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홍준철 편집위원] 내달 8일에 개최될 더불어민주당의 원내대표 선거가 주목받고 있다. 집권여당은 21대 총선과반확보가 문재인 정부의 승리이자 재집권을 위한 첫 단추로 여기고 당청이 한몸처럼 움직이고 있다. 특히 원내대표 선거 결과가 민주당의 총선 전략을 일단을 보여줄 수 있다는 점에서 원내인사들뿐만 아니라 원외 지역위원장들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당 안팎에서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는 여당 원내대표 경선전 속으로 들어가 보자.

김태년, 노웅래, 이인영(좌로부터, 뉴시스)
김태년, 노웅래, 이인영(좌로부터, 뉴시스)

- 김태년 미는 이해찬사단 ‘공천권’ 두고 원외인사 ‘접촉’
- 이인영 카드 꺼낸 김근태계…민평련 인재 발굴 차원 ‘맞짱’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4월 17일 내년 총선 목표로 ‘260석’을 거론해 야당으로부터 ‘오만하다’고 비판을 받았다. 국회의석 정수는 300석이고 현재 민주당 의석수는 128석(지역구 115석, 비례대표 13석)이다. 두 배 늘려 다수당이 되겠다는 것이다. 야당의 비판에 이 대표는 ‘덕담한 것 갖고 그러느냐’고 받아쳤지만 속내는 고스란히 드러낸 셈이다.

집권여당인 민주당의 시계는 분명하게 총선에 맞춰져 있다. 총선에서 승리해야 문재인 정부의 성공을 견인할 수 있고 그래야 재집권이 가능하다는 계산이다. 중앙당은 이를 위해 공천룰 확정, 전당원 온라인 투표, 권리당원 확정 등 주요 일정들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이 대표는 전날인 16일 기자회견장에서도 “정기 국회 시작되면 바로 총선체제”라며 “공천을 객관적으로 하고 좋은 사람들을 많이 발굴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당청 ‘한몸처럼’? 원내대표 선거 친문 분화

내년 총선을 앞두고 당청은 한몸처럼 움직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당에 복귀했고 함께 청와대에서 근무한 백원우 전 민정비서관과 ‘3철’로 불리는 친문 핵심인 양정철 전 비서관은 각각 당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 부원장과 원장으로 내정된 상황이다. 이뿐만 아니라 문 대통령의 복심으로 알려진 윤건영 국정기획상황실장도 조만간 출마를 위한 당 복귀가 예고되고 있다.

대통령의 철학과 정책을 이해하고 실천한 친문 핵심들이 줄줄이 귀환하면서 친문 당 장악설에 수도권 중진급 대규모 물갈이설까지 돌고 있다. 특히 다음달 치러질 원내대표 선거가 주목받고 있다. 이해찬 당 대표와 더불어 누가 원내사령탑에 오르느냐에 따라 총선준비를 어떤 방식으로 해야 할지 일단이 드러나기 때문이다.

우선 차기 원내대표는 내년 총선에서 당 대표와 더불어 공천권에 적잖은 영향력을 행세할 수 있다. 현재 이해찬 사단이 지지하고 있는 친문 주류 김태년 의원과 ‘86운동권’출신으로 고 김근태 전 상임고문 계열인 민평련이 이 밀고 있는 ‘신친문’ 이인영 의원이 당내 주류의 지지를 받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여기에 원내대표 도전 3수생인 노웅래 의원은 ‘비주류’로 분류되지만 이점이 오히려 ‘외연확대를 할 수 있는 적임자’라는 점을 내세워 막판 역전극을 노리고 있다.

관전 포인트는 당 주류이자 친문 핵심으로 지목되는 김태년 의원이 1차 투표에서 승리할 수 있을지다. 김 의원은 여당 정책위의장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간사 등 당내 주요 요직을 거쳤다. 여러 정책 현안에 밝다는 점이 최대 강점이다. 문재인 정부 출범 당시에는 국정기획자문위 부위원장도 지냈다. 스스로도 ‘협상전문가’, ‘유능한 원내대표’를 내세우고 있다.

