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전 대통령 [뉴시스]
이명박 전 대통령 [뉴시스]

[일요서울 | 이도영 기자] 이명박(78) 전 대통령 항소심 공판에 다스 소송비 대납 매개체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진 실무 변호사가 증인으로 소환됐지만 출석하지 않았다.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정준영)는 3일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 등 혐의로 기소된 이명박 전 대통령의 항소심 17차 공판기일을 개최했다.

이날 증인으로 예정된 미국 로펌 에이킨 검프 소속 김석한 변호사는 법정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이명박 전 대통령 측 변호인은 “저희가 지난 공판 이후 김석한 변호사가 소속된 미국 로펌 서울 사무실에 직접 찾아갔다”며 “그쪽 변호사와 대담한 결과 김석한 변호사는 현재 워싱턴에 있는데 법원에서 온 증인 소환장은 받았고, 왜 수취인불명으로 기재됐는지 모르겠다고 한다”고 전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 측은 또 “뇌물을 직접 수수한 김석한 변호사를 조사하지 않고는 실체적 진실을 밝히기 어렵다고 본다”며 “사법 공조를 통해서라도 소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변호사에 대한 조사 없이는 어떤 의도로 삼성으로부터 돈을 받았는지 정확히 확인할 수 없다는 게 이명박 전 대통령 측 입장이다.

김석한 변호사는 이명박 전 대통령 측에 다스 소송비 대납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진 인물이다. 앞서 이학수(73) 전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달 27일 법정에 출석해 김석한 변호사로부터 소송비 대납을 요청받은 사실을 인정한 바 있다.

이학수 전 부회장은 삼성이 다스 미국 소송비용 61억여 원을 지원했다는 취지로 검찰에 자수서를 제출해 1심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의 삼성 뇌물 유죄 혐의가 인정되는 데 핵심 역할을 했다.

이에 대해 이명박 전 대통령 측은 “처음 자금 지원 경위에 대해 이학수 전 부회장은 김석한 변호사가 와서 (이명박 전 대통령 측) 캠프 요청사항인데 자금을 지원해줬음 좋겠다고 했다는 것이고, 김백준(79)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은 이학수 전 부회장이 먼저 김석한 변호사에게 접근해서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자금을 지원하게 됐다고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김석한 변호사의 역할과 지위에 관해 둘의 진술이 완벽히 다르다”며 “만약 김석한 변호사가 거짓말한 것이라면 김석한 변호사가 이명박 전 대통령의 대리인이라는 검찰 주장 자체가 말이 안 된다. 이학수 전 부회장의 진술은 재전문 진술”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검찰은 “삼성 뇌물 사건은 이명박 전 대통령이 직접 뇌물을 수수한 범행에 해당한다”며 “이학수 전 부회장, 김 전 기획관 진술, VIP 보고서, 청와대 문건, 다스 내부 문건 등 여러 증거를 종합 검토해서 사실관계를 입증했고, 원심도 직접 뇌물 수수를 인정해 김석한 변호사 조사가 안 된 건 전혀 문제가 안 된다고 판단된다”고 반대 입장을 취했다.

검찰에 따르면 김석한 변호사는 이 사건 관련 피의자로 입건돼 체포영장이 발부된 상태다. 재판부는 “김석한 변호사에 대한 체포영장 범죄사실에 뇌물공여의 공범 또는 뇌물수수의 공범으로 기재됐는지 확인해달라”고 검찰에 요청했다.

아울러 “현재 검찰이 확인한 바에 의하면 김석한 변호사가 국내에 있지 않기 때문에 김석한 변호사에 대한 증인신문 기일은 따로 잡지 않겠다”며 “변호인 측이 연락해보고 증인신문이 가능하면 다시 잡겠다”고 말했다.

다음 기일이 열리는 오는 5일에는 이팔성(75)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증인으로 출석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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