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문제, 양자적 사고가 바람직하다”

서양역사 중 중세시대를 흔히 암흑의 시대라고 일컫는다. 종교의 권위와 도그마가 인간 본연의 자유의지까지도 좌우하는, 현대의 관점에서 보았을 때 비상식적인 시대였기 때문이다. 일단 도그마에 갇혀버리면 어떤 끔찍한 상태로 추락하는지 오늘날의 사이비종교 맹신자나 불법 다단계에 몰입한 청년들에게서 그 일단을 발견할 수 있다. 나치의 잔학한 홀로코스트를 용인하고 지지한 독일인들의 교육수준이 당시 유럽에서 가장 높았다는 것을 생각하면 도그마에 빠진다는 것이 얼마나 무서운 일인지 새삼 알 수 있으리라.

암울한 중세의 도그마를 여지없이 깨뜨리고 인류를 찬란한 현대문명으로 이끈 것은 다름 아닌 아이작 뉴턴이라고 할 수 있다. 뉴턴은 그동안 신의 영역에 속하던 삼라만상의 이치를 물리학과 수학을 이용하여 과학적으로 증명해내었다. 제 아무리 힘이 세고 거칠 것 없는 사람도 산에서 길을 잘못 잡으면 헤매는 것은 당연지사. 그 결과 중세의 도그마에 갇혀있던 인류가 뉴턴이 제시한 새로운 인식의 틀을 통하여 비로소 몽매에서 눈을 뜨고 이성의 시대로 접어들게 되었고 비약적인 문명을 이루게 된 것이다.

어떤 현상과 이치를 살펴볼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이 인식의 틀이라고 할 수 있다. 사람은 누구나 그 인식의 틀 안에서 사고하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인식의 틀 혹은 인식의 지평을 새롭게 점검하고 확대하는 것이 대단히 긴요하다고 할 수 있다. 이와 같은 개념을 투자세계에 적용해보면 작금의 경제현상을 어떻게 인식할 것인가 하는 것이 투자의 성패를 가르는 대단히 중요한 포인트가 된다.

현재 세계경제에서 가장 큰 이슈는 남유럽국가의 재정 위험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불길이 그리스를 거쳐 이탈리아로 번져가고 있다. 유로존 내에서 이탈리아의 경제규모가 그리스의 그것에 비해 월등하기 때문에 전 세계 증시와 투자시장이 덩달아 요동치고 있다. 전 세계 투자자의 98%가 그리스의 디폴트를 확정적으로 예측하고 있고 대한민국 증시 역시 해외발 이슈에 기대어 일희일비하는 변동성 장세를 연출하고 있다.

뉴턴의 물리학은 20세기에 접어들며 아인슈타인에 의하여 양자물리학으로 진화발전하게 된다. 양자물리학에 의하면 에너지의 최소단위인 양자는 입자이면서 동시에 파동의 성질을 가지며, 독립된 개체이면서 여러 곳에 동시에 존재하는 상태 즉, 공존 상태에 머무르다가 인간이 관찰하는 그 순간 그 자리에서 발현한다. 따라서 이를 응용한 천체물리학에서는 다중우주 그리고 평형우주가 주창되는데, 나라는 존재는 현재 여기에 존재하는 것으로 인식되지만 실은 또 다른 내 존재가 또 다른 우주에도 공존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또 다른 내가 어느 곳에서 발현될지는 불확정 원리가 적용되어 정확한 예측이 불가하고 오직 파동함수에 의하여 확률로서만 그 존재를 가늠할 수 있다. 공상과학 속 이야기처럼 다소 황당해 보이지만 양자물리학은 현대물리학의 중추이론이자 대세라고 할 수 있다.

이탈리아의 신용등급 강등과 그리스의 디폴트 가능성에 대해서 “이러한 원인으로 이렇게 될 것이다”라고 판단한다면 이는 뉴턴식의 사고라고 할 수 있는데 불행스럽게도 경제현상을 인과의 문제로 파악하게 되면 판단을 그르치는 일이 대단히 많다고 할 수 있다. 경제문제는 오히려 양자적 사고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즉 현재의 여러 현상을 보고 하나의 결과만을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수많은 결과가 동시에 발현되리라고 판단해야만 한다.

그 누구도 어떤 결과가 초래될지 정확하게 알 수는 없다. 다만 그 가능성을 확률로서만 가늠할 수 있을 뿐이다. 하지만 확률이 높다고 해서 반드시 현실화되는 것은 아니다. 가장 낮은 확률의 결과도 얼마든지 현실화될 수 있다.


박한수 유진투자증권 전주지점 지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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