얽히고설킨 권력형 비리 의혹

김수남 전 검찰 총장 [뉴시스]
김수남 전 검찰 총장 [뉴시스]

 

[일요서울 | 오두환 기자]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별장 성접대’ 의혹의 진실이 밝혀질까. 법무부 검찰과거사위원회는 지난 25일 김 전 차관에 대해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 또는 뇌물수수 혐의로 재수사를 권고했다. 자료를 넘겨받은 대검찰청은 수사방식 등을 결정하기 위해 검토에 들어갔고, 전날 조사단으로부터 추가 자료를 요청받아 살펴보는 등 사실상 수사를 시작했다. 일각에서는 특별검사나 특임검사 대신 특별수사단을 꾸려 사건을 전담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문재인정부 출범 후 돌연 미국행...황교안 발목 잡는 ‘태풍의 핵’ 급부상

당시 중앙지검장...동영상 인물 김학의 특정 못해 무혐의 처분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에 대한 검찰의 수사는 이번에 세 번째다. 1차 수사는 2013년 6월 시작했다. 당시 5개월간 피의자 및 참고인 64명을 불러 140차례가량 조사했다. 

성접대를 한 것으로 알려진 윤중천 전 중천산업개발 대표의 강원도 원주 소재 별장과 역삼동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했다. 같은 해 11월 2일에는 김 전 차관을 한 차례 비공개 소환해 조사하기도 했다.

하지만 검찰은 9일 뒤인 11월 11일 김 전 차관을 무혐의 처분하고 수사를 종결했다. 당시 검찰은 성접대 영상에 등장하는 남성이 김 전 차관이라는 점을 특정할 수 없다는 이유를 들었다. 검찰시민위원회 11명 전원도 김 전 차관을 불기소하는 게 적정하다는 의견을 냈다.

별장 성접대 의혹을 받은 동영상에 등장하는 여성 3명이 자신이 아니라며 부인하자 진술 신빙성이 충분하지 않다는 결론이었다.

다만 윤 씨에게는 개인정보보호법 위반과 협박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했다. 재판에 넘겨진 윤 씨는 배임증재와 사기 혐의로 각 벌금 500만 원과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윤 씨와 검찰은 항소하지 않았고, 그대로 형이 확정됐다.

별다른 성과 없이 마무리되는 것 같았던 김 전 차관 사건은 2014년 7월 다시 수면 위로 올라왔다. 자신을 동영상 속 피해여성이라고 밝힌 이모(42)씨가 김 전 차관과 윤씨를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카메라 등 이용촬영) 혐의 등으로 고소하면서 재수사가 착수됐다.

검찰은 같은 해 8월 이 씨를 상대로 고소인 조사를 하려 했지만, 이 씨의 거부로 무산됐다. 이 씨는 앞서 김 전 차관을 불기소 처분한 검사에게 사건을 배당하는 건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이후 이 씨는 9월 주무검사를 교체해 달라고 정식으로 요청했고, 검찰은 담당 검사를 조정한 뒤 재수사에 착수했다. 11월 이 씨의 추가 고소도 있었다. 김 전 차관이 서울과 수도권 등에서 상습적으로 강압적인 성접대를 하게 했다는 주장이었다.

하지만 검찰은 같은 해 12월 김 전 차관과 윤 씨 모두 무혐의 처분하면서 5개월 만에 사건을 종결지었다. 피해자가 특정 안됐으며, 이씨의 진술이 번복돼 신빙성이 부족하다는 설명이다.

검찰은 세 번째 수사에서 이전에는 조사하지 않았던 뇌물수수에 우선 초점을 맞추게 될 전망이다. 대검찰청 과거사진상조사단은 김 전 차관이 윤 씨로부터 수천만 원 상당 금품을 받은 정황을 포착했고, 이를 토대로 과거사위는 뇌물수수 혐의를 특정해 재수사를 권고했다.

이와 함께 새롭게 수사 대상에 오른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이었던 곽상도 의원과 이중희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을 상대로 청와대 외압 의혹도 들여다보게 되면서 향후 수사 전개에 따라 전·현직 검찰 관계자들도 조사 대상에 포함될 여지가 있다.

 

미네르바 사건으로 

이름 알린 김수남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에 대한 재수사가 시작되면서 당시 수사라인에 있던 검사들도 수사대상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얘기가 나온다. 

김수남 전 검찰총장, 조영곤 전 서울중앙지검장, 유상범 전 서울중앙지검장, 박정식 서울고등검찰청 검사장, 윤재필 서울중앙지검 부장검사, 강해운 전 서울중앙지검 부장검사 등이 그들이다. 

이중 가장 주목 받는 인물은 김수남 전 검찰총장이다. 박근혜정부 마지막 검찰 총장이었던 김 전 검찰총장은 문재인정부가 들어선 2017년 5월 퇴직했다. 

김 전 검찰 총장은 대표적인 정치검사로 평가 받는 인물이다. 그는 검사 활동 이전에 3년간 판사생활을 했다. 

그의 이름이 본격적으로 언론에 알려진 계기는 2009년 1월에 터진 미네르바 사건이었다. 당시 김 전 검찰총장은 서울중앙지검 3차장으로 미네르바를 인터넷을 통한 허위사실유포금지(전기통신기본법 제47조 1항)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이후 2013년 수원지검장 재직 시 또 한번 언론에 이름을 올렸다. 바로 통합진보당 이석기 전 의원의 내란음모사건이다. 당시 김 전 검찰총장은 수원지검장으로 이 사건을 직접 지휘했다. 그는 수사 1개월 만에 이 전 의원을 재판에 넘겼다. 

