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의 경선룰이 발표되었습니다. 여기저기서 불만이 많네요. 현역 의원 입장에서는 경선룰 어딘가에 숨어 있을 물갈이 의도가 의심스럽습니다. 어떤 선거든 공천 경쟁이 치러질 때가 다가오면 물갈이 이슈가 가장 먼저 등장합니다. 현역 의원들에게 물갈이란 말은 때가 되면 돌아오는 각설이 마냥 시끄럽고 물귀신보다 끔찍합니다.

‘현역의원은 경선을 원칙으로 한다’는 점은 일단 안도의 한숨을 쉬게 합니다. 현역의원들 은 느닷없는 전략공천으로 지역을 빼앗기는 것이 호환마마보다 무섭습니다. 이런 전략공천이 최소화될 것이라는 점에서 짐을 하나 덜었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내년 총선에 불출마하는 이해찬 대표가 4선 이상 중진들을 끌어안고 논개가 될 거라는 소문이 흉흉했거든요.

문제는 정치신인들입니다. 정치신인에게 10%의 가산점을 준다고 하는데 기준이 너무 엄격합니다. 당헌에서는 ‘각급 선거에 등록하였던 자(당적불문)와 공직선거후보자 선출을 위한 당내 경선에 출마하였던 자, 시도당위원장 및 지역위원장’은 가산점을 부여하지 않습니다. 어떤 선거라도, 단 한번이라도 선거에 나선 사람이라면 정치신인이 아니라는 거죠.

현역의원들은 짧으면 4년, 길면 20여 년을 지역을 갈고 닦은 노회한 ‘영주’들입니다. 정치신인들은 이들의 ‘영지’에 칼 한 자루 들고 혈혈단신으로 진입해야 합니다. 어디서 화살이 날아올지 모르는 이 긴장되는 순간에만 정치신인인 것을 인정받습니다. 현역 의원들 입장에서는 ‘정치신인의 기준’이 더 이상 고마울 것 없이 소중합니다.

각 지역마다 내년 총선에 출마하려는 사람들은 많습니다. 이들 중에는 차근차근 기초의회 단계부터 밟아 올라온 지역정치인들도 있습니다. 이들은 지방선거에 나섰었기에 정치신인이 아닙니다. 단 한번이라도 경선에 나선 적이 있다면 이들 역시 정치신인은 아닙니다. 한 마디로 현역의원에게 칼을 빼들 위험이 있는 자, 빼들었던 자들은 정치신인이 아닌 것이죠.

이런 엄격한 정치신인의 기준이 누구에게 유리한 것이고, 누구 손을 거쳐 이렇게 되었을지 짐작이 가긴합니다. 여의도 정치인들은 이런 기준이 어떤 식으로 작동하게 될 지 잘 압니다. 이 정도면 정치신인이 현역 의원을 대적하기 어렵습니다. 이런 식으로 해서는 국민들에게 가장 신뢰받지 못하는 정치가 새로운 인물을 수혈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사실, 선거는 일단 승리하고 봐야하는 정당의 입장에서 이런 엄격한 정치신인 기준을 가져가려는 것은 실책에 가깝습니다. 내년 선거는 문재인 정부 집권 3년차에 치러져 중간평가 성격을 가질 수밖에 없습니다. 여당 입장에서는 물갈이를 통해 돌파할 수밖에 없는데 그걸 원천봉쇄한 것입니다. 야당은 대처하기 나름이겠지만 호기를 잡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선거는 인물과 구도로 치릅니다. 구도는 승패에 결정적이고 인물은 승패를 뒤집을 힘이 있습니다. 진보 대 보수, 거대양당 1:1 구도로 중간평가 선거가 치러지면 여권은 백전백패입니다. 예상되는 이 판을 뒤집거나 흐트러뜨리는 카드가 새 인물을 대거 내세우는 것입니다. 이미 보수야당에서는 지난 지역위원장 선임 과정에서 40대를 몇몇 내세우기도 했죠.

물론, 여권에서도 이대로 가만히 있지는 않을 것입니다. 물갈이를 통해 내년 총선에 대응하겠다는 의도는 분명히 있어 보입니다. 문제는 ‘게임 룰’입니다. 조만간 구체화될 경선규칙에서 모든 게 정해집니다. 정치신인들이 크게 목소리를 내야 하는 상황입니다. 지금 분연히 나서지 않으면 내년 이맘때쯤에는 비 온 뒤의 벚꽃처럼 허망하게 사라지게 될 것입니다.

<이무진 보좌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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