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격호 회장, 계열사에 주식 팔고 땅 장사까지


신격호 롯데 총괄회장의 ‘신묘(?)한 재테크’가 화제가 되고 있다. 오래 전에 사두었던 개인 소유의 땅을 그룹 계열사에 팔아 거액의 시세차익을 챙기기도 했고, 보유 지분을 ‘경영효율성 제고’라는 명분 하에 현금이 많은 그룹 계열사에 매각하기도 했다. 이에 재계에서는 신 회장의 재테크 솜씨는 하늘이 내린 것이라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신 회장은 일본에서 롯데를 성장시키는 과정에서도 도쿄의 금싸라기 땅을 일찌감치 매입해 경제성장에 힘입어 막대한 시세차익을 거둔 바 있다. 한국에서도 롯데를 창업한 이후 서울의 중심이라 할 수 있는 서울시청 앞 롯데타운 부지와 잠실의 롯데월드, 롯데백화점 영등포 역사 등의 부지를 싼값에 매입해 현재 국내 최고의 부동산 재벌로 성장했다. 이에 [일요서울]이 연속기획으로 신 회장의 재테크 기술(?)에 대해 집중 조명해본다.

국내 최고의 ‘부동산 지존’으로 평가받는 신 회장이 본인 소유 땅을 계열사를 상대로 무리하게 땅장사를 했다는 구설수에 올랐다.

신 회장은 지난 2008년 8월 29일 인천 계양구 목상동에 위치한 개인 소유의 땅 166만7395㎡(50만4000여 평)을 롯데상사에 504억8700여만 원에 매각했다. 같은 해 9월 5일 롯데상사는 같은 달 2일 ‘최대주주등과의 부동산매수’ 공시를 통해 신 회장의 땅을 골프장 부지확보 목적으로 매입했다고 밝혀 땅을 판 사실이 확인됐다. 이어 롯데 측은 이 땅은 신 회장이 1974년에 사들인 것으로, 롯데상사가 골프장 부지를 물색하던 차에 이를 매입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롯데상사는 신동빈 한국롯데 회장이 10.95%의 지분을 갖고 있고 신동주 일본롯데 부회장 10.47%, 신영자 롯데쇼핑 사장 1.74% 등 신 회장 자녀들이 대주주로 있다.

그러나 재계 일각에서는 신 회장이 개인 소유의 땅을 계열사에 고가로 매각하면서 양도차익을 부당하게 얻었다는 비판이 일기도 했다.

이에 대해 롯데 측은 “2곳의 감정평가법인에서 합당한 가격을 매겨 거래했으며 기업이 사업 부지가 필요할 경우 충분히 사주의 땅을 매입해 쓸 수도 있는 것”이라며 신 회장의 부당이득 주장은 터무니없는 것이라고 항변했다.

신 회장은 앞서 충북 충주시 목행동 일대의 땅 3만3057㎡(1만여 평)을 지난 2002년부터 2003년까지 롯데제과와 롯데칠성음료에 100억 원이 넘는 금액에 매각하는 등 개인 소유의 땅을 여러 차례 계열사에 매각한 전례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 회장의 부동산투자 전략은 ‘먼저 부지 확보, 후에 여건 조성과 개발’로써 주로 정부 소유의 국유지와 학교부지를 불하받거나 공장부지 매입을 통해 양도소득세를 면제받는 형식이라고 알려진다. 이 과정에서 세간에 각종 특혜의혹 시비가 불거지곤 했다.

또한 신 회장의 지나친 ‘부동산 사랑’으로 롯데그룹은 기업에 투자하기보다는 땅 투기로 돈을 번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


계열사에 보유주식 팔아 현금 챙겨

신 회장은 고향 울산에 복지재단을 설립하기 위한 자금 충당 등을 명분으로 계열사 주식 총 900억 원어치를 매각한 바 있다.

롯데미도파는 2009년 12월 9일 신 회장으로부터 롯데제과와 롯데칠성음료의 주식을 각각 200억 원씩, 총 400억 원 어치를 장내 매수했다고 금융감독원에 신고했다. 각 계열사의 매입한 주식수는 롯데제과 2만3042주, 롯데칠성음료 1만5625주다.

롯데미도파는 신 회장의 주식을 매입한 목적으로 ‘경영효율성 제고’를 위해서라고 밝혔다. 롯데미도파 관계자는 “백화점 사업과는 무관하지만 투자 관점에서 계열사 주식을 산 것”이라고 주장했다.

롯데그룹 측에 따르면 롯데미도파가 투자한 현금 400억 원은 2010년 초 출범한 울산의 삼동복지재단에 출연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이 재단은 신 회장이 그의 고향인 울산에 만드는 복지재단으로 소외계층 지원과 사회복지사업 등을 진행한다고 알려졌다. 신 회장이 주식 매각대금 400억 원 이외에도 개인 보유하고 있는 170억 원 규모의 주식을 추가로 재단에 출연한다는 후문도 있었다.

롯데제과와 호텔롯데도 같은 날 신 회장 소유의 주식을 매입해 재단 설립에 합류했다. 롯데제과는 신 회장으로부터 매입한 롯데칠성음료 주식 중 2만3042주를 200억 원에 장내 매수했다고 공시했다. 호텔롯데도 신 회장의 롯데쇼핑 주식 8만4746주를 300억 원에 장내 매수했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이렇게 확보된 현금 900억 원 중 400억 원은 재단에 출연된다. 나머지 현금 500억 원은 (신 회장이) 개인적으로 현금으로 보유하며 유동적으로 활용할 계획인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밝혔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신 회장이 소유하고 있는 토지 규모는 짐작하기도 어렵다. 필요하다면 추가적으로 계열사에 토지를 매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라고 전했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신 회장이 추가적으로 토지 매각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 “그런 부분은 주 업무도 아니고 내용에 대해 알지도 못한다”라고 답변을 피했다. 이어 삼동복지재단에 대한 추가적인 출연계획에 대해서는 “아직까지는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말했다.

[특별 취재팀]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