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 | 고정현 기자] 친정 체제 구축. 보수 ‘원톱’ 굳히기에 들어간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의 1차 목표다. 내년 총선은 대선 전초전이다. 대권 잠룡 황 대표는 총선에서 당을 친황계로 재편하는 데 몰두할 것으로 보인다. 황 대표가 ‘중진 물갈이론’·‘세대교체론’을 내세워 공천 과정에서 제 사람을 심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배경이다. 다만 지도부가 중심이 돼 현역 의원 교체 작업에 나설 경우 당내 반발은 자명하다. 이에 당내 입김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외부 인사가 다수 포진해 있는 황 대표의 특보단이 ‘전위부대’가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특보단이 불을 지피고 황 대표가 기름을 붓는 형식으로 ‘공천 물갈이 작업’이 진행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 黃 “특보단, 당 체질 전환 이끌어 낼 것” 공천 칼자루 암시
- 이진복 의원 중심, 전·현직·원외 黃 최측근 대거 포진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지난달 28일 전·현직 의원과 원외 당협위원장 등 32명으로 구성된 상임 특보단을 출범시켰다. 황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당대표 특보단 임명장 수여식과 특보단 제1차 회의를 갖고 향후 운영 방안 등을 협의하며 통합, 혁신, 정책 아이디어, 현안 대응, 비전 수립이라는 6가지 키워드를 강조했다. 황 대표는 “특보단의 가장 큰 역할은 당의 체질 전환을 이끌어 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특보단, 여의도 연구원 측근 중용
공천 혁신 밑그림...

이진복 의원을 상임특보단장으로 하는 특보단에는 홍철호·김승희·성일종·정태옥·최연혜 의원 등 현역 의원들과 함께 박윤옥·손인춘·안효대·이노근·홍장표 전 의원 등 전직 의원들이 포함됐다.

황 대표의 발언에서도 알 수 있듯이 그의 특보단은 한국당의 고질적 문제점으로 지적돼 온 당의 체질 전환 즉 ‘세대교체’ 임무를 수행할 것으로 보인다. ‘대권 잠룡’ 황 대표는 총선을 통해 자신의 당내 입지를 더욱 확고히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현역 의원 물갈이가 절대적이다. 황 대표가 ‘중진 물갈이론’·‘세대 교체론’을 명분으로 친황계 공천을 단행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배경이다.

다만 이 과정에서 황 대표가 직접 칼자루를 휘두를 경우 지도부는 극심한 반발에 부딪힐 것이 자명하다. 공천에서 탈락한 인사들이 지도부의 공천을 사천(私薦)으로 깎아내리며 ‘공천 파동’이 재현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이에 정치권에서는 황 대표가 자신의 최측근 인사들로 구성된 특보단을 구성해 ‘세대교체론’에 군불을 지피게 한 뒤 자연스럽게 공천 혁신을 단행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이미 황 대표는 공천 과정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당 싱크탱크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에 자신의 측근들을 중용하면서 밑그림을 내비친 것이다. 여의도연구원은 4월 15일, 이사회를 열고 송언석 의원을 1부원장, 박진호 경기 김포갑 당협위원장을 2부원장으로 각각 내정했다. 이태용 전 국무총리실 민정실장, 조청래 전 창원시설관리공단 이사장, 박찬봉 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사무처장 등도 부원장으로 내정했다.

이들 가운데 이태용 전 실장은 대표적인 ‘친황계’ 인사로 꼽힌다. 황 대표가 국무총리 시절 함께 일한 인사로 2.27 전당대회에서도 황 대표의 경선 전략 및 정책을 주도했다. 박찬봉 전 사무처장의 경우 황 대표가 박근혜 정부에서 법무부 장관과 국무총리를 재직하던 시절 함께 근무한 인사로 알려져 있다.

