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서는 물밑에서 원내대표 선거전이 뜨겁다. 이해찬 당대표와 함께 여당 투톱을 이루는 원내대표 선거는 다음달 8일 치러진다. 구도는 일찌감치 3파전으로 짜였다. 이해찬 당대표가 민다는 친문계의 김태년 의원, 친노 핵심인 전해철 의원이 민다고 하고 386 그룹을 대표하는 이인영 의원, 비주류 중도 노선의 노웅래 의원이 뛰고 있다.

매주 판세가 바뀌고 있다. 선두주자라고 전망되는 후보가 이번 주 다르고 지난 주 다르다. 선거전 초반에는 정책위원장을 내려놓고 뛰는 김태년 후보가 치고 나갔다면, 한 달을 앞둔 지금은 이인영 후보가 많이 따라 붙었다. 노웅래 후보도 중간지대에서 존재감을 잃지 않고 레이스를 이어가고 있다는 평이다.

원내대표, 특히 여당의 원내대표는 막강한 권한과 지위를 가진다. 국회 운영과 의제 설정에서 주도적 역할을 하고 국회 운영과 관련한 여야 협상에서 전권을 가진다. 당내 여러 의원들의 상임위 보임, 간사 선임, 부대표 선임권한도 있어서 세력 형성에도 도움이 된다. 국가의전서열은 16위에 해당하지만 정치적 무게감은 5부 요인 다음으로 봐도 무리가 아니다.

원내대표는 주로 3선 이상의 의원들이 나선다. 새정치민주연합 이후 역대 7명의 원내대표 중에 유일하게 3선이 아닌 경우는 2015년에 필리버스터를 이끌었던 이종걸 전 원내대표가 유일하다. 이 의원의 경우는 3전4기의 집념을 발휘해서 4번이나 원내대표 선거에 나서다 보니 4선이 되어서야 원내대표가 될 수 있었다. 이번에 나선 세 후보는 모두 3선이다.

정당의 원내대표 선거는 깜깜이 선거로 불린다. 많으면 100여 명, 적으면 2~30명인 유권자를 두고 치르는 선거다 보니 서로를 너무 잘 안다. 친이, 친박이 뚜렷이 구분되던 과거 한나라당 때처럼 계파가 크게 작동하는 경우도 있지만 그런 상황에서도 친소 관계가 작용하고, 보이지 않는 주고받기가 당락에 영향을 미친다. 원내대표 선거는 까 봐야 결과를 알 수 있다.

현재는 김태년 의원과 이인영 의원이 선두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 둘은 학생운동 시절 전대협에서 함께 활동했던 386세대임에도 정치에 입문해서는 약간 결이 달라졌다. 김태년 의원이 주류세력에 친화적인 행보를 보여 왔다면, 이인영 의원은 상대적으로 독자적인 행보를 걸었다. 386동지 둘이서 여권 내 세력을 등에 업고 용호상박의 대결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여당 내 세력에 따른 선호는 뚜렷이 갈린다고 볼 수 있지만, 결과가 세 싸움으로만 갈릴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노웅래 의원은 비주류로 분류되지만 3번째 도전이라는 점과 과거 이종걸 의원이 비주류라는 약점을 극복하고 당선될 때처럼 대면 접촉에도 열심이라는 것도 변수가 될 수 있다. 결선 투표까지 갈수만 있다면 극적인 역전을 노려볼 만하다.

박근혜 정권의 몰락을 촉발한 것은 국정농단사태였지만, 거슬러 올라가면 박근혜 대통령이 유승민 원내대표를 찍어낸 사태가 있었다. 당시 박 대통령이 유 원내대표의 독자행보를 못 견뎌 했고, 그 시점부터 단단하던 보수세력에 균열이 생겼다. 역사에 가정은 없다지만 박 대통령이 유 원내대표를 내쫓지 않았다면 탄핵사태까지 몰리지는 않았을지도 모른다.

지금 여권에도 원내대표가 누가 되느냐는 한 정권의 향배를 결정할 정도로 중요하다. 여권 입장에서는 집권 중반기 문재인 정부의 개혁입법을 위해서도 역량 있는 원내대표가 절실하다. 우선, 셋 중에 그런 역량을 가진 인물이 있기를 기대해 본다. <이무진 보좌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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