게 양해를 구하고 집에 가려고 택시를 기다렸다. 그때 술집 종업원이 따라와 “혹시 단속 때문이면 걱정 안 하셔도 된다”며 귀가를 말렸다.

이후 그 종업원의 말이 충격적이었다. 그 종업원은 “자기들이 돈을 벌면 제일 먼저하는 게 경찰세(경찰에게 상납하는 것을 의미)와 공무원세(단속 공무원 지칭)를 내는 것이다”라고 했다는 것. 유사한 발언을 이 업소뿐이 아닌 다른 곳에서도 종종 들었다고 했다.

“돈만 찔러주면 돼?”

이는 최근 논란이 된 버닝썬 사건 이전에도 단속 공무원과 업주 간의 유착이 있었음을 짐작케 한다. 게다가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승리의 단체대화방 내용 중에서도 이와 유사한 대화가 있었던 사실이 알려지면서 업주와 단속공무원의 유착에 대한 의심은 더욱 커지고 있다. 지난 19일 방송된 SBS ‘8 뉴스’에서는 승리가 운영했던 클럽 몽키뮤지엄에 대한 의혹을 제기했다.

몽키뮤지엄은 구청에 유흥주점이 아닌 소매업으로 영업 신고했다. 몽키뮤지엄을 열었을 당시 지인들과의 단체대화방에서 승리 측근 B씨는 “춤 추거나 무대 연출이 불법인데 융통성 있게 한다”고 말했고 또 다른 측근 C씨는 “불법인데 법으로 제재하기 애매해서 다들 쉬쉬한다”고 덧붙였다. 그러자 승리는 “우리도 별 문제 없다는 소리다. 단속 뜨면 돈 좀 찔러 주고”라며 법을 어기는 것에 대한 아무런 죄책감이 없음을 시사했다.

해당 공간은 주거지이기 때문에 유흥주점을 열 수 없었지만 승리는 결국 변칙 영업을 시행했고 몽키뮤지엄은 영업 첫날 고수익을 달성했다.

몽키뮤지엄은 변칙 운영에도 구청 단속을 피해갔다. 2016년 3월부터 지난해 8월까지의 영업 기간에 업종 위반으로 과징금 4000만 원을 한 차례 받은 게 전부다. 종업원 건강검진 미실시와 가격표시제 미이행 등으로 인한 솜방망이 처분에 그쳤다.

또한 경찰과 MBC 등에 따르면 지난해 7월 7일 새벽 미성년자인 심모(19)군의 어머니가 “버닝썬 클럽에 미성년자가 들어가 놀고 있다”고 112 신고를 했다.

MBC는 “당시 강남서 역삼 지구대 경찰관은 심군의 부모가 심군을 사설구급차에 태워서 데려간 뒤에야 현장에 도착하는 등 수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며 “이후 수사를 맡은 강남서는 증거가 부족하다며 사건을 그냥 종결했다”고 보도했다. 버닝썬은 무혐의 처분을 받았고, 영업 정지도 피할 수 있었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버닝썬이 이 사건을 무마시키기 위해 경찰 출신에게 뇌물을 건넸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버닝썬과 협력관계였던 화장품 회사 전직 임원 이모씨는 MBC에 상사였던 회사 임원 강모씨의 지시로 버닝썬 이모 대표로부터 2000만 원을 받아 5개 계좌에 입금했다고 했고, 이 중 230만 원이 경찰에 전달됐다고 했다.
MBC에 따르면 강 씨는 2003년부터 2011년까지 경찰관으로 일했다. 강남서에 근무한 적도 있다고 한다.

경찰, 성역 없는 수사를 하겠다

바닥으로 떨어진 경찰에 대한 신뢰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과 소셜네트워크 서비스의 부정적 여론만 보더라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경찰유착’ 키워드로 검색하자 ‘버닝썬 경찰 유착 의혹, 실제 돈 받고 뒤 봐줬다간…’ ‘경찰 유착 의심돼 권익위…’ ‘경찰 폭행 유착 사건입니다. 놀랍네요’ 등의 글들이 올라와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에 ‘버닝썬 관련 특검 진행하라’라는 글을 쓴 청원자는 “버닝썬게이트로 이제는 절대로 경찰은 믿을 수 없다. 검찰도 믿을 수 없는 시대가 왔다. 버닝썬 관련해서 특검 외에는 절대로 믿을 수 없다. (이하 생략)”는 글로 경찰에 대한 불신을 노출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무너진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신속하고 공명정대한 수사뿐만 아니라 비리 근절을 위한 좀 더 현실성 있는 대책도 서둘러 내놓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은 지난 19일 진행된 버닝썬 수사 관련 법무부-행안부 합동 브리핑에서 “경찰로 하여금 사건의 진실 규명과 함께 유착 의혹을 말끔히 해소하지 못할 경우 어떠한 사태가 닥쳐올지 모른다는 비상한 각오로 수사에 임하도록 독려할 것”이라며 “경찰관의 유착 관련 비위가 사실로 밝혀질 경우에는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엄벌에 처하겠다”고 약속했다.

민갑룡 경찰청장은 방송에 나와 “이번 사건은 경찰의 명운이 걸린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철저하게 모든 의혹에 대해서 하나 빠짐없이…”라며 뒷말을 흐렸다.
원경환 서울지방경찰청장은 기자간담회를 통해 “버닝썬 사건의 본질은 마약 범죄와 경찰관 유착 범죄”라며 “경찰관 유착 범죄에 최우선 순위를 두고 수사에 집중하겠다”고 강조했다.  경찰이 스스로 환부를 도려낼지 지켜볼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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