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패 시 ‘허니문 끝’ 비박계 黃 흔들기 본격화... 바른미래 비대위 체제 가능성

[일요서울 | 고정현 기자] “4·3 보궐선거 출마자들보다 더 애가 타는 이는 따로 있다”.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와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 얘기다. 황 대표와 손 대표는 창원 시내에 숙소까지 마련해 상주하며 선거전에 사활을 걸고 있다. 비록 창원·성산이 2석의 미니 보선 중 1개 지역구에 불과하지만 그 무게감은 다르다. 경남 통영·고성이 한국당에 유리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인 가운데 창원·성산이 사실상 유일한 격전지가 됐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이 단일화에 성공한 점은 황 대표와 손 대표의 조바심을 키우고 있다. ‘초보 정치인’ 이미지에 갇혀 있는 황 대표와 당 내홍으로 리더십이 흔들리는 와중의 손 대표다. 이번 창원·성산 재보선 결과가 향후 두 대표의 정치적 명운을 가를 분기점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 黃 측 “1승 1패면 선전” 역풍 차단해 보지만… 대권 가도 ‘급제동’
- ‘황교안 식 공천’ 적중시, TK물갈이설 무게 실릴 듯
- “국민의당 출신, 벌써부터 安 복귀 거론”
- 孫에 드리우는 安의 그림자… 15% 미만 득표 시 리더십 ‘휘청’

4·3 보궐선거 공식 선거운동 기간 첫 주말이었던 지난달 24일,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는 새벽 6시 야유회를 떠나는 동호회 관광버스 앞 인사를 시작으로 선거운동에 들어갔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 역시 상남시장 유세장에 참석하는 등 후보보다 더 바쁜 일정을 소화했다.

국회 일정도 ‘패스’
창원·성산 쟁탈전 ‘사활’

황 대표는 지난달 21일부터 원룸을 얻어 창원에 거주하고 있다.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매일같이 열리는 당무 회의도 선거 이후로 미루거나, 창원 현장 선거대책위원회 회의를 개최하는 방식으로 대신하고 있다. 손 대표 역시 지난달 초부터 일찌감치 창원에 아파트를 구해 체류하고 있다. 이날 그는 선거구 내 성당을 찾아 주일미사에 참석하는 등 뒤처진 민심을 만회하는 데 주력했다.

창원·성산 선거 결과는 황 대표와 손 대표의 입지와 직결된다. 황 대표가 창원·성산에서 승리하면 완벽하게 당을 장악하는 것은 물론 차기 대권 구도에서도 유리한 고지에 올라설 수 있다. 패한다면 PK 보수층에서 ‘황교안 효과’에 대한 회의론이 제기될 수 있다.

김무성 의원, 김태호 전 경남지사, 홍준표 전 대표, 오세훈 전 서울시장 등의 ‘대안론’이 부상할 수도 있다. 4·3 재보궐선거 까지가 황 대표 취임 후 ‘허니문 기간’이라 한다면 보궐선거 참패를 기점으로 비박게의 ‘지도부 흔들기’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일각에서는 창원·성산에서 참패할 경우 황 대표가 ‘험지’에 직접 출마했어야 한다는 당내 기류가 생길 수도 있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강기윤 후보를 공천하기 직전 경남지역에선 “황 대표가 직접 나서 리더십을 보여야 한다”는 여론이 존재했었다.

그러나 황 대표는 험지인 창원에서 ‘하이 리턴’이 있는 ‘리스크’를 짊어지지 않았다. 원내에 입성해서 강한 당권을 더 강화하고, 패배했더라도 본인의 소신인 ‘좌파 독재’를 막아섰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었던 기회를 놓쳤다는 해석이다.

황 대표 주변에서 “1승 1패면 선전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기류가 감지되는 것도 황 대표에게 미칠 수 있는 이 같은 역풍을 줄여놓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창원·성산이 고(故) 노회찬 전 정의당 의원의 지역구였던 만큼 한국당으로선 설령 여기서 패하더라도 ‘본전은 했다’는 논리다.

만약 보궐선거에서 황 대표가 만족할 만한 성과를 거둔다면 ‘황교안 식 공천혁신’ 행보는 힘이 붙을 전망이다. 황 대표는 이번 보궐선거에서 한국당의 강세지역인 고성·통영의 경우 경선을 통한 물갈이를 단행한 반면 창원·성산과 같은 박빙 지역의 경우 오랫동안 지역을 지킨 인지도 있는 토박이 후보에게 공천장을 줬다.

당장 보수 심장인 TK(대구경북)의 내년 총선 공천의 경우 확연한 강세 지역이 되면서 황교안 체제 구축을 위한 대폭 물갈이 공천설이 무게를 얻고 있다. 친박 성향이 강한 지역정서를 감안하더라도 TK의 대다수 한국당 공천은 친박 현역의원의 낙점 또는 낙하산식 전략 공천이 아닌 현역의원을 포함한 치열한 경선전이 예상된다는 얘기다. 실제로 대폭 물갈이 공천이 없는 현 TK 한국당 정치구도로는 황 대표가 차기 대권주자로 TK의 전폭적 지지를 받기는 힘들 것이라는 게 정가 관계자들의 얘기다.

