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격호 ‘부동산 지존’, 뇌물주고 특혜 받았나


국내 재벌 총수 중에 부동산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인물이 신격호 롯데 총괄회장이다. 1960년 이후 한국에 들어와 롯데그룹을 창업하면서 서울의 중심지인 소공동에 1979년 3월 개관한 호텔롯데, 호텔롯데 신관(1988년 개관), 롯데백화점 등을 건립했다. 금싸라기 땅 2만9700㎡(9000여 평)에 1만4850㎡(4500여평)의 호화건물이 들어서 있어 이곳은 ‘신격호의 금성탕지’라 불리운다. 더욱이 16년여의 와신상담 끝에 숙원사업이었던 제2롯데월드 개발이 최근 허용돼 가장 기쁨을 누렸을 신 회장이다. 그러나 부동산 투자에 관한 한 신 회장에 대해서는 끊임없는 특혜시비 의혹이 세간에 회자됐다. 이에 [일요서울]이 신 회장의 ‘부동산 특혜시비’에 대한 논란 등을 연속기획으로 집중 조명해본다.

지난 1월 7일 제2롯데월드 개발을 허가한다는 소식이 롯데그룹에 전해졌다. 신 회장으로서는 감회가 새로웠을 거라는 후문이다. 지난 1994년 서울시에 초고층 건물 가능 여부를 질의한 것을 시작으로 공군과 치열한 논란을 벌인 끝에 따낸 사업이라 더욱 그러했을 것이다.

하지만 끝이 아니다. 도처에 난관이 도사리고 있을 뿐 아니라 ‘대기업 특혜시비’ 논란과 더불어 야당은 물론 한나라당 내부에서조차 반대가 만만찮다. 성남 시민들이 제기한 고도제한 논란에다 교통 혼잡 등 부작용도 우려돼 그야말로 첩첩산중인 셈이다.

제2롯데월드 허용 배경에 ‘경제 살리기’라는 명분이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진다.

롯데 측에 의하면 서울 송파구 신천동 일대에 들어서는 제2롯데월드는 지하 5층, 지상 112층 높이의 초고층 빌딩으로 총 사업비만 2조 원에 달한다. 연면적만 60만7849㎡며 백화점, 쇼핑몰, 6성급 호텔을 비롯해 오피스, 면세점 등 각종 부대시설이 들어설 계획이다.

공사기간 동안 연 인원 250만여 명, 완공 뒤에는 2만3000여 명의 고용창출효과가 있을 것으로 롯데 측은 전망했다. 이후 관광객 200만 명 유치, 4조8000억 원의 생산유발효과가 있을 것이란 예측도 나온다. 하지만 사업비를 제외하고 나머지 수치는 어디까지나 예측치에 불과하다.

공사에 따른 고용효과를 따져 보면 사람들의 3D 직업 기피현상과 높은 인건비를 감안하면 현실적으로 롯데의 예상만큼 고용되기는 어렵다는 게 정설이다. 더욱이 한태욱 대신증권 부동산전문위원은 “일반 토목 공사와는 달리 초고층빌딩 건설에는 사람 손보다는 기계를 많이 활용하기 때문에 높은 고용효과를 기대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완공 후 관광효과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한다. 롯데 측은 초고층 건물이 서울을 대표하는 기념비적 건축물로 인식돼 관광객이 20~30% 증가할 것으로 보고 외화 획득과 고용창출효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양재모 한양사이버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단기적으로 5년 정도의 관광유입효과는 있을 수 있으나 초고층 빌딩만으로 외국 관광객을 유치한다는 것은 외국의 사례를 보더라도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성남시와 시민단체들은 제2롯데월드 건설 허가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했다. 그들은 현행 45m인 고도제한을 영장산 기준인 193m 이하로 완화해달라고 민원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성남시 관계자는 “관내 26개의 재개발지역이 있는데 현행 45m로는 아파트 13층 정도밖에 지을 수 없어 사업성이 떨어진다”며 “근본적으로 시가지를 정비할 시점인데 대기업 민원은 들어주면서 성남 시민의 민원은 외면하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 팽배하다”고 말했다.

정치권 반응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김영우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위원은 “정부가 국가 안보를 위해 희생해온 군 접경지역 주민의 민원 해결에는 늑장 대응하더니 제2롯데월드는 승인해줬다는 인상을 주는 건 문제가 있다”며 “롯데뿐 아니라 군사시설 주변 지역 주민들의 처우를 형평성 있게 해주는 것이 국민의 신뢰를 얻는 길”이라고 말했다.

온갖 우여곡절에도 불구하고 제2롯데월드는 지난 6월 5일 지상 123층으로 세계에서 두 번째로 높은 건물이 될 ‘롯데 수퍼타워’의 공사가 시작됐다고 시행사인 롯데물산이 밝혔다.


신 회장에 대한 끊이지 않는 특혜논란

신 회장에 대한 특혜논란은 이 뿐만이 아니었다.

지난 1998년 10월 국정감사에서 민주당 백남치 의원은 서울 송파구 신천동 29번지 일대 8만5800㎡(2만6000여 평)의 ‘체비지 불하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당시 백 의원은 “신천동 체비지 매각에 앞서 신 회장이 대통령 선거 직전인 1992년 11월 하순 청와대를 방문해 거액의 뇌물을 주었다는데 그 진상을 밝히라”고 의혹을 제기했다.

제2롯데월드가 들어서는 롯데월드 건너편의 서울시 체비지 불하는 처음부터 특혜의혹에 휩싸였었다. 서울시는 1987년 12월 12일 신천동 29번지 일대 8만5800㎡(2만6000여 평)의 체비지를 롯데에 시가의 절반 수준인 819억 원에 전격 매각했다.

이와 관련 서울시의 1987년 4/4분기 업무계획서에는 전혀 체비지 매각 계획이 없었는데, 신 회장이 전두환 당시 대통령을 방문한 후 전격적으로 매각 작업에 착수해 12월 3일 입찰공고, 12월 12일 롯데 단독 응찰로 매각됐다.

당시 일부 언론에서도 “1987년 12월 당시 문제의 체비지 감정가격(서울시장 의뢰로 신일토지평가사합동사무소 감정)이 934억6000만 원이었던 점에 비춰 결과적으로 롯데가 감정가보다도 싼 값에 사들였다는 점을 부인하기 어렵다”면서 “서울시가 토지매입자와 결탁한 의혹이 짙다”고 폭로한 바 있었다.

이와 관련해 롯데그룹 관계자는 “제기한 의혹에 대해서는 들어본 적도, 아는 바도 없다”라고 잘라 말했다.

[특별 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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