이처럼 황 대표가 ‘세대교체’ 가능성을 높이자 현역 의원들은 노심초사(勞心焦思)인 반면 각 지역에서는 친황계에 입성하려는 ‘신인’들의 구애 경쟁이 이어지고 있다. 한국당 관계자는 4월 17일 “전통적 텃밭인 대구·경북(TK) 지역에 현역 의원이 빠진 무주공산에는 10여 명이 넘는 후보가 몰린 곳도 있고, 보수세가 약한 수도권에도 젊은 정치신인이 많이 출마 의사를 내비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내년 총선 최대 격전지로 꼽히는 부산·울산·경남(PK)의 경우 한국당 강세 지역은 물론 3년 전 총선에서 민주당 의원이 당선된 지역에도 상당수 예비후보가 출마를 준비 중이다. 지방선거 때 도지사 후보를 찾지 못해 의원들 간에 “제비뽑기라도 하자”는 말이 나돌던 충청권에서도 정치신인은 물론 중견 정치인도 출마를 모색하고 있다. 이완구 전 국무총리는 지난해 충남 천안갑 보궐선거 출마를 고사했지만, 이번에는 총선 준비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현역의원들이 자연스레 불출마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이면서 사실상 무주공산이 된 지역에선 ‘구애 전쟁’이 더욱 치열하다. 성주·고령·칠곡에 지역구를 둔 이완영 의원은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으나 2심에서도 의원직 상실형을 선고받고, 대법원의 최종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사실상 21대 총선 출마가 불가능한 셈이다. 이 지역에선 이철우 키즈, 고위공직자 등이 호시탐탐 공천권을 노리고 있다.

경산 역시 최경환 의원이 구속되면서 자연스레 물갈이될 것으로 보인다. 공개 오디션을 통해 당협위원장을 꿰찬 윤두현 전 청와대 홍보수석을 비롯해 직전 당협위원장을 지낸 이덕영 하양중앙내과 대표원장, 안국중 전 대구시경제통상국장, 이권우 경산미래정책연구소 이사장, 임승환 한국사이버복지대학 부총장, 황상조 전 경북도의회 부의장, 안병용 여의도 연구원 지방자치위원장 등 후보군이 넘쳐난다. 상주·군위·의성·청송 지역구는 김재원 의원의 대구 북구을 출마설이 나돌면서 원외인 박영문 전 KBS미디어 사장이 벌써부터 표밭갈이에 나섰다는 후문이다.

“총선, 공천 결과에 달려...
낙하산 공천 안 돼”

한편 황 대표가 총선에서 ‘물갈이’ 작업에 나설 것이 확실시되고 이에 지역에서 공천 구애 경쟁이 조기 점화되자 일각에서는 공천 잡음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곽대훈 한국당 대구시당 위원장은 공공연히 “대구 지역 전승은 공천 결과에 달렸다”고 말하고 있다.

곽 위원장은 “TK가 한국당 깃발만 꽂으면 된다는 이야기는 옛말로 20대 총선 공천 파동으로 실망한 대구시민들 상당수가 탄핵에 찬성 또는 외면했고 현재까지도 회복되지 못하고 있다”며 “당 지도부가 또다시 낙하산 공천을 단행할 경우 지역 당원들의 강력 저항이 나올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다른 의원은 “고된 시련을 겪은 한국당이 또다시 공천 파동을 재현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다만 원외 당협위원장 지역의 경우 새로운 인물로의 수혈은 불가피할 것으로 본다”고 단서를 달았다.

지역정가 관계자는 “지난 4·3 보궐선거 시험대를 무사통과한 정치신인 황교안 대표 체제 하에서 내년 총선은 한국당의 명운을 건 격전장이고 한국당의 안방인 TK의 전석 석권은 정권 재창출을 위한 초석이 될 것”이라며 “일상적인 관행으로 되풀이돼 온 TK 낙하산 공천에 대한 지역민들의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서라도 한국당은 빠른 시일 내에 공천혁신 방안을 내놓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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