같은 해 김 전 검찰총장은 공로를 인정받아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영전했다. 2014년에는 정윤회 문건 수사를 지휘했다. 당시 문고리 3인방과 정윤회 등이 비판의 중심에 섰으나 박근혜정부 편에 서서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과 사건 확대를 막고 수사를 마무리시켰다고 알려졌다. 

이석기 내란음모사건은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의 최대 공적으로 뽑힌다. 당대표 선거에서도 이를 부각시켰다. 일각에서는 이 시간이 두 사람을 각각 검찰총장과 당대표에 올라설 수 있게 한 원동력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김학의 사건에서 김 전 검찰총장의 이름이 거론되는 이유는 그가 김학의 2차 수사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을 맡았기 때문이다.

2차 수사에서는 피해자 이 씨가 영상 속 인물이 자신이라고 주장하면서 김 전 차장을 고소하는 등 반전요소가 많았다. 하지만 당시 검찰은 1년 동안 특별한 조사를 하지 않다가 결국 무혐의 처분했다. 

1차, 2차 수사 당시 검찰 지휘부처인 법무부 수장은 황교안 장관이었다. 황교안 책임론이 일고 있는 지금 당시 김 전 검찰총장과 법무부 장관 사이 교감이 있었다면 정치인 황교안의 발목을 잡는 것은 물론 그 파장은 ‘태풍의 핵’이 될 전망이다.  

현재 김 전 검찰총장은 미국에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재인정부 출범 직후 퇴임해 유학을 명분으로 미국으로 갔다. 통상적으로 검창총장 직에서 물러나면 휴식 후 변호사를 개업하는 게 순서다. 채동욱 전 검찰총장도 퇴직 후 휴식기를 갖다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다. 

 

사회지도층 성접대 의혹을 수사 중인 경찰이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등 관련자 10여명에 대해 출국금지를 요청했다.<뉴시스>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뉴시스]

장자연·우리들병원 사건

연관성 거론

 

통상적이지 않은 길을 걷다보니 김 전 검찰 총장의 미국유학을 도피로 의심하는 눈초리도 있다. 정치검사라는 평에 걸맞게 정권 눈치를 보며 기회를 엿보고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본격적으로 검찰 조사가 시작되면 그의 귀국 여부는 많은 사람들의 관심거리가 될 전망이다. 김학의 사건의 내용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의 말 한마디에 국내 정치·사회판이  흔들릴 수 있다. 

김수남 전 검찰총장은 공교롭게도 장자연 리스트 사건에서도 이름이 거론되고 있다. 

장 씨는 유력 인사들의 술자리 접대를 강요받은 내용을 폭로하는 유서인 이른바 ‘장자연 리스트’를 남기고 2009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당시 리스트에는 재벌 그룹의 총수, 방송사 프로듀서, 언론사 경영진 등의 이름이 거론된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사건은 탤런트 장자연씨가 2008년도 술자리에서 금융계 인사 등으로부터 강제추행을 당했다는 사건이다. 이름이 거론됐던 인사들은 증거불충분 등을 이유로 2009년 8월 19일 불기소 처분됐다. 이 사건 시효는 오는 8월 4일 만료된다. 

조사 결과 당시 검찰은 적극적인 허위진술을 한 것이 피의자임에도 현장에 있었던 핵심 목격자 진술이 허위라고 판단한 것으로 드러났다. 허위 진술 동기에 대한 추가 판단 등이 이뤄지지 않았고 그 결과 일관성 있던 핵심 목격자 진술이 배척됐다는 것이다. 

결국 검찰 과거사위원회는 재수사를 권고했다. 과거사위가 조사가 아닌 재수사를 권고한 것은 장자연 사건이 처음이었다. 당시 수사는 수원지검 성남지청이 담당했다. 

김 전 검찰 총장은 장자연 사건 당시 법무부 기획조정실장을 맡고 있었다. 차관급인 기획조정실장은 법무부 핵심요직으로 영향력이 막강하다. 법무부, 검찰과 관련된 업무에 대해 자세하게 파악할 수 있는 자리다.

사회적으로 큰 문제가 되고 있던 사건이었던 만큼 장자연 사건에 대해 충분히 파악하고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 또 기획조정실장의 주 업무 중 하나가 언론대응인 만큼 조선일보와의 연관성 때문에라도 김 전 검찰총장의 역할에 대해 의구심을 갖는 사람이 많다. 

김수남 검찰총장의 이름은 최근 잇달아 사회적 이슈가 되는 커다란 사건에 모두 등장하고 있다. 별장 성접대 의혹을 받고 있는 김학의 사건과 장자연 리스트 사건 외에도 우리들병원 1400억 원 부실대출사건에서도 그의 이름이 거론된다.

우리들병원 1400억 원 부정대출사건은 이명박정부 시절인 2012년 9월 일어났다. 우리들병원 소유주는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주치의였던 이상호 회장이다. 당시 이 회장이 산업은행과 산은캐피탈로부터 총 1400억 원을 대출받았는데 회생 신청경력과 대출액보다 적은 담보가치 등에도 불구하고 대규모의 대출을 받아 의문이 일고 있다.    

그 배경으로 이 회장의 전처인 김수경 회장이 주목받고 있다. 김 회장은 친문 인사인 양정철 전 청와대 비서관, 탁현민 전 청와대 행정관 등과 가까운 사이로 알려졌다. 김 전 검찰총장과의 연결고리는 그의 아내로 알려졌다. 최근 한 언론은 김 전 검찰총장의 아내와 김 회장이 친분이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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