지역정가 관계자는 “당장의 보수대통합을 통한 총선 구도를 잡기보다는 자신의 공천권을 최대한 활용, 내년 총선 승리 후 보수 대통합에 가닥을 잡을 것이라는 황교안식 ‘뚝심 공천’이 예상된다”면서 내년 총선 전에 이미 차기 대권 반열에 오른 유승민 바른미래당 의원의 복당 등 보수대통합 행보는 이뤄지지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리더십 흔들리는 孫
안철수·유승민 복귀?

손 대표로서도 이번 보선 지원유세를 통해, 반드시 유의미한 결과를 내야 하는 절박한 상황이다. 이재환 후보는 지난 총선 때 같은 지역구에 출마해 8.27%를 득표했다. 당선권까지는 어렵더라도 적어도 15% 이상의 득표는 얻어 내야 손 대표의 노력이 창원 민심을 움직여 내년 총선을 위한 ‘PK 교두보’는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다. 만일 10%대 득표는커녕 기존 이 후보의 8% 득표에도 미치지 못하는 성적표를 받게 될 경우 손 대표의 리더십은 크게 흔들릴 수밖에 없다.

이미 당내에서는 손 대표에 대한 ‘리더십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최근 손 대표의 ‘레임덕’은 지난달 초 의원연찬회 이후 가속화되는 양상이다. 유승민 전 대표를 중심으로 보수성향 의원들이 연찬회 이후 독자적인 행보에 나서면서 ‘손학규 패싱’이 노골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앞서 3월 19일 유 전 대표를 비롯해 지상욱·유의동·하태경·김중로·이언주·정병국·이혜훈 의원 등 8명이 패스트트랙 반대를 위한 긴급 의원총회 소집요구서를 제출할 당시에도 손 대표에게 사전, 사후 보고가 전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이미 일각에서는 4.3 보궐선거 패배 시 비상대책위원회로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거론되고 있다. 손 대표의 지도력 약화에 따른 후속조치로 안철수, 유승민 전 대표의 복귀설이 탄력을 받고 있다는 설명도 뒤따른다.

이는 곧 지난해 서울시장 선거 당시 박원순 시장은 물론 김문수 전 지사에게까지 밀려 3위를 한 안철수 전 대표를 떠올리게 한다. 앞선 대선에 이어 또다시 3위에 오른 안 전 대표는 결국 독일로 떠나야만 했다. 아울러 패스트트랙으로 여야가 극한의 대치를 이어가는 정국 속에서 ‘정치적 책임’이라는 배수진을 친 김관영 원내대표의 원내 리더십에도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있다.

바른미래당 한 관계자는 “당내 여러 계파에서 손 대표의 리더십에 의문을 갖고 있다”며 “일부 국민의당 출신들은 안철수 복귀를 거론하고 있고, 유승민 전 대표는 활동을 재개하는 것이 반증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민주당과 정의당이 단일화에 극적으로 성공한 점은 두 대표에겐 뼈아프다. 여영국 정의당 후보는 3월 25일 오후 창원 성산구 반송시장 입구에서 이정미 대표, 심상정 의원과 함께 기자회견을 갖고 권민호 더불어민주당 후보와의 여론조사에서 단일후보로 선출된 사실을 발표했다.

여 후보는 “정의당과 민주당의 단일후보로 확정됐음을 창원시민 여러분께 보고 드린다”라며 “단일화를 통해 확인된 창원시민들의 뜨거운 열망을 받아 안고 본선 승리를 향해 나아가겠다”고 밝혔다.

범여권단일화...
‘보수 결집’ 가능성↑?

범여권단일화로 여 후보는 선거전에서 일단 유리한 고지를 점하게 됐다. 실제로 단일화 직후 조사된 여론조사를 살펴보면 여영국 후보가 1위에 오른 것을 알 수 있다. 중앙일보 조사연구팀이 지난 25~26일 지역구 성인 7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 정의당 여영국 후보는 41.3%를 기록해 28.5%를 얻은 강기윤 자유한국당 후보를 앞섰다. 오차범위(±3.7% 포인트)를 벗어나는 1위다. 이번 여론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7%포인트다.

이로써 황 대표는 후보 단일화의 역작용으로 인한 보수 유권자의 결집에 사활을 걸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작용과 반작용의 원리’로 범여권 단일화에 따라 반대편에 있는 범보수도 결집하는 현상이 발생할 것이라는 기대다.

황 대표는 범여권의 단일화 직후 “‘더불어정의당’이 만들어지게 됐다. 국민의 뜻을 저버리는 좌파연합이며 야합”이라며 “민주당과 정의당이 그렇게 야합할 수 있다고 한다면, 왜 당을 나눠서 하는 거냐”고 맹렬히 비판했다.

리얼미터에 따르면, MBC 경남 의뢰로 16∼17일 이틀간 창원성산 거주 유권자 500명을 대상으로 조사(신뢰수준 95%에 표본오차 ±4.4%포인트)한 결과, ‘후보 지지 지속성’을 묻는 질문에서 이재환 바른미래당 후보 지지자의 27.0%, 진순정 대한애국당 후보 지지자의 27.4%가 앞으로 상황 변화에 따라 지지 후보를 바꿀 여지가 있음을 시사했다. (기사에 언급된 여론조사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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