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쿠로사와 아키라(黑澤明)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영화 ‘7인의 사무라이(七人の侍)’는 탄탄한 시나리오, 입체적인 인물 묘사, 절묘한 액션 연출, 철저한 시대 고증을 통해 만들어진 초대형 사무라이 액션 사극으로 세계 영화사에 한 획은 그은 명작으로 알려져 있다.

존 포드의 서부극 ‘황야의 결투’에서 많은 영향을 받은 작품으로 알려져 있지만, 1954년 개봉 이후, ‘황야의 7인’, ‘와일드 번치’, ‘내 이름은 튜니티’ 등 할리우드 서부극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고 알려졌다.

‘7인의 사무라이’는 1587년 일본 전국시대가 배경인 작품으로, 마을의 농부들이 자신들의 농작물을 약탈해 가는 산적들과 싸워 농작물을 되찾기 위해 주인 없이 떠도는 7인의 사무라이를 고용해서 산적들을 물리치고 자신들의 농작물을 되찾는다는 지극히 권선징악적인 이야기이다.

7인의 사무라이를 중심으로 한 마을 사람들은 산적들과의 싸움에서 산적들은 전멸시키지만, 마을 사람들 다수와 7인의 사무라이 중 4인도 목숨을 잃는다. 그렇게 해서 7인의 사무라이는 마을에 평화를 안겨주고 마을 사람들은 평화롭게 농사에 열중하게 된다. 어쩌면 살아남은 3인의 사무라이들은 조선을 침략하는 데 동원이 되었을지도 모르겠다.

문재인 대통령은 내년 총선에 출마하려는 현직 장관들의 편의를 봐주기 위해 개각을 단행했다. 지난 25-27일에는 이들 2기 내각 7인의 장관후보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가 있었다. 야당 주장을 빌리지 않더라도 국민 눈높이라는 잣대를 들이대면 하나같이 흠결 있는 후보들이다.

평생 장관은 되지 못할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영혼 없는 공무원으로 이해관계를 좆으며 살아온 고위공무원, 학자라는 허울을 덮어쓰고 인신공격형 비난에 열을 올렸던 교수, 다시는 여당이 되지 못할 것이라는 자포자기 상태에서 180도 바뀐 정치 환경에 적응하려는 국회의원들은 모두가 약속이나 한 듯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몸을 낮추고, 소신을 접거나 용서를 빌었다. 역시 장관이라는 자리는 한없이 염치(廉恥)를 버려야 하는 자리인가 보다.

그런 인사청문회였지만, 그런 와중에서도 단연코 돋보였던 장관후보가 있었으니, 중소벤처기업부 장관후보자로 지명된 더불어민주당의 박영선 의원이었다. 4선의원에 원내대표, 당대표 권한대행, 국회법사위원장을 역임한 그녀는 국무총리급이 합당할 정도의 위상을 지닌 정치인이었지만 기꺼이 중소벤처기업부 장관후보자로 나섰다. 나름대로 정치적 계산이 섰기 때문에 그 직을 수락했을 것이다. 때문에 그녀는 어떤 상황이 발생해도 장관 자리를 차지해야만 했다.

그녀가 선택한 전략은 ‘최고의 수비는 공격이다’라는 전략이었다. 김학의 전 법무부차관의 ‘성착취 별장 동영상’을 끄집어내 당시 법무부장관이었던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그 동영상의 존재를 알고 있었음에도 박근혜 대통령이 김학의를 법무부차관으로 임명하는 데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고 한 것이다.

그이가 예상한 대로 자유한국당과 황교안 대표는 격노했고, 7인의 장관후보자에 대한 청문보고서 채택을 거부했다. 정부여당과 제1야당의 극한 대립구도가 형성된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재차 국회에 청문보고서 채택을 요구하겠지만, 자유한국당이 자신들의 의지를 굽히지 않는다면 다음 달 초에는 결단을 내려야 한다.

아마 그 결단의 내용은 7인 모두를 장관에 임명하는 것이 될 가능성이 크다. 박영선 후보자의 발언이 촉발한 여야 대립은 청와대 인사검증이 도마에 오르면서 자리를 위협받던 조국 민정수석과 조현옥 인사수석마저도 구제하는 효과를 얻게 된다. 박영선 후보 개인은 자신이 장관에 임명되면서 정부여당의 주류에 편입되는 1석2조의 효과를 얻게 된다. 정치 8단으로 등극하는 것이다. 그녀가 7인의 사무라이처럼 문재인 대통령마저 구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이경립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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