혐의 인정받았지만…여전히 ‘이사장직’에 있어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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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서울 | 강민정 기자] 일요서울로 직장 내 성폭력 피해를 폭로하는 호소문이 발송됐다. 이 가운데 피해자가 근무하던 곳이 불교재단으로 알려져 논란이 확산됐다. 피해자는 가해자가 성추행 혐의가 인정돼 실형을 선고받았지만, 여전히 불교재단에서 굳건한 입지를 보유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추행…고소 이후에도 피해자 고통
불교재단 “혐의 내용 사실과 달라” 주장 전면 반박


일요서울로 호소문을 보내온 피해자 A씨는 자신을 상대로 직장 내 성폭력을 저지른 가해자가  유명 불교재단 이사장 B스님이라고 밝혔다.

A씨에 따르면 그가 지난 2016년 재단 사무처 직원으로 일할 당시 이사장 B스님으로부터 세 차례에 걸쳐 손등을 만지거나 손을 강제로 주무르고, 상반신을 쓸어내리는 등의 강제 추행을 당했다. 이 같은 피해 이후 A씨는 같은 해 10월 18일 B스님을 고소했다.

이후 지난 2017년 5월 서울북부지검 형사4부(부장검사 최성필)는 B스님을 성폭력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추행) 혐의로 불구소 기소했다. 당시 불교재단은 입장문을 통해 “보도된 혐의 내용은 사실과 다르다. 배후에 불순세력이 있다”며 전면 부인했다.


“나는 일개 직원,
가해자는 거대 법인 이사장”


A씨는 고소 직후 정신적인 압박에 시달렸다. A씨는 “스님을 고소한 후 나는 살아도 사는 게 아니었다. 피해자인 나는 일개 직원이었고, 가해자는 나의 최고 상사이자 불교계 거대 법인의 이사장이었다”라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건강이 급속도로 쇠약해졌고, 이사장을 고소한 나는 직장에 나갈 수 없었고 재단 관계자가 찾아왔던 자취방에도 돌아갈 수가 없었다”며 “쉼터에 거주하면서 바깥출입조차 망설이며 살았다. 사람들이 모두 나를 감시하거나 비난하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재판 과정에서도 어려움을 겪었다. A씨가 보내온 호소문에 따르면 재단에서 함께 일했던 사무처 직원은 증인으로 법정에 나왔을 당시 A씨가 납득할 수 없는 그의 행실을 문제 삼거나, 그가 이전에 몸담았던 직장까지 방문해 A씨를 음해했다. 

A씨는 “(당시) ‘내 행동에 문제가 있었을까’ ‘성추행 당시 내가 좀 더 단호하게 대처했다면 어땠을까’ ‘더 일찍 신고를 했다면 어땠을까’ 등 후회와 자괴감도 컸다”고 호소했다.

재판부는 지난 1월 17일 B스님의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추행) 혐의에 대해 징역 6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면서 A씨의 손을 들어줬다. 

아울러 고소 과정에서 A씨를 상대로 행실을 문제 삼은 점 등에 대해 재판부는 “피해자의 전 직장 동료와 상사, 은사 등을 내세워 근거 없이 피해자 평소 행실이나 과거 직장 등에서 문제가 있었다는 취지로 허위 사실을 주장하는 등 2차 피해를 입혔다”고 판시했다.


유죄 판결 후에도
‘3선’ 이사장 재임


이 같은 논란 이후에도 B스님은 여전히 불교재단의 이사장직을 맡고 있다. 유죄 확정 판결 이후 같은 달 24일 열린 불교재단 이사회에서 그가 제출한 사표를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다. 한 불교 관련 매체에 따르면 이사회 14명 가운데 11대 3으로 사직서 반려 찬성에 관한 의견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이에 B스님은 2008년부터 이어온 ‘불교재단 이사장직’을 지속할 수 있게 됐다. 

이 같은 이사회 결정에 반발한 불교재단 일부 스님들을 중심으로 꾸려진 협의회는 지난 2월 11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B스님을 상대로 이사장 직무집행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 사안은 서울지법 제50민사부에 배당돼 법정 공방을 벌이고 있다.

이들은 가처분 신청서에서 ▲사직 의사 표시 ▲이사장 전제가 되는 이사 지위 부존재 ▲사직서를 반려한 이사회 결의의 무효성 등을 들며 B스님의 이사장 위임을 반박했다. B스님의 경우 지난 1월 2일 이사 임기가 만료돼 ‘이사 지위’를 지니고 있지 않다는 지적이다. 

A씨는 “성폭력 피해 여성들이 당당히 권리를 구제받고 사회 일원으로 살아가는 사회로 나아가는 데 내 호소가 미약한 힘이 되길 바란다”고 호소문 작성 취지를 밝혔다.

한편 일요서울은 이에 관한 불교재단 측의 입장을 듣고자 전화 연결을 시도했다. 일요서울과의 유선 인터뷰에서 불교재단 관계자는 “취재할 것도 없고, 우리가 대답할 것도 없다”고 말했다.

이후 ‘B스님이 가처분 신청을 받았음에도 불구, 이사장으로 재선출된 경위가 무엇인가’를 묻는 일요서울의 질문에 불교재단 관계자는 “내가 대답할 문제는 아닌 것 같다”며 대답을 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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