무엇보다 김 의원의 정치적 자산은 당대표인 이해찬사단의 핵심 멤버라는 점이다. 김 의원은 당내 홍영표, 윤호중 의원과 더불어 이 대표의 측근 3인방으로 통한다. 김 의원은 이 대표 체제가 들어선 이후 재차 당 정책위원장을 맡았다. 홍 현 원내대표는 2004년 이 대표가 참여정부 국무총리를 맡던 당시 국무총리실 시민사회비서관으로 일했다.

이 대표가 민주통합당 대표를 맡던 시절 당 사무총장을 맡았던 인사가 윤호중 의원이다. 이들 3인방이 최측근 그룹에 속한다. 또한 정태호 청와대 일자리 수석비서관, 이강진 세종시 정무부시장도 이 대표의 보좌진 출신으로 이해찬 측근인사들이다.

또한 학생운동과 재야운동권 통해 인연이 된 인사들도 있다. 심재권 의원은 이 대표가 문재인 대통령의 중국 특사로 파견됐을 때 김태년 의원과 함께 이 대표를 보좌하며 동행했다.  이 대표 비서실장을 맡고 있는 김성환 의원도 이해찬사단 소속이다. 김 의원은 6.13 재보궐 선거를 통해 국회에 입성했다. 김 의원은 80년대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이하 전대협)와 국민운동본부의 교류로 연을 맺었고 김정호.윤일규 의원은 이 대표가 노무현 재단이사장으로 있을 당시 재단에서부터 함께해 온 사이다.

원외 인사로는 이 대표가 1987년에 만든 조직 평화민주통일연구회(평민연) 출신으로 김현 당 사무부총장,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백원우 전 의원이 이 대표와 각별한 사이다. 지난 당대표 경선에서 이 대표 캠프에 의원실 관계자를 파견한 김부겸 전 행정안정부 장관도 이 대표와 가깝다.

친문 당권파vs운동권 신친문vs비주류·비당권파

이재명 경기지사와는 이 대표의 측근인 이화영 전 의원이 경기도 평화부지사로 일하고 있어 연결고리가 있다. 특히 이 대표는 당대표 경선에서 경쟁후보였던 김진표 의원이 각종 의혹을 받고 있는 이 지사에 대한 징계 요구에 ‘재판 중’이라는 이유로 이 지사를 감싸주기도 했다.

반면 ‘신친문’으로 분류되는 이인영 의원은 원내대표 선거에 뒤늦게 뛰어들었지만 고 김근태 전 상임고문 계열인 민평련과 ‘86운동권’, 개혁 성향의 연구모임인 더좋은 미래 소속 의원, 친문 성향의 부엉이모임 일부 의원이 지지하면서 급부상한 케이스다.

20대 국회 들어서 당내 김근태계로 분류되는 민평련계는 이 의원을 비롯해 설훈, 우원식, 유승희, 유은혜, 박완주, 홍의락, 권미혁, 기동민, 김한정, 김현권, 소병훈, 신동근, 오영훈, 위성곤 의원 등이 꼽힌다. 또한 이 의원이 전대협 1기 의장을 지낸 대표적인 ‘86운동권’ 주자라는 점에서 운동권 출신들뿐만 아니라, 시민사회, 노동계 출신 인사들과 친분이 깊다.

무엇보다 33명의 회원을 보유한 정책모임인 ‘더좋은미래’ 소속 의원들이   든든한 우군이 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더좋은미래 모임은 이미 20대 들어서서 민주당 1기 원내지도부인 우상호 원내대표-박완주 원내수석부대표와 2기 원내지도부인 우원식 원내대표-박홍근 원내수석부대표를 연달아 배출한 저력을 갖고 있다.

3기 원내지도부에서도 진선미 의원이 입각 전 원내수석부대표로서 홍영표 원내대표와 호흡을 맞췄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 역시 더좋은미래 간사를 지낸 바 있다. 또한 지난해 전당대회에서 최고위원으로 선출된 남인순 의원도 더좋은미래 소속이다. 이 밖에도 김영춘 전 해양수산부장관, 김현미 국토교통부장관, 도종환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홍종학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진선미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 등이 모두 더좋은 미래출신이다.

한편 친문 핵심인 3철(이호철, 양정철, 전해철)중 이호철 전 민정비서관은 이 대표와 가까워 김태년 의원을, 친문 모임인 ‘부엉이 모임’의 전해철 의원은 이인영 의원을 각각 지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 의원의 경우 지난 당대표 경선에서도 이 대표보다는 김진표 의원을 지지해 이해찬사단의 김 의원보다 이 의원에게 상대적으로 관심이 높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친문, 신친문으로 분류되는 김태년·이인영 의원 사이에 고군분투하고 있는 인사가 ‘비주류’인 노웅래 의원이다. 노 의원은 이번 원내대표 도전만 3번째다. 지난 원내대표 경선에서는 ‘친문’ 홍영표 의원에게 116표 가운데 38표를 얻었지만 낙선했다. 당시 의원들 사이에서는 비주류에 비문인 노 의원이 선전했다는 평가가 주를 이뤘다.

노 의원은 당권파이자 친문인 김태년 의원에 대한 견제 심리와 이 의원의 등장으로 친문 주류 세력이 분화되면서 막판 역전극을 기대하고 있다. 원내대표 경선에서 1차 투표결과 과반 득표자가 나오지 않으면 상위 득표자 2명이 결선 투표를 하게 된다. 이 경우 1차 투표에서 3위 득표자가 얻었던 표의 행방이 원내대표를 결정한 ‘캐스팅보터’가 된다. 결선투표까지 갈 경우 노 의원실은 당선도 노려볼 만하다는 입장이다.

현재 민주당에서는 친문 주류가 밀고 있고 이 대표가 지지하는 김태년 의원이 다소 우세하고 이인영 의원과 노웅래 의원이 그 뒤를 바짝 추격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김 의원과 이 의원은 투표권을 가진 128명 의원뿐만 아니라 125명의 원외 지역위원장도 접촉하면서 측면지원을 요청하고 있다.

이 대표가 내년 총선 목표로 260석을 거론한 자리가 바로 125명의 원외 지역위원장 총회에서 한 말이다. 현역 의원들만큼이나 내년 총선에 목을 매고 있는 인사들이 바로 원외 지역위원장이다. 이 대표는 “125명의 원외지역위원장이 모두 내년에 당선되면 240석이 된다”며 “240석을 목표로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비례대표까지 합치면 260석이 될 것”이라며 “지난 지방선거에서 압승을 거둬 지역기반이 좋아져서 충분히 꿈꿔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이 대표 비서실장인 김성환 의원이 중심이 돼 수도권을 시작으로 지역위원장을 접촉해 이해찬 사단 몸집을 키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지역위원장실의 한 인사는 “최근 당대표 비서실장으로부터 위원장을 만나고 싶다는 연락이 왔다”며 “아무래도 위원장이 특정한 정파에 속해 있지 않다 보니 자기사람을 만들려고 하는 것 같다”고 밝혔다.

원내선거에 125명 원외지역 ‘누가 되나’촉각 세워

또한 이 인사는 “대표실뿐만 아니라 민평련 소속 한 의원도 위원장 얼굴 보자고 연락이 왔다”며 “총선이 1년 앞으로 다가왔고 김태년 의원과 이인영 의원을 지지하는 의원들이 연락했다는 점은 원외위원장이 투표권은 없어도 원내대표 경선을 통해 지역위원장을 자기사람으로 만들려고 하는 것 같다”고 원내대표 선거의 과열 양상을 우려했다.

실제로 원외위원장은 단독 후보가 아닌 이상 경선을 치러야 한다. 지역별로 총선 출마를 목적으로 움직이는 도전자들이 여럿 존재하기 때문이다. 원내대표가 누가 되느냐에 따라 원외위원장들 역시 공천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또한 본선행 공천티켓을 거머쥐기 위해선 불가피하게 줄을 서야 하는데 그 바로비터가 원내대표 선거